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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미·일·호주 협력 공고히하며…대중 외교 공간도 찾아야 하는 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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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커스 협력' 등 공식화…'소다자 협의체' 韓 기여 확대

中과 '충돌' 지점도 넓어져…대중 '관리 외교' 가동 필요

뉴스1

신원식 국방부 장관(오른쪽 첫 번째)이 1일 호주 멜버른에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 및 호주 외교·국방장관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페니 웡 호주 외교장관, 리처드 말스 부총리 겸 국방장관, 조태열 장관, 신원식 장관. (국방부 제공) 2024.5.1/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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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한국이 호주 등 인도·태평양 지역 내 유사입장국들과의 협력을 한층 더 강화하기로 했다. 동시에 대중 외교를 넓히는 시점에서 인태지역 외교에서 입장이 충돌할 수 있는 중국에 대한 관리 외교가 더욱 세밀해질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지난 1일 호주 멜버른에서 제6차 한·호주 외교·국방장관(2+2)회의를 개최하고 △인태지역 △국방·안보 △글로벌 △경제 △인적교류·문화 등 분야에서의 협력을 공고히 하기로 했다.

특히 미국, 영국, 호주 3국의 군사동맹인 오커스(AUKUS)의 '필러(pillar) 2' 협력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는데, 이는 오커스에 대한 한국의 '기여'를 위한 초석을 놨다는 평가가 가능한 부분이다.

오커스는 지난 2021년 미국 주도로 출범했다. 호주가 미·영 양국의 도움으로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개발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데, 그 때문에 대(對)중국 견제 성격이 상당히 선명한 협의체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오커스는 원자력 잠수함을 호주에 제공하는 '필러 1'과 양자컴퓨팅, 해저, 극초음속, 인공지능, 사이버 안보 등 8개 분야를 협력국과 공동 개발하는 '필러 2'로 협력 분야를 나누고 있다.

최근 오커스는 '필러 2' 분야에서 일본과의 협력 강화를 추진한 데 이어 한국, 캐나다, 뉴질랜드까지 파트너로 추가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

한·호주 양국은 2+2회의 공동성명에서 "양측은 역내외 안보·안정을 지원하기 위한 오커스 파트너십의 기여를 인정했다"라며 "한국은 오커스 국가들이 '필러 2' 선전 역량 프로젝트와 관련 추가 파트너국들과의 협력을 고려하고 있음을 환영했다"라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양자 동맹을 다수 구축하는 '바큇살형' 외교 구조에서 탈피해 소다자 협력체 틀을 기반으로 여러 층위를 구성하는 '격자형' 외교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촘촘한 '중국 견제 포위망'을 구축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미국은 또한 한국에 대해 '보호 동맹'이라는 의존적 성격에서 '투사 동맹' 즉, 전략적 목표를 위해 협력하길 원하고 있다.

호주는 미국의 중국 견제 구상의 '허브' 격이다. 호주는 오커스 외에도 '파이브 아이즈'(미국·캐나다·영국·뉴질랜드·호주로 구성된 정보동맹)를 비롯해 '쿼드'(미국·호주·일본·인도 참여 협의체) 등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과 오커스와의 협력 강화는 중국의 반발이 불가피한 부분이기도 하다. 이미 중국은 오커스의 존재와 활동 범위 확대 움직임 등에 "배타적 파벌"이라며 반발하는 입장을 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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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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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그간 미국 주도 협력체와의 협력을 강화할 때마다 "특정국을 겨냥한 게 아니다"라는 입장을 견지하며 중국 측엔 관련 입장을 설명하는 '관리 외교'를 해왔다.

지난해 8월 미국 대통령의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를 전후로 한중 외교채널을 통해 정상회의의 의미에 대해 중국 측에 설명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한미일이 3국 정상의 공동성명에 '중국'을 명시하며 양안(兩岸·중국과 대만)관계와 중국 측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따른 동남아시아 주변국과의 갈등에 관한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다.

이번 한·호주 2+2 회의는 정부가 소원했던 대중 외교를 정상궤도로 복원하려는 가운데 진행됐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이달 26~27일로 최종 조율 중인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전, 중국 방문을 추진 중이다. 또 올 들어 중국 지방정부의 책임자인 당 서기들이 연이어 한국을 찾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칫 중국의 반발이 다시 불거진다면 이번 정부에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의 접점을 찾는 것은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중국과의 관계는 첫 단추가 중요하다. 머뭇거리거나 우왕좌왕하면 더 힘들어진다"라며 "한국이 호주 등 유사입장국과 협력을 도모하는 건 북한 위협 대비가 주목적이라는 등의 내용을 중국 측에 충분히 설명해 줄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특히 (격자형) 체제 변환 과정에서 한국 입장에선 유사입장국과의 협력 도모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라며 "이를 강조하며 한국은 중국과의 충돌이나 군사적 대치를 생각하는 건 아니라는 걸 명백히 밝힐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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