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6 (목)

월세 수익률도 오르고…오피스텔 반등하나 [감평사의 부동산 현장진단]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문가 현장진단 | 간간이 ‘완판’ 소식 들려온다


서울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 4번 출구로 나와 조금 걷다 보면 고가도로를 낀 거대한 사거리가 나온다. 독립문역 사거리다. 독립문역을 등지고 오른쪽에는 서대문독립공원, 왼쪽에는 2019년 준공한 경희궁롯데캐슬이 자리 잡고 있다. 독립문역 사거리를 건너면 흰색 펜스에 ‘서대문구 영천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신축 공사’라는 간판과 함께 이제 막 땅을 다지는 공사가 한창인 공사 현장이 눈에 띈다. 2026년 7월 준공 예정인 ‘경희궁유보라’다. 이곳에는 아파트 총 199가구, 오피스텔 총 116가구가 들어설 계획이다.

특이하게도 영천구역 재개발 사업은 아파트 못지않게 오피스텔 청약에도 많은 관심이 쏠렸다. 지난 3월 진행된 청약 접수에서 평균 청약 경쟁률이 90.8 대 1을 기록했다. 지금과 같이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고 특히 오피스텔 투자에 관심이 시들해진 상황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B8타입(전용 22㎡) 최고 경쟁률은 무려 226 대 1을 기록했다. 당연히 해당 오피스텔은 완판됐다.

경희궁유보라 오피스텔은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과 5호선 서대문역과 가깝다. 광화문이나 종로 등 핵심 업무지구까지 접근이 용이하다. 강북에서 가장 유명한 아파트 단지 중 하나인 ‘경희궁 자이’ 맞은편에 자리 잡고 있다.

주변에는 강북삼성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대형의료시설과 영천시장, 롯데백화점, 세종문화회관 등 각종 생활편의시설이 위치했다. 단지 바로 앞에는 독립문문화공원이 조성 중이다. 오피스텔을 주로 이용하는 1인 가구 입장에서는 한마디로 ‘입지 깡패’다.

분양가 또한 비교적 저렴했다. 가장 인기 있던 전용 22㎡의 경우 분양 가격이 1억8700만원에서 2억원대 초반대에 형성됐다. 요즘 서울 외곽 지역이나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공급하는 오피스텔 분양 가격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입지나 주변 환경 등을 감안할 때 경희궁유보라 오피스텔은 투자 가치가 충분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서대문구 영천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경희궁유보라의 경우 분양 가격이 나름 합리적이었기 때문에 완판될 것이라고 봤지만 경쟁률이 이렇게 치열할 것이라고는 예상 못했다”면서 “정부의 오피스텔 규제 완화 정책 등을 이유로 오피스텔 투자자 관심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한다.

조금씩 회복 조짐 오피스텔

일부 지역 매매 가격 상승 전환

오피스텔 시장이 기나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것일까.

최근 오피스텔 청약 시장에서 일부 지역의 경우 완판되는 경우가 잇따르고 월세 수익률 역시 상승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 오피스텔 매매 가격은 한 달 전과 비교해 0.03% 하락했지만 2월(-0.05%) 대비 낙폭이 줄었다.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상반기 내로 보합 내지 상승 전환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도권 전체를 살펴봐도 최근 한 달 새 매매 가격 상승률은 -0.11%(2월)에서 -0.1%(3월)로 감소폭이 둔화했다. 업무지구가 가까워 직장인 선호도가 높은 도심권(종로·중·용산구)은 3월 오피스텔 매매 가격이 상승 전환(0.01%)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 만이다.

거래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오피스텔 거래량은 올해 1월 588건에서 2월 889건으로 증가했다. 3월 들어서는 15일까지 837건의 손바뀜이 발생했다.

