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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뼈 보일 정도로 다친 K3 선수, 구급차 대신 승합차 이송... 팬들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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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난 27일 목포국제축구센터에서 열린 2024 K3리그 목포FC와 강릉시민축구단 간 경기에서 강릉시민축구단 선수들이 쓰러진 박선주 선수를 부축하고 있다. 왼쪽에는 그를 태울 스타렉스 차량이 대기하고 있다. /KFA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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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프로 축구 K3리그에서 경기 중 부상을 당한 선수가 구급차 대신 승합차에 실려나가는 등 적절한 응급조치를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축구 팬들은 “하부리그의 열악한 현실을 보여줬다”며 대한축구협회에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사고는 지난달 27일 전남 목포국제축구센터에서 열린 목포FC와 강릉시민축구단의 2024 K3리그 7라운드 경기에서 발생했다. 이날 선발 출전한 강릉시민축구단 주장 박선주(32)는 전반 34분 공중볼 경합 중 상대 선수와 머리를 부딪히고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박선주는 피부 안쪽 두개골이 보일 정도로 이마가 깊게 찢어졌고, 뇌진탕 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문제는 박선주를 이송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고통스러워하는 박선주를 보고 동료 선수들은 다급히 구급대원을 요구했는데,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어린 요원 4명이 들것을 들고 달려온 것이었다. 이들은 선수 15세 이하의 유스 선수들이었다. 당시 중계화면에는 어린 요원들이 들것에 실린 박선주를 제대로 들어올리지 못하고 몇 걸음 가다 내려놓는 모습이 포착됐다.

박선주는 들것에 실려 겨우 터치라인 밖으로 이동했으나, 이후 구급차가 아닌 일반 승합차가 그를 이송하러 들어왔다. 승합차 트렁크에는 들것을 실을 공간이 없어 박선주는 부축을 받아 직접 걸어서 승합차야 타야했다. 차량에 동행하는 의료진은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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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것을 가져오는 유스 선수들/ KFA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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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은 구급차를 요청했지만 경기 감독관은 구급차가 경기장을 이탈할 경우 경기를 일시 중단해야 한다며 난색을 보였다고 한다. 이에 박선주는 예비용으로 대기하던 일반 승합차를 이용했다. 박선주는 승합차로 목포 기독병원에 도착했으나, 봉합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안내를 받고 다시 상급병원인 전남대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는구단이 직접 빌린 사설 구급차로 도착한 병원에서 무사히 수술을 마칠 수 있었다.

박선주의 아내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선수가 의식을 잃고 뼈가 보일 정도로 다쳤는데, 심판이 경기를 중단할 수 없어 구급차를 못 불러준다니”라며 “선수 보호보다 경기가 중요한 건지. 사고 후 2시간이 넘어 병원에 도착했는데 이게 있을 수나 있는 일인가”라며 리그 운영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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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당한 박선주 선수/박선주 아내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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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K3·4리그 운영 규정에 따르면, 홈팀은 경기장 내에 자동제세동기 및 산소호흡기가 준비된 응급 구조 차량 1대와 예비 차량(사무국 차량)을 반드시 배치해야 한다. 구급차를 2대 이상 배치하는 것은 ‘적극 권장한다’고 안내돼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주관하는 K리그(K1·2리그)에선 최소 2대 이상의 구급차를 배치하도록 돼 있다. 당초 규정에는 구급차가 몇 대 있어야 하는지 조항이 없었다. 그러나 2015년 9월 광주FC 대 인천 유나이티드전에서 다친 정준연을 이송하러 구급차가 떠나고, 예비 구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20분가량 경기가 지연된 적이 있었다. 이를 계기로 프로축구연맹은 2021년부터 ‘2대 이상’이라는 내용을 추가한 바 있다.

강릉시민축구단은 “내실있는 리그 운영을 위해서라도 협회에서는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최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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