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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3白’ 줄이고 젓가락만 써라...치매 명의의 기억력 높이는 한 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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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러스트=박상훈,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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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세 R씨는 2년 전부터 왼쪽 눈이 갑자기 컴컴해지는 증상이 있었다. 오른쪽을 가리고 왼쪽 눈으로 보려고 하면, 터널처럼 주변부터 검게 변하다가 눈을 뜨면 사라졌다. 그는 최근 5년 동안 체중이 20㎏ 정도 늘었고, 몸이 붓는다고 해서 병원을 찾았다.

한양대병원 신경과 김희진 교수는 R씨의 증상을 급격한 체중 증가로 발생한 고혈압, 고지혈증이 두개내압 상승을 초래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뇌를 둘러싸고 있는 물의 압력이 상승하면, 기억력이 떨어지고, 집중력도 줄어서 멍한 느낌이 든다. 김 교수는 의학적 치료와 함께 인지 기능을 높이는 이른바 ‘천재의 식단’을 추천했다. 이를 시행한 R씨는 현재 10㎏을 감량했고, 흐릿한 기억과 멍한 정신도 사라졌다. 식단이 뇌를 바꾼 것이다.

치매 치료 명의로 꼽히는 김 교수가 최근 ‘느리게 나이 드는 기억력의 비밀’(앵글북스 펴냄)이라는 책을 내놨다. 20년 넘게 인지 기능 장애, 치매 환자 등을 보면서 겪은 임상 경험과 수많은 과학적 연구 논문을 통해 얻은 지식을 모아서 늙어서도 기억력을 유지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그는 “두뇌 건강을 위해서는 운동, 사회적 연결, 양질의 수면, 스트레스 관리가 필수”라면서 “기억력은 습관에 의해 결정되기에 매일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먹는 식사법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그래픽=박상훈


◇기억력 올리는 ‘천재의 식단’

이탈리아 사르데냐, 그리스 아키아리아섬 등 100세 장수인이 많고 만성 질환이 적게 발생하는 블루존(blue zone) 지역에서는 활동량이 많고, 과일과 채소를 비롯한 신선한 식물성 식단을 즐긴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를 나이 들어도 인지 기능을 좋게 유지할 수 있다고 해서 마인드(MIND) 식사 또는 ‘천재의 식단’으로 부른다.

채소, 과일 속에는 각종 항산화제, 플라보노이드, 천연 색소 카로티노이드, 엽산 등 수만 가지 파이토케미컬(식물성 화학물질)이 많이 들어 있다. 파이토케미컬이 노화 과정에서 생기는 세포의 DNA 손상을 막아준다. 반면 기름진 가공식품과 동물 유래 식품에는 포화지방이 많아서, 암과 심혈관 질환 발병을 높이고, 노화를 촉진한다.

젊었을 때는 소식을 하여 비만을 막고, 나이 들어서는 충분히 영양을 공급하는 식사법도 인지 기능 유지 비결이다. 하루 16시간 음식 섭취를 안 하는 간헐적 단식도 추천된다. 뇌 성장 인자 분비가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단 ,고령자에서는 영양 부실을 부를 수 있기에 간헐적 단식이 권장되지 않는다. 식사를 젓가락으로만 하면, 입에 들어가는 음식 양을 줄일 수 있고, 섬세한 손가락 조작은 뇌 기능을 높인다.

소금, 설탕, 흰 쌀밥 등 3백은 피해야 한다. 혈당을 빨리 올리는 음식은 노화를 앞당긴다. 반면 올리브 오일, 참기름, 들기름, 포도씨유, 잣기름, 현미유, 헤이즐넛 오일, 해바라기씨유 등 식물성 기름은 오메가 성분이 많고, 콜레스테롤을 낮추어 기억력에 좋다. 뇌 활동과 근육 생산에 필요한 필수아미노산이 많은 콩류와 견과류를 즐기면 좋다.

음식을 오래 씹을수록 뇌 기능이 활성화된다. 영국 카디프대 연구로는 껌을 씹은 사람이 판단력과 기억력이 좋았다. 음식을 천천히 오래 씹으면, 히스타민 신경계가 활성화되고, 이는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체내 지방 분해를 증가시킨다. 김 교수는 “여러 사람과 어울리며 대화하는 회식을 적절히 즐기면 우울증을 예방하고 인지 기능도 젊게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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