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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美석유업계 몸집 부풀리기 ‘속도’…“엑손모빌 M&A, 조건부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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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경쟁당국이 자국 최대 에너지 업체인 엑손모빌의 초대형 인수합병(M&A)을 조건부 승인할 전망이다. 지난해 업계 합종연횡 붐을 주도한 엑손모빌의 반독점법 조사가 큰 이변 없이 마무리될 경우 타 업체의 인수 건에도 속도가 붙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아시아경제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스콧 셰필드 전 파이오니어 최고경영자(CEO)가 엑손모빌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 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엑손모빌의 파이오니어내추럴리소시스 인수를 승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엑손모빌은 지난해 10월 600억달러에 파이오니어를 인수한다고 발표했고, FTC는 연말부터 이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진행해왔다. FTC는 이르면 이번 주 후반께 엑손모빌 측에 셰필드 전 CEO를 이사회에서 제외하는 조건부 승인 방침을 공식적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현재 FTC는 셰필드 전 파이오니어 CEO가 석유 가격을 올릴 수 있는 공모 활동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셰필드 전 CEO가 가격 및 생산량 등 석유 시장과 관련한 수백 통의 메시지를 석유수출국기구(OPEC) 대표에게 보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엑손모빌 역시 셰필드 전 CEO를 이사회에서 제외하는 데 합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합의서 제출 시 엑손모빌의 인수 작업은 수일 내 마무리될 예정이다. 엑손모빌 대변인은 "FTC와 매우 철저한 검토를 진행 중"이라며 "건설적인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엑손모빌의 파이오니어 인수는 1990년대 후반 이후 최대 규모의 화석 연료 업계 메가 딜로 기록될 전망이다. 엑손모빌은 이번 인수를 통해 미 서부 텍사스주에 위치한 퍼미안 분지 미들랜드 유전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다.

이번 인수는 지난해 업계 내 M&A 바람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엑손모빌의 발표에 이어 지난해 말 셰브런이 헤스를 530억달러에, 옥시덴탈 페트롤리움이 크라운록을 108억달러에 인수하기로 게 대표적이다. 이듬해인 올해 1월엔 체사피크가 사우스웨스턴에너지를 74억달러에 사들인다고 발표했다.

FTC는 이와 관련, 이들 기업에도 반독점 조사를 위한 추가 정보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주요 외신은 반독점 전문가들의 전망을 인용해 “정유 및 소매 업체가 아닌 생산 업체 간 합병이기 때문에 FTC가 제동을 걸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그간 화석 연료 업계와 자주 충돌해 왔지만 업계 M&A가 마무리 경우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업계 내 합병 움직임이 원유 생산 비용을 낮춰 유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제 유가는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 간 확전 위기가 누그러지며 주춤하고 있으나,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로 인해 올 들어서만 10% 안팎 뛴 상태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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