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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악성민원인 폭언 전화, 이제는 공무원이 끊는다…통화 전체 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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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5일 서울시 동대문구청 종합민원실을 방문, 민원 처리 현황 및 민원공무원 안전가림막 설치 등 보호 조치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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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민원인이 공무원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폭언을 하면 공무원이 먼저 끊을 수 있게 된다. 민원 통화는 내용 전체를 녹음한다. 홈페이지에 업무별 담당 공무원 이름이 공개되어 이른바 ‘신상털기’의 원인이 된 점을 고려해 기관별로 공무원 성명을 비공개할 수 있도록 한다.

행정안전부는 2일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악성민원 방지 및 민원공무원 보호 강화대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전화, 인터넷, 방문 등 민원 신청 수단별로 악성 민원을 차단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 경기 김포시 9급 공무원이 악성민원으로 고통을 받다 숨진 채 발견된 지 두 달 만이다.

◇민원 전화 걸어 욕설·협박·성희롱 하면 1차 경고 후 ‘통화 종료’

지금까지 공무원은 전화로 민원이 욕설을 하거나 민원과 관계 없는 내용을 오랫동안 이야기해도 그대로 듣고 있어야 했다. 이번 대책에 따라 앞으로 민원인이 통화에서 욕설·협박·성희롱 등 폭언을 하면 공무원이 1차 경고를 하고, 이후에도 폭언이 이어지면 공무원은 통화를 끊을 수 있다.

장시간 민원과 무관한 통화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도 마련됐다. 기관별로 통화 1회당 권장시간을 설정해 부당한 요구 등으로 권장시간을 초과해도 공무원이 통화를 종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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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8일 오전 경기 김포시청 앞에서 항의성 민원에 시달리다가 숨진 공무원 A(39)씨를 애도하는 노제가 진행되고 있다. /김포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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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이용한 대량 민원도 차단한다. 온라인 민원창구로 단시간에 대량 민원을 신청해 시스템 장애 등 업무처리에 의도적으로 지장을 준 경우 민원인이 시스템을 일시적으로 이용할 수 없도록 한다. 다만 서면으로 민원 신청은 가능하다. 방문 민원도 ‘사전 예약제’ 등을 통해 1회 권장시간을 정한다.

문서로 신청한 민원에도 제한을 둔다. 민원인이 작성한 문서에 욕설·협박·성희롱 등이 상당 부분 포함된 경우 민원을 종결할 수 있다. 동일한 내용의 민원이 반복 제기될 경우 종결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제도를 보완해 민원 취지·배경 유사성·업무방해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동일한 민원인지 판단한다. 부당하거나 과다하게 제기되는 정보공개 청구도 자체 심의회를 거쳐 종결 처리할 수 있도록 법령에 근거를 마련한다.

콜센터 등 민간 영역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처럼 민원인과 공무원이 통화를 시작할 때부터 내용 전체를 녹음할 수 있도록 한다. 행정기관 홈페이지 등에 공개된 공무원 개인정보는 ‘성명 비공개’ 등 기관별로 공개 수준을 조정한다. 민원인의 위법행위 등에 대비해 민원실 내 비상벨을 설치해 경찰과 연락망도 강화한다.

정부는 악성 민원이 무엇인지도 명확히 규정하고 분류한다. 악성 민원을 크게 폭언과 폭행 등 민원인의 ‘위법행위’와 ‘공무방해 행위’ 등 2가지로 규정하고 유형을 세분화한다. 위법행위는 ‘폭언·명예훼손·성희롱·폭행·기물파손·협박’ 등, 공무방해 행위는 ‘반복형·시간 구속형·부당한 요구’ 등으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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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5일 서울시 동대문구청 종합민원실을 방문, 민원공무원 보호 조치 현황 등을 점검하며 비상벨을 시연해 보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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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민원에 시달린 공무원, 범정부 대응팀에 대응 요청하는 핫라인 신설

정부는 기관 차원에서 악성 민원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전담 대응팀을 두도록 권장한다. 법령에 폭언·폭행 등 민원인의 위법 행위에 기관 차원에서 법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원칙으로 명시한다. 정부는 ‘범정부 대응팀’을 운영해 민원 공무원 상담, 악성민원 해결을 위한 현장 조사 등 기관별 대응팀을 지원한다. 올 하반기부터 기관별, 범정부 대응팀이 운영될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개정하고, 관계기관 협의에 나설 방침이다.

악성 민원으로 피해를 본 공무원은 6일 이내 공무상 병가 사유에 이를 명시하고, 일시적으로 업무에서 제외해 휴식 시간을 갖도록 했다. 피해 공무원이 범정부 대응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별도 연락 체계(핫라인)를 신설한다. 심리상담, 정서 안정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공무원 마음건강센터를 추가로 확충한다.

민원 담당 공무원 사기를 진작하는 대책도 마련했다. 민원공무원이 승진 가점을 받을 수 있도록 민원업무를 직무특성 관련 가점항목으로 명시하고, 난이도와 처리량 등 담당업무 특성에 따라 ‘민원 수당 가산금’을 추가 지급한다. 악성 민원 대응 과정에서 징계가 요구된 경우 민원인의 위법행위 여부 등 경위를 참작한다.악성 민원 피해 공무원은 필수 보직 기간 내라도 전보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악성 민원으로부터 민원 공무원을 보호하는 것은 정부의 책무”라며 “이번 종합대책을 통해 궁극적으로 국민이 안정적으로 민원 서비스를 제공받고, 우리 사회에 민원 공무원을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손덕호 기자(hueyduc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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