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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3차대전’이 쉽게 언급되는 시대...돈은 ‘공포’ 향해 흘렀다 [투자, 지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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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전쟁 이어질 대규모 전쟁 아닌

세계 각 지역 다수의 전쟁 진행중

한반도 1등급 전쟁위험지역 분류

세계 각국 ‘군비 레이스’ 가속페달

‘죽음의 상인’ 군산복합체들엔 기회

美·유럽 방산 주가 뚜렷한 상승세

헤럴드경제

외교 전문가 마이클 바티키오티스는 세계 각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다수의 전쟁을 “제3차 세계대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제목의 칼럼으로 표현했다. 지금도 세계 각국이 군비 확충 레이스에 가속페달을 밟은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에 상장된 방위산업체의 주가는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가운데 사진) JP모건 회장은 잇따른 전쟁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위험한 순간을 마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이터·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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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차 세계대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Welcome to World War Ⅲ).”

충격적인 이 말은 외교 전문가 마이클 바티키오티스 인도주의적 대화센터(Center for Humanitarian Dialogue) 수석 고문이 미 외교전문지 디플로맷(The Diplomat)에 기고한 칼럼의 제목이다.

과거 중국 베이징에서 만난 러시아 외교정책 전문가 표도르 루캬노프가 자신과 만난 자리에서 “제3차 세계대전이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쓴 글이다.

당시 루캬노프는 바티키오티스 고문에게 ‘제3차 세계대전’은 곧장 ‘핵전쟁’으로 이어질 만한 대규모 전쟁 한 건으로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연쇄적인 형태로 세계 각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다수의 전쟁들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 전 세계의 모습은 루캬노프가 말했던 그 모습과 너무나도 닮아있다는 점이 사람들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는 것이 바티키오티스 고문의 설명이다.

실제로 ‘제3차 세계대전’으로 불릴 사건이 발생하기 전이라고 하더라도, 1945년 막을 내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글로벌 ‘열전(熱戰, 무력을 사용하는 전쟁)’의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평가는 많은 전문가들의 입에서 속속 나오고 있다.

▶전쟁 위험 ‘1등급’ 지역으로 지목된 한반도=많은 한국인들에게 여전히 ‘전쟁’으로 대표되는 ‘정치·군사적 폭력’ 행위는 뉴스를 통해서만 볼 수 있는 먼 나라 이야기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국제 분쟁을 분석·감시하는 수많은 전문 기관과 비정부기관(NGO)의 연구 결과는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점을 확실시 보여주고 있다.

‘무장분쟁 위치 및 사건 자료 프로젝트(ACLED)’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전세계 인구 6명 중 1명은 군사 분쟁에 노출돼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인구 각자의 반경 5㎞ 이내에선 정치적 폭력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ACLED의 설명이다.

2019년과 비교했을 때 작년 연말까지 전쟁으로 대표되는 정치적 폭력의 발생 횟수는 22%나 증가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미국외교협회(CFR) 산하 방지행동센터(CPA)가 실시한 ‘2024년 안보위협 우선순위 조사’에선 세계 30개 지역을 1~3등급으로 나눠 분쟁 발생 위험 지역이라 지적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한반도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총 8개로 구성된 ‘1등급 위험지역’으로 꼽혔단 점이다.

헤럴드경제

▶트럼프도, 푸틴도 입에 올린 ‘제3차 세계대전’=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미주 등 대륙을 가리지 않고 군사적 충돌과 정치적 폭력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세계 군사력 최강국 지도급 인사들의 발언이 확전 방지와 긴장 완화보다는 강경 일변도라는 점도 큰 리스크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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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오는 11월 대선에서 4년 만에 ‘리턴매치’를 치르게 된 도널트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제3차 세계대전’이란 단어를 자주 입에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모아 놓은 홈페이지 ‘어젠다(agenda)47’ 상에서도 ‘예방(prevention)’을 위한 것이라는 전제가 있긴 하지만, ‘제3차 세계대전’이란 단어를 명시적으로 내세운 제목의 공약을 비롯해, 몇몇 안보 공약 속에 ‘제3차 세계대전’을 언급하는 부분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미국과 함께 글로벌 양대 핵무기 보유국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대선에서 5선 고지를 확정한 후 러시아와 미국을 비롯한 나토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적 군사 개입에 따른 충돌 가능성은 “본격적인 제3차 세계대전에서 불과 한 걸음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는 분명한 사실”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토 군대가 이미 우크라이나에 주둔하고 있고, 러시아군이 전장에서 영어와 프랑스어가 쓰이는 것을 들었다고도 덧붙였다.

