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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식당 소주에서 경유냄새가…사장님 애타는데 업체 '나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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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상 오른 소주에서 "경유 냄새가 난다"

업체 측도 인정…16병 중 12병 회수해 가

자영업자 "업체 측이 대응 부실하게 했다"

납품받아 손님상에 오른 소주에서 경유 냄새가 나 회사 측에 원인 규명을 요청한 자영업자의 사연이 알려졌다.

지난 2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판매 중인 소주에서 경유가 발견되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은 2일 9시 기준 조회수 8만700회, 추천수 1200회를 기록할 정도로 큰 화제가 됐다. 서울에서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작성자 A씨는 "지금까지 10년 넘게 장사하며 술로 인해 문제가 생긴 적은 없었는데, 4월 초에 술을 마시던 손님분께서 '소주에서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고 운을 뗐다.

A씨는 "냄새를 맡아보니 정말 경유 냄새가 났다"며 "이때 주변 손님 모두가 쳐다보고 계셨고, 다른 자리 손님이 냄새를 맡은 것까지 폐쇄회로(CC)TV에 녹화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황했지만 '한 병만 불량품이겠지' 싶은 마음에 환불해 드렸고, 손님을 진정시켜드렸다. 이후 일을 끝내고 가족끼리 소주를 마시고 있었는데 비슷한 냄새가 나서 냉장고와 받은 주류를 다 확인하니 약 20병 정도의 술들이 기름에 절여져 있었다"며 "뚜껑을 따 보니 경유 냄새 그 자체였다. 어머님은 경유에 절여진 소주를 한 병 다 드셨는데, 속이 좋지 않고 어지러웠으며 경유를 마셨다는 마음에 불안하고 며칠 동안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바로 병원을 찾기도 했다"며 상황을 설명했다.

A씨는 "주류 제조업체에 연락하니, 처음에는 방문하지도 않았다"며 "계속 연락하니 큰일이다 싶었는지 바로 오셔서 소주 냄새를 맡으셨다. 이후 '이건 경유가 섞인 거다'라고 인정까지 했다"라며 "업체에서는 피해 본 것은 보상해주겠다고 말했고, 16병 중 12병을 회수해가셨다. 나머지 4병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 저희가 가지고 있겠다고 했다"고 말하며 상황이 일단락되는 줄 알았다고 한다.
아시아경제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는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하지만 2주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업체 측에서 걸려 오는 연락은 없었다. 이에 답답해진 A씨가 업체 측에 다시금 연락을 취하자, 업체는 "피해자분 가족이 직접 신고를 한다고 하셔서 저희는 하지 않고 있었다"고 말했다. A씨는 "원래는 가게에 차장이 오기로 하였는데 그날 휴가라 부장이 왔다고 했고, 차장이랑 통화를 한 결과 소주는 저희가 주지 않아서 회수한 적이 없다고 부장이 차장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저희는 피해자분이 드신 소주병을 드리지 않고, 대신 저희가 먹은 소주병에 피해자분이 드신 소주를 따라서 가져가라고 했는데 이해가 되질 않는다"며 "소주 증거가 떡하니 다 있는데 증거를 주지 않아서 가만히 있었다는 태도가 너무 화가 난다. 소주를 12병이나 가져갔고, 보상 받기 보다는 어떻게든 책임져서 해결해주겠다는 업체의 말 바꿈에 기분이 너무 나쁜데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우리가 먹는 소주에 경유라니", "여러 병에서 경유가 나온 거면 전국적으로 유통되었을 것 같다", "경유를 먹었다니, 다음에도 건강 관리 잘하셔야 할 것 같다", "내가 먹는 소주에서 경유가 나올까 봐 무섭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현직에서 일하고 있다는 누리꾼 B씨는 "휘발성이 강한 기름과 소주를 같은 공간에서 보관하다 보면 저런 현상이 발생한다"며 "보통 도매장에 오래 보관되거나 가게에서 같이 보관할 때 발생한다. 드시지 마시고 바로 교환 받으시라"라고 조언했다.

앞서 지난 2013년에도 소주에서 경유 성분이 검출됐다. 청주의 한 음식점에서 술을 마시던 손님이 "소주병에서 휘발유 냄새가 난다"고 신고하자 경찰은 손님 일행이 마시던 소주와 식당이 보관하던 소주 15병을 수거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성분 분석을 의뢰해 8병에서 경유 성분이 검출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당시 경찰은 "문제가 된 소주를 마시고 병원으로 후송됐던 피해자가 모두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진료 결과를 받았다"며 "유통 과정에서 과실 때문에 경유가 소주에 혼입됐다고 하더라도 과실치상에 해당하지 않아 수사에 실익이 없다"며 내사 종결했다.

고기정 인턴 rhrlwjd031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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