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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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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 허진호 감독 “내 영화의 출발, 재개봉관서 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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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영화 ‘봄날은 간다’.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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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등 세대를 뛰어넘어 사랑받는 영화를 만든 멜로 장인 허진호 감독이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재개봉관의 추억을 소환했다. 허 감독은 올해의 스페셜 프로그래머로 선정돼 ‘봄날은 간다’ ‘외출’ 등 본인의 연출작 두편과 다른 작품 3편을 관객들과 함께 본다. 2일 오후 기자들과 만난 허 감독은 “영화를 할 거라고 생각 못했던 70~80년대 10대 시절 서울 변두리 재개봉관에서 본 작품들이 내 삶과 작품에 미친 영향을 떠올리며 상영작을 골랐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도원극장, 신양극장, 은좌극장 등 지금은 모두 사라진 서울 서대문 일대의 재개봉관을 떠올리며 “고3 때 재개봉했던 ‘바보들의 행진’을 혼자 보러 갔다. 영화 속 삽입곡인 김정호의 ‘날이 갈수록’을 들으면서 ‘젊음이 가네’라는 대사가 마음에 크게 다가 왔었다”며 “열아홉살에 느꼈던 젊음의 슬픔은 어떤 감성이었을까를 나 자신에게 질문하면서 이 작품을 골랐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영화를 보며 예민하게 느꼈던 ‘젊음의 슬픔’은 그가 ‘바보들의 행진’ 주인공처럼 철학을 전공하고 다시 영화로 진로를 선택하며 ‘봄날은 간다’를 완성할 때까지 그의 삶과 영화 인생에 긴 여운을 남겼던 셈이다.



군 제대 후 만난 친구와 재개봉관 포스터 속 주인공 나스타샤 킨스키의 벗은 뒷모습 포스터를 보고 “야한 영화인 줄 알고 보러 갔다가 큰 감동을 하고 나온 ”‘파리, 텍사스’(1984)와 “영화아카데미를 졸업하고 배낭여행 갔던 파리에서 보고 영화가 이런 삶의 깊이까지 다룰 수 있구나 알게 된” 오즈 야스지로의 ‘동경 이야기’(1953)도 상영작으로 선정했다.



허진호 감독은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가 요즘 젊은 세대에게도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라면 먹고 갈래요?”라는 말의 유행이 한참 지난 다음에 누군가 에스엔엘(SNL)에서 패러디한 동영상을 보여줘서 웃은 적이 있다”면서 “두 작품은 옛날 영화지만 일상에서 이야기를 가져와서 요즘 관객들도 가깝게 볼 수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또 “연애 이야기에는 사랑할 때 기쁘고 차이면서 화가 나고 슬프고 시간이 지나면 그리워하는 등의 보편적인 감정의 희로애락이 다 담겨 있어 영화로 만들기에 매력적인 장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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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회 전주영화제에서 스페셜 프로그래머로 나선 허진호 감독이 2일 오후 전주 베스트웨스턴호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김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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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 완성한 ‘보통의 가족’이 팬데믹과 영화산업 침체로 개봉이 늦어진 것에 대해 허 감독은 “옛날에는 개봉이 정해지면 시간에 쫓기며 후반 작업을 할 정도로 바빴는데 영화를 둘러싼 많은 것들이 정말 많이 변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영화 제작 편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겠지만 잘 만들어진 영화는 오랫동안 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또 코미디처럼 극장에서 함께 볼 때 더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들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가을 영화 ‘보통의 가족’과 함께 허 감독은 동명의 인기 소설을 오티티(OTT) 드라마로 제작한 ‘대도시의 사랑법’도 공개를 준비 중이다. 멜로 장인이지만 퀴어 멜로 연출은 첫 도전이다. 그는 “짧은 시간 진행했지만 지금까지 몰랐던 것들을 새롭게 알게 되는 굉장히 재미있는 작업이었다”면서 “나와 다르다고 생각했던 사람의 사랑도 내가 경험하고 느꼈던 사랑과 같다는 깨달음을 준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전주/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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