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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조지아, 언론·시민단체 통제법 반대시위 가열…정부와 정면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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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조지아의 언론·시민단체 통제법 제정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2일(현지시각) 새벽 수도 트빌리시의 의회 건물 봉쇄를 시도하자 경찰이 물대포를 쏘고 있다. 트빌리시/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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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해 동부의 옛 소련 국가 조지아에서 러시아식 언론·시민단체 통제법 반대 시위가 가열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17일 이후 매일 벌어지고 있는 시위를 최루탄까지 동원해 강경 진압했고 의회는 법 통과 강행 움직임을 보이면서, 사태는 정면 대결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조지아 경찰이 1일(현지시각) 의회의 ‘외국 대리인 법’ 심의에 항의하기 위해 의회 건물 주변으로 몰려든 시위대를 물대포, 최루탄 등을 동원해 해산시켰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수천명에 이르는 시위대는 이날 밤늦게까지 수도 트빌리시 거리 곳곳에서 시위를 벌였고, 일부는 2일 새벽까지 의회 건물 봉쇄를 시도하며 경찰과 맞섰다. 이날 시위는 조지아 사상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였다고 통신은 전했다.



조지아 보건부는 시위 진압 과정에서 경찰을 포함해 11명이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알렉산드레 다라흐벨리제 내무부 차관은 전날에만 63명의 시위대를 체포했다며 시위대가 의회 건물 진입을 시도하면서 다양한 물건으로 경찰들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친서방 야당인 ‘통합국민운동당’의 레반 하베이슈빌리 대표는 전날 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에게 맞아 부상을 당했다고 당 관계자들이 밝혔다. 그는 이날 아침 코와 이마에 밴드를 붙인 채 의회로 들어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의회는 이날 외국 대리인 법에 대한 2차 심의(독회) 뒤 법안을 찬성 83표, 반대 23표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3차 심의를 통과하면 최종 확정된다. 이라클리 코바히제 총리는 최종 표결이 이달 중순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법안은 전체 예산 가운데 20% 이상을 외국의 지원으로 확보하는 언론이나 비정부기구는 정부에 “외부 세력의 이익을 추구하는 기관”으로 등록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는 러시아 정부가 반정부 기관들을 통제하기 위해 2012년 제정한 법과 아주 유사해, 반대하는 쪽에서는 이 법을 ‘러시아식 법’으로 부른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외국 대리인’이라는 표현은 동유럽 등에서는 냉전 시절의 ‘외국 간첩’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시민들의 반감은 더욱 크다. 시위에 참가한 시민 카토 살루크바제는 에이피 통신에 “우리 부모들이 겪은 소련 정권을 원하지 않는다”며 “모두가 거리로 나와 러시아식 법에 반대하고 유럽 지지를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친유럽 성향의 살로메 주라비슈빌리 대통령은 이 법안이 의회에서 최종 확정되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여당은 의회 표결을 통해 거부권을 무력화시킬 것이라고 코바히제 총리는 공언했다.



유럽연합(EU)은 조지아 정부의 강경 진압을 비판했다. 주제프 보렐 유럽연합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이날 소셜미디어에 쓴 글에서 “조지아는 유럽연합 가입 후보국이다. 평화적 집회 권리를 보장할 것을 당국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초 유럽연합은 조지아가 이 법을 통과시킬 경우 조지아의 유럽연합 가입에서 중요한 검토 항목의 하나인 언론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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