▶작년 전 세계는 군사비에 3358조원 쏟아 부어=군사적 위협이란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슴지 않고 지갑을 여는 전 세계 각국의 ‘군비 확충’ 레이스는 제대로 가속페달을 밟는 모양새다. 글로벌 군비 경쟁에 대해 연구 중인 주요 싱크탱크들의 연구 결과를 통해서는 지난해 군비 지출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스웨덴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국가들이 지출한 군사비는 2조4430억달러(3358조원)로 집계됐다. SIPRI가 관련 집계를 하기 시작한 이후 사상 최대치다. 1년 전에 비해선 6.8%가 증가한 수치다. 5년 전인 2018년 기록한 1조8220억달러(2504조원)와 비교하면 34.08%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독보적인 군사비 지출액 1위 자리를 꿰찬 미국의 지난해 군사비 지출액은 전년 대비 2.3% 늘어난 9160억달러(1259조원)에 달했다.

미국의 뒤를 2위 중국(2960억달러, 407조원), 3위 러시아(1090억달러, 150조원)가 따랐다. 이들 국가 국방 지출액의 특이점은 최근 10년간 국방비 증액률이 미국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한국의 지난해 군사비 지출액은 479억달러(66조원)로 글로벌 11위 수준이었다. 1위 미국의 5.23%에 불과했지만, 전 세계 군사비 지출액의 2%나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글로벌 안보 불안의 여파에 대해 눈 여겨 볼 지점은 그동안 지정학적 리스크에서 한발 떨어져 있던 것으로 보였던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실존적 군사 위협에 직면하며 군사비 증액에 적극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만큼,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에 대한 공격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첫 번째 타깃이 될 것으로 분석되는 폴란드(2023년 군사비 지출액 316억달러, 43조원)의 전년 대비 군사비 지출액 증액률은 75%에 이르렀다.

실존하는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처하는 대만의 움직임도 매우 구체적이다. 지난해 166억달러(23조원)를 기록한 대만의 국방비는 1년 전 대비 11%, 10년 전 대비 56% 증액된 수준이다. 이 덕분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군사비 비율도 2014년 1.8%에서 지난해 2.2%로 늘어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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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먹고 급성장한 전 세계 큰 손 ‘죽음의 상인’들=전쟁이란 암운이 전 세계를 뒤덮고 있다는 것은 ‘군수 산업’에게 있어선 기회의 문이 어느 때보다도 넓어지고 있다는 말과 동의어인 게 현실이다. 속칭 ‘죽음의 상인’으로 불리는 ‘군산복합체(軍産複合體)’로선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기회가 열리고, 이들 기업에 투자하려는 심리 역시 강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환경이 조성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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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1위 방위산업체인 록히드마틴은 올해 1분기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한 172억달러(24조6483억원), 주당순이익(EPS)은 6.39달러를 기록했다. 이 수치들 모두 미국 월스트리트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매출액 160억달러, EPS 5.78달러를 각각 7.5%, 10.6% 상회한 결과치다. 특히, 투자업계에선 록히드마틴의 올해 1분기 수주 잔고가 약 1590억달러(220조원)에 이른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는 올해 예상 매출액을 기준으로는 3년치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글로벌 지정학적 불안 고조가 록히드마틴이 앞으로 3년간 먹고 살 수 있는 수준의 수주액을 안겨준 셈이다.

이 덕분에 록히드마틴에 대한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목표주가도 상향 조정되고 있다. 도이체방크(DB)는 목표주가는 기존 467달러에서 487달러로 올려 잡았다.

