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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의대 증원 막판에 '2000명 논란' 재점화... 공세서 수세로 바뀐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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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증원 집행정지 결정에 앞서
정부에 '2000명 증원' 근거자료 요구
세 보고서 외 '과학적 근거' 보유 관건
법원 결정에 입시 불확실성 향배 갈려
한국일보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이어진 1일 오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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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醫政) 갈등을 부른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확대가 마무리 수순에 들어간 상황에서 증원 인원 '2,000명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정부가 2,000명 증원을 결정한 근거를, 법원이 직접 들여다보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더 과학적인 안을 가져오라고 의사들을 압박한 정부가 이제는 증원 규모 산출의 타당성을 공개적으로 검증받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법원의 판단은 안 그래도 요동치고 있는 올해 대학입시의 마지막 변수로 부상했다.

'과학적 결정' 강조한 정부...어떤 근거 내놓을까

한국일보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 청사. 손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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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사 단체들은 의대 교수, 전공의, 의대생, 수험생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 심문에서 서울고법이 내린 권고를 반전의 기회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사법부 판단에 따라 판세가 달라질 여지가 있어서다. 전날 서울고법은 오는 10일까지 2,000명의 근거를 제출하고, 법원 결정 전까지 모집 정원 최종 승인을 보류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수세가 된 정부는 법원에 자료를 제출할 준비에 들어갔다. 이미 수차례 정책 결정의 근거로 제시한 서울대 의대 홍윤철 교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보고서를 제출할 가능성이 크다. 세 보고서의 결론이 2,000명 증원은 아니지만, 정부는 2035년에 의사 수가 약 1만 명 부족하다는 추계가 공통적이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 토대로 매년 2,000명씩 5년간 의대 정원을 늘리면 의사 부족이 어느 정도 해소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복지부는 이런 판단이 "오직 국민 보건을 위한 정책적 결정"이라고 누차 강조하는 한편, 의사들을 향해 "더 과학적이고 통일된 안을 가져오면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반면 의사들은 의료 수요 변화와 기술 발전에 따른 의사 업무량 등 변수가 다양한 만큼 세 보고서의 의사 수 추계가 불완전하다고 공격했다. 또한 정부가 '매년 2,000명 증원'이라는 결론을 도출하기까지의 과학적 과정을 제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진행 서울대 의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과학의 기본은 '공개 검증'과 '재현성'으로, 정부가 주장하는 과학적 추계를 전문가들이 검증해 같은 결론을 내리면 그것이 재현성"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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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입시 불확실성, 이달 중순 법원 결정에 달려

한국일보

연세대 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 교수들이 외래진료를 중단한 지난달 30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본관 앞에서 의대 증원 원점 재논의를 촉구하는 손 팻말을 들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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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학년도 의대 정원의 향방은 법원이 정부 자료를 받아 검토한 뒤 이달 중순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할지 여부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하면 의대 모집 정원은 대학들이 신청한 숫자로 결정돼 더 이상의 불확실성은 사라진다. 반대로 인용할 경우 증원에 제동이 걸려 지난해 의대 정원 수준에서 신입생을 뽑아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 과학적 근거로 법원 설득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재판부가 요청한 자료는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충실히 준비해 기한 내에 제출하겠다"며 "지금 어떤 자료를 제출할지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의사들은 남은 시간 동안 2,000명 근거 허물기에 화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의협은 이날 임현택 회장 집행부 출범과 동시에 범의료계 협의체 구성에 돌입했다. 정부와의 일대일 대화를 준비하는 한편 2,000명 논리를 반박할 통일된 의료계 안을 도출할 가능성도 있다. 임 회장은 임기 시작에 맞춰 자신의 페이스북에 "얽힌 매듭을 잘 풀어 나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의대 모집인원 1,500여 명 증원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심의하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정원이 확대된 32개 의대 가운데 의학전문대학원인 차의과대를 제외한 31곳의 시행계획 변경 신청을 이날까지 접수했다. 최종 집계 결과는 2일 발표된다.

교육계와 대학가에 따르면, 국립대 9곳(강원대 경북대 경상국립대 부산대 전북대 전남대 제주대 충남대 충북대)은 모두 증원분의 50%만 신입생을 뽑기로 해 증원분 감축 규모가 401명이 됐다.

사립대에선 증원분 중 90명이 줄어드는 것으로 파악됐다. 단국대가 50% 감축 모집에 동참, 80명 증원분의 절반인 40명만 더 모집한다. 빅5 병원(5대 상급종합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성균관대와 울산대는 증원분(80명)에서 10명씩 적게 선발하고, 역시 80명 증원을 배정받은 아주대도 10명을 줄여 모집한다. 영남대는 증원분(44명)을 20명 줄여 모집한다.

모집인원을 공개하지 않은 순천향대, 건양대 등이 다른 사립대처럼 증원분 100%를 모집인원에 반영했다면 내년도 의대 신입생은 현재 정원에서 1,509명이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 증원 목표치 2,000명의 75% 수준이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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