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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사설]“우리가 왜 부자 나라 한국을 지켜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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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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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주한미군 지원을 위해 한국이 더 많이 부담하지 않으면 미군을 철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주간 타임이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국에서 부대를 철수할 것이냐’는 질문에 “한국이 우리를 제대로 대우하길 원한다”며 “우리 병력 4만 명(실제로는 2만8500명)이 위험한 위치에 있다. 이것은 말이 안 된다. 왜 우리가 누군가를 방어하느냐. 우리는 지금 아주 부유한 나라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은 새삼스럽지 않다. 이미 트럼프 1기 시절 주한미군 감축을 지렛대 삼아 방위비 분담금을 5배로 증액하라고 압박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다. 그런 무리한 요구 때문에 한미 양국 정부는 제때 협상을 타결하지 못해 1년 반의 분담금 협정 공백 사태가 벌어졌고,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뒤에야 협상을 끝냈다. 한미 정부가 이달 분담금 협상을 조기에 시작한 것도 그런 ‘트럼프 리스크’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미가 서둘러 분담금 합의를 이뤄내도 ‘트럼프 2기’가 현실화하면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한미 연합훈련과 전략자산 전개 비용까지 청구서에 포함하려 할 수 있다. 트럼프 측 인사들은 벌써 “주한미군 2만8500명이 필요한지 솔직하게 얘기할 때가 됐다” “주한미군을 중국 견제에 활용하는 대신 한국의 핵무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주한미군의 감축 또는 역할 변화를 주장하고 있다.

동맹도 철저하게 거래 관계로 접근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식은 비단 한국에 대해서만이 아니다. 그는 얼마 전 국내총생산(GDP) 2% 방위비 약속을 지키지 않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들에 대해 ‘러시아의 처분에 맡기겠다’는 발언을 해 파문을 일으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에도 “만약 돈을 내지 않는다면 (방어를)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한다”라고 단언했다.

6개월 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은 여전히 반반이다. 하지만 유럽을 비롯한 많은 미국의 동맹국들은 자체 방위력 강화에 나서며 한층 사납고 거칠어질 ‘트럼프 2기’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미 간 직거래라도 다시 시도한다면 우리 안보는 그 협상판의 흥정거리가 될 수도 있다. 자강(自强)의 노력에 충실하면서 어떤 변수에도 휘둘리지 않는 필수불가결한 동맹이 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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