올해 2월 14일(현지시간) 418.19달러로 연중 최저점을 찍은 록히드마틴 주가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459.14달러까지 9.79%나 올랐다.

이 같은 주가 흐름은 미 증시에 상장된 다른 대형 방위사업체들 역시 마찬가지다.

노스롭그루먼의 지난 24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주가는 474.57달러로 올해 1월 25일(현지시간) 기록한 연중 최저가(434.55달러) 대비 9.21% 올랐다. 제너럴 다이내믹스의 주가도 연저점인 지난 1월 23일(현지시간) 249.37달러와 비교했을 때 24일(현지시간) 종가 281.11달러까지 12.73% 상승했다.

군비 확충에 ‘진심’인 유럽 지역 증시에 상장된 방산업체주의 주가 상승세는 훨씬 더 뚜렷하다. 영국 런던증시에 상장된 BAE 시스템즈는 올 들어 지속적으로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연초(1116파운드) 대비 24일(현지시간) 종가인 1332.50파운드까지 주가는 19.36%나 올랐다. 함께 영국 런던증시 상장 종목인 롤스로이스홀딩스 주가도 올해 들어서만 36.56%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프랑스 탈레스, 독일 라인메탈의 연중 주가 상승률도 각각 17.68%, 70.92%에 이르렀다.

빅터 알라드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유럽 국방비 지출이 ‘슈퍼 사이클’의 한 가운데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골드만삭스는 유럽 국방비 연평균 증가율이 과거 대비 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진 연평균 3%에 머물렀지만, 2022년부터 2027년까지 4.5% 상승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현지에서는 이보다 급진적인 분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적 추세에 따라 국내 증시에서도 방산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월 들어 지난 26일 장 종료 시점까지 풍산 주가는 24.55%나 상승했고, 한화오션(17.75%), 한화시스템(16.13%), 한화에어로스페이스(14.91%), 현대로템(11.82%) 등의 주가가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美 월가의 황제 “세계 경제, 2차대전 후 가장 위험한 순간 마주할 수도”=특정 부문에 대한 투자의 기회가 열릴 수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전쟁은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면서 경제엔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월가(街)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최근 주주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에서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계기로 이전까지 전 세계가 전반적으로 더 강하고 안전해지고 있던 흐름이 뒤바뀌었다고 평가하면서 “잇따른 전쟁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위험한 순간을 마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다이먼 회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인류의 가장 큰 위협인 핵무기의 망령이 최후의 결정자로서 떠돌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를 위한 최선의 보호책은 지구상 가장 강력한 군대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일을 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라고 강조했다.

당장 중동 지역 전역을 채우고 있는 포연(砲燃)은 국제유가 상승을 유발, 그렇잖아도 ‘끈끈한(sticky)’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더 고착화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현지시간) 세계은행(WB)은 상품시장전망 보고서를 통해 중동 지역 산유국 한 곳 또는 그 이상이 갈등에 휘말려 하루 원유 공급이 300만배럴 차질을 빚으면 평균 유가가 배럴당 102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인데르미트 길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세계가 현재 취약한 순간에 놓여 있다”면서 “대규모 에너지 충격이 지난 2년에 걸친 인플레이션 억제 노력을 수포로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에선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경기불황 속 물가상승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 상태)’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가장 선호하는 물가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올해 1분기 3.4% 증가하면서 작년 4분기의 1.8%를 크게 상회한 가운데,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가 1분기 3.7% 증가하면 전문가 예상치(3.4%)를 웃돌았다. 이런 가운데 올해 미국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속보치)은 연율 1.6%로 작년 4분기(3.4%)의 반토막 수준으로 크게 둔화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의 1분기 전망치(2.4%)보다 한참 낮았다는 점도 충격으로 다가왔다. 고(高)금리가 경기를 짓누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동시에, 높은 인플레이션 탓에 쉽사리 금리 인하에 나설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PCE 가격지수 2% 상승’이란 목표 달성을 최우선시하는 미 연준이 금리 인하 개시 시점을 더 늦추고, 인하 수준도 더 줄일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것은 ‘위험자산’의 대표격인 글로벌 증시와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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