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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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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수검사 중 숨진 영아, 허위 진단서 벌금형 받은 의사들... 대법 “다시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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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부검 전 기재한 사망원인 다르다 해서 고의 증명 어려워”

골수검사 도중 숨진 영아의 사망진단서를 허위로 발급한 의사 2명이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이 이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판결했다. 진단서를 작성한 시점에서 정확한 사망 원인을 파악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취지다.

조선일보

서울 서초구 대법원./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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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허위진단서작성‧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대학병원 소아과 교수 A(69)씨에게 벌금 500만원, 전공의 B(36)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각각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와 B씨는 2015년 10월 대학병원에서 급성백혈성 증세가 의심되는 생후 6개월 영아의 골수 채취를 위한 검사를 진행했다. 검사 도중 주삿바늘이 동맥을 찔러 영아는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A씨와 B씨는 이때 영아의 사망진단서에 사망 원인을 질병으로 인한 자연사로 허위 기재한 혐의로 기소됐다. 동맥이 파열돼 과다출혈로 숨졌다면 ‘외인사’로, 이런 사정을 몰랐다면 ‘기타 및 불상’으로 기재해야 하는데 이들은 사망 원인을 자연사로 기재했다고 한다.

1·2심 재판부는 “시술 도중 피해자가 사망한 것이 명백한데도 사망진단서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기재한 것은 그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어 “부검과 수사를 통해 피해자 사망원인이 명백히 밝혀진 점, 사망진단서 작성의 중요성과 올바른 작성 방법에 관한 의료계의 인식이 매우 부족한 현실 등을 감안했다”며 벌금형을 선고했다.

1‧2심 재판부는 이들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1·2심은 “골수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복강 내 출혈이나 수술에 사용된 진정제의 부작용으로 인한 후유증 모두 혈압 저하, 맥박수 증가, 산소포화도 감소의 증상을 일으킬 수 있어 증상만으로 이를 구별하기가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대한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며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은 이들의 허위진단서작성 혐의에 대해서도 다시 판단해야 된다고 봤다. 대법원은 “부검으로 확인된 최종적 사인이 부검 전 작성된 사망진단서의 사망 원인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망진단서 기재가 객관적으로 진실에 반한다거나, 작성자가 그런 사정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함부로 단정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이어 “의사가 기재한 사망 원인이 부검 결과 확인된 사망 원인과 일치하지 않은 점은 인정되나, 사망진단서 작성 당시를 기준으로 보면 내용에 거짓이 있다거나 피고인들에게 허위진단서 작성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을 증명하기 어럽다”고 했다.

한편, 골수검사 도중 직접 동맥을 파열시킨 다른 의사 C씨는 업무상과실치사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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