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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66년 역사 대한극장 폐관소식에 영화계 “한국영화 추락 알리는 경종이자 방증” [SS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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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대한극장. 사진 |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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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대한극장이 대중의 마음 속에서 떠났다 해도 폐관은 한국영화의 추락을 알리는 경종이자 방증이다.”(변영주 감독)

충무로를 상징하는 대한극장이 66년만에 폐관한다. 대한극장을 운영하는 세기상사는 지난달 29일 전자공시에 대한극장 영업을 9월30일 종료한다고 신고했다.

세기상사는 “극장사업부 영화상영사업의 패러다임 변화로 인한 지속적인 적자해소”와 “회사소유자산의 효율화 및 사업구조개선”이라고 밝혔다. 대한극장이 문을 닫으면 서울의 단관 극장 시대는 완전히 막을 내리게 된다.

이에 영화계는 “한국영화계 추락이자 K컬처의 위기”라고 입을 모았다.

변영주 감독은 1일 ‘스포츠서울’과 전화통화에서 “영화는 이제 핫미디어를 지나 쿨미디어로 가고 있다. 적어도 쿨미디어가 되지 않기 위해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 자본 권력을 가진 대기업이 이제라도 한국영화 발전을 위해 뭐라도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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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배우 설경구, 황정민, 조승우 등을 배출한 한국 소극장 문화의 상징 ‘학전’도 창립 33주년만에 문을 닫았다. 국내 최초 극장으로 알려진 인천 소재 애관극장도 역사 속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국내 두 번째 영화관으로 알려진 전라도 광주의 광주극장도 어렵게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전통적 가치를 지닌 대중문화의 상징적인 공간이 하나 둘 없어지는 가운데 대한극장마저 폐관하면서 ‘K컬처 위기론’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한국영화의 전통, 문화의 전통이 종말을 고한다는 뜻”이라며 “역사와 전통을 지키는 데 국가 예산 투입은 물론 다양한 노력이 필요한데, 그저 자본의 논리로만 굴러가고 있다. 해외에서는 한국문화를 찬양하지만, 정작 우리 내부에서는 문화적 가치를 속수무책으로 방치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대한극장 폐관”이라고 씁쓸한 마음을 드러냈다.

미국 유명 제작사 20세기 폭스가 설계한 대한극장은 1958년 당시 국내 최대 규모로 개관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70mm 영화를 볼 수 있는 스크린과 영사 시스템을 도입했다. ‘벤허’(1959), ‘사운드 오브 뮤직’(1969), ‘킬링필드’(1985) 등 대작 영화들이 국내에 처음으로 상영된 공간이기도 하다.

영화사들이 모여있는 충무로에 위치해 영화인들에게 꿈의 공간으로 꼽히기도 했다. 인근 명보극장, 스카라 극장과 더불어 충무로를 대표하는 3대 영화관으로 자리매김했다. 명보극장과 스카라극장이 폐관한 가운데 묵묵히 자리를 지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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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극장. 사진|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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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대기업 자본 중심의 멀티플렉스가 들어오면서 사업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2002년 말 11개 상영관을 갖춘 멀티플렉스로 재개관했다. ‘올드보이’, ‘주먹이 운다’ 등의 영화가 대한극장에서 상영하며 한동안 ‘시사회의 메카’로도 불렸지만, 2008년을 끝으로 10여년 적자를 이어갔고, 끝내 멀티플렉스의 기세에 밀려 만회에 실패했다.

한편 내년 4월 재개관하는 대한극장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머시브 공연인 슬립노모어를 ‘수익 공유’ 방식으로 유치한다. 슬립노모어는 관객들이 원하는 인물을 찾아 자리를 이동하며 연극을 보는 독특한 형식의 공연이다. 슬립노모어는 대사가 없으며, 관객들은 입장시 가면을 써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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