청약 시장에서는 경희궁유보라와 같이 완판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9월 청약 접수를 진행한 ‘DMC가재울아이파크’ 오피스텔은 올해 들어 완판에 성공했다. 전용 24~56㎡로 구성된 해당 오피스텔은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에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뿐 아니라 수도권도 비슷한 분위기다. 지난 3월 청약을 진행한 ‘송도자이풍경채그라노블’ 오피스텔(3·5단지)은 평균 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2월 분양한 ‘검단신도시롯데캐슬넥스티엘Ⅰ·Ⅱ·Ⅲ 오피스텔’도 평균 4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입지 경쟁력을 갖춘 일부 단지에선 가격이 조금씩 오르는 모습도 연출되고 있다. 서울시 종로구 수송동에 위치한 두산위브파빌리온 전용 37㎡의 경우 지난해 11월 2억8500만원에 거래됐는데 올해 3월 3억500만원으로 약 2000만원 올랐다.

오피스텔 시장에서 더욱 주목할 부분은 월세 수익률이 조금씩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올해 1분기 오피스텔 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이후 전국 오피스텔 월세가격지수는 10개월 연속 상승 추세다. 지난 3월 역시 100.22로 전월 대비 0.07% 올랐다. 2018년 1월 한국부동산원이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오피스텔 전월세 전환율도 6%를 넘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 기준 지난 3월 전월세 전환율은 6.11%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 1월 6.01%로 처음 6%를 넘어선 이후 2월에도 6.07%를 기록한 바 있다. 전국 오피스텔 수익률 역시 3월 기준 5.3%를 기록하며 지난해부터 꾸준히 5%대를 유지하고 있다.

전월세 전환율은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했을 때 적용하는 비율이다. 예를 들어 전세금 1억원을 월세로 전환할때 전월세 전환율 6%를 적용할 경우, 세입자는 600만원을 12개월로 나눈 약 50만원을 매달 낸다. 전월세 전환율이 높을수록 월세가 비싸지는 구조다.

오피스텔 월세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전세사기 여파로 전세 대신 월세를 선호하는 현상이 늘었고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전세대출 이자 부담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상적으로 오피스텔이라는 부동산 상품은 월세 수입이 주목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원래 목적대로 오피스텔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매경이코노미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에 위치한 오피스텔 ‘덕수궁디팰리스’. (윤관식 기자)


수익률 늘었다고 하지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지 미지수

월세 수익률 상승과 함께 관련 규제 완화, 공급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오피스텔 투자를 주목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정부는 올해 1·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신축 오피스텔(2025년까지 준공)을 포함한 소형 주택은 취득세, 양도세, 종부세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전용 60㎡ 이하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청약 시장에서 오피스텔 수요자 관심이 늘어난 이유 중 하나다.

건축비 상승 등으로 오피스텔 공급이 한동안 끊길 것이라는 분석 역시 오피스텔 시장을 다시 보게 되는 배경으로 꼽힌다. 시장조사 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오피스텔 입주 예정 물량은 3073실로 집계됐다. 지난해(1만4305실)의 4분의 1 수준이다.

내년은 공급 부족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내년 예상 입주 물량은 1803실 수준으로 평년 대비 공급 물량이 10~20%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일부 오피스텔이 성공적으로 분양했다고 ‘오피스텔 시장 전반이 살아나고 있다’는 인식은 매우 위험하다고 조언한다.

오피스텔과 같은 수익형 부동산은 기본적으로 고금리 기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전월세 전환율과 수익률이 높아졌다는 점이 오피스텔 청약 수요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는 하지만 청약 시장 외에 일반적인 매매 시장이나 경매 시장을 보면 오피스텔 수요가 완전히 살아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인 경매 시장에서 오피스텔 매물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 역시 생각해볼 부분이다.

올해 1분기 경매 시장에 나온 전국 오피스텔은 총 427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774건)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낙찰률은 15.2%로 지난해 같은 기간(23.8%) 대비 큰 폭으로 떨어졌다. 낙찰가율 역시 2022년 73%에서 지난해 66.2%, 올해 65.4%로 하락했다.

경희궁유보라는 입지와 가격 경쟁력 모두를 갖춘 상품이었기 때문에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다른 지역 오피스텔 시장은 여전히 침체돼 있다.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수익형 부동산인 오피스텔 시장이 회복되는 것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매경이코노미

강승태 감정평가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7호 (2024.05.01~2024.05.07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