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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출발부터 '삐거덕'…전공의 단체, '임현택 의협'과 갈라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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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9·4 의정합의' 관련 인사들 42대 집행부에 대거 합류

대전협 위원장 SNS 통해 우회 비판…의협 합류 쉽지 않을 듯

뉴스1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4.5.2/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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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천선휴 김규빈 기자 =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이 공식 취임했다. 임기는 전날부터 시작됐지만 근로자의 날을 피해 2일 취임식을 갖고 제42대 대한의사협회장으로서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하지만 임 회장의 의협은 시작부터 불협화음을 보이고 있다. 정부와 1대1 대화를 위해 임 회장이 취임 전부터 구상하고 있던 '범의료계 협의체'에 전공의 대표가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취임식을 열고 임 회장의 취임을 공식화했다.

임 회장은 취임사에서 "의협은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 정부 정책이 얼마나 잘못됐고 나아가 얼마나 한심한 정책인지 깨닫도록 하겠다"며 "의료농단, 교육농단을 바로잡는 날은 오늘 42대 의협 집행부가 출범하는 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갈등에 빠지고 분열되는 것은 우리를 상대하고 있는 정부가 원하는 것"이라며 "사분오열 패배주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하면서 철저한 통제 속에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게 정부의 간절한 바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와 42대 집행부 임원 믿고 협조해달라"며 "기울어질 대로 기울어진 대한민국 의료를 정상궤도에 올려놓는 그날까지 우리 42대 집행부 임원·직원들이 혼연일체 돼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임 회장의 바람과는 달리 임 회장의 의협은 출범부터 삐거덕대고 있다. 임 회장이 출범과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밝힌 범의료계 협의체에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이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박 위원장은 42대 집행부의 당연직 정책이사지만 이날 취임식에도, 취임식 1시간 전에 열린 이사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앞서 제42대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임기 시작을 하루 앞두고 정부와의 1대1 대화를 위해 의협, 의학회, 의대 교수, 전공의, 의대생 등으로 구성된 범의료계 협의체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당시 "정부가 비공식적으로 '5+4 의정협의체'를 제안한 것에 대해 집행부 출범 직후 범의료계 협의체를 구성해 정부와의 1대1 대화를 언제든지 즉각 시작할 수 있도록 대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다음날 곧바로 협의체 합류를 거부했다.

박 위원장은 "대전협은 임 회장과 범의료계 협의체 구성에 대해 협의한 바 없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역시 협의체 구성에 대해 논의한 바 없음을 확인했다"면서 "임 회장의 독단적인 행동을 심히 우려하고 있다. 전공의들은 지금까지 주체적으로 행동해왔고 앞으로도 자율적으로 의사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박 위원장은 또 같은 날 자신의 SNS에 "전국의사총연합(전의총)은 무엇인가요"라는 글과 함께 지난 2018년 당시 최대집 의협 회장이 당선 직후 집행부 인선을 마치고 본격적인 투쟁 준비를 끝냈다는 기사를 링크해 올렸다.

최대집은 지난 2020년 정부의 의대 증원 및 공공의대 신설에 맞서 의료계가 파업 등 집단행동에 나섰을 당시 의협 회장으로서 투쟁의 전면에 섰었다. 당시에도 전공의들은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고, 의대생들은 국시거부로 정부에 맞섰다.

이 투쟁의 결과물이 '9·4 의정합의'인데, 당시 최대집 의협 집행부는 정부와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회원들의 의견을 외면한 채 9·4 의정합의를 도출해 지금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최대집 전 의협 회장은 수많은 전공의와 의대생들에게 공공의 적으로 낙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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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협의회 비대위 긴급심포지엄'에 참석한 모습. 2024.4.30/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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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당시 최대집 의협에서 활동했던 집행부가 이번 임 회장의 집행부에 대거 합류했다는 점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2020년 전공의 파업을 망쳤던 주역들이 이번 임 회장 집행부에 다 들어갔다"면서 "강대식 상근부회장은 전의총 2기 대표이자 40대 의협 부회장이었고 박단 위원장이 링크한 기사에 등장하는 박종혁 총무이사도 이번 의협 집행부에 합류했다. 이밖에도 전의총 출신이자 최대집 집행부 사람들이 여전히 의협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의협 관계자는 "지금 전공의들은 과거 최대집 때의 사건을 다 경험한 친구들이다. 아직도 그 사태 기억이 생생한 거다. 그러니 신뢰성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정부가 일단 '2000명 포기할게'라고 하면 몰라도 전공의들은 공수표만 날리는 정부도 믿지 못한다. 그러니 여기 들어가봤자 되겠느냐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정부가 필수의료패키지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도대체 재원 마련은 어떻게 할 것이며, 그래서 전공의들에게 뭘 하겠다는 건지가 명확지 않다"며 "여전히 전공의들은 전문의 자격증 따고 갈 데가 없고, 병원 입장에서 돈 안 되는 필수과는 구색만 맞추고 있을 뿐 희망이 안 보인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임 회장은 박 위원장의 이 같은 움직임에 "생각이 좀 다를 수 있는데 그거는 당연한 것이라서 조율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박 위원장과 지속적으로 만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는 그럼에도 박 위원장이 협의체에 참여할 확률은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박 위원장 입장에선 본인이 전공의들의 수장인데 지금 밖에 나와 있는 전공의들에게 뭔가를 쥐여줄 게 있어야 하는데 지금 뭔가를 줄 게 아무것도 없지 않나"라면서 "임 회장이야 수사적 표현으로 말하는 것이지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각자 맡은 바 소임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협의 이탈뿐만 아니라 임 회장 본인이 받고 있는 수사도 임 회장이 의협을 이끌어나가는 데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임 회장을 의료법상 업무개시명령 위반, 업무방해 교사·방조 등의 혐의로 임 회장을 고발한 바 있다.

지난 26일엔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가 임 회장에 대한 긴급 압수수색을 진행하기도 했다. 압수수색 영장엔 임 회장이 사직서를 낸 전공의들에게 법률지원을 한 데 대한 증거 확보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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