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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美, 러 군수지원 中기업 제재···통신장비 인증도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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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러 밀착에 전방위 제재

"우크라戰 물자 제공 안보 위협"

개인·기관 등 300곳 이름 올려

신용 제공 中은행도 제재 검토

러産 우라늄 등 광물수입 제한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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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가 중국과의 밀착을 통해 서방 제재망을 빠져나가자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규제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러시아에 전쟁 물자를 지원하는 중국 기업들을 치밀하게 감시하기 위해 제재 대상을 확대한 데 이어 추가 압박 카드로 중국 은행들을 국제 금융망에서 고립시키는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러시아에 대해서는 원유에 이어 천연가스·우라늄 등 핵심 수익원의 수출길을 틀어막는 등 전쟁 자금을 말리기 위한 조치를 강화하고 나섰다.

미국 재무부와 국무부는 1일(현지 시간) 러시아 군수산업을 지원하거나 러시아의 생화학 무기 프로그램에 관여한 개인·기관 등을 대상으로 300건 이상의 신규 제재를 가했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중국 본토와 홍콩 소재 기업 20곳이 포함됐으며 아제르바이잔·벨기에·튀르키예·아랍에미리트 기업들도 새롭게 제재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미국과 많은 국제 파트너들은 러시아의 군수산업에 중요한 물자를 제공하는 중국과 제3국 단체들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갖고 있다”며 “이들의 지원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계속 공격하고 있으며 국제 안보에도 중대한 위협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재 명단에 추가된 중국 업체들은 러시아가 드론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엔진·프로펠러·센서 등 부품을 수출한 혐의를 받는다. 구체적으로 우한글로벌테크놀로지는 러시아 군사 업체에 적외선 감지기 등 센서를, 주항항공기술은 프로펠러와 재머(전파 방해 장치)를, 홍콩 파인더테크놀로지는 대량의 전자 부품들을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재무부는 이날 처음으로 화약과 로켓추진체 등 폭발물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인화성 물질인 니트로셀룰로오스 제조 업체들을 제재 명단에 포함하기도 했다. 미국의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 범위가 확대된 것과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이 러시아의 무장을 갈수록 점점 더 강하게 돕고 있다는 게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판단”이라고 짚었다.

앞서 미국은 대(對)러시아 무역 거래를 지원한 중국 은행들에 대한 제재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는 중국 금융 업체들을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서 차단하기 위한 방안들이 담길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은행들은 기업들이 러시아와 거래하는 데 필요한 신용을 제공하고 대금 결제를 처리하는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2월부터 러시아 군수 업체와 거래하는 제3국 금융기관을 규제하는 ‘세컨더리 제재(2차 제재)’를 실시해왔다.

중국 통신 업체에 대한 견제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화웨이·ZTE 등이 미국 내 무선 장비 인증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를 준비 중이다. 실제로 FCC는 지난주 화웨이가 운영하는 실험실의 인증 연장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테무의 모회사 격인 핀둬둬가 인민일보 계열의 데이터 관리회사인 인민데이터베이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외국인에 대한 데이터 수집에 나서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러시아를 직접 겨냥하는 미국의 제재망 역시 전 산업 분야에서 촘촘해지고 있다. 타깃은 전쟁 중인 러시아의 주요 수입원인 에너지 및 광물 수출이다. 이날 미 국무부는 러시아의 국영 에너지 업체 등 12곳에 대한 제재를 단행한 데 이어 액화천연가스(LNG) 규제도 강화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러시아의 북극 LNG-2 프로젝트와 관련해 싱가포르·홍콩 등에 소재한 업체의 선박 20척이 제한 조치에 포함됐다”고 전했다. 전쟁 발발 후 서방 동맹과 함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한 미국은 최근 러시아산 농축우라늄 수입 제한 조치까지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의 조치가 국제사회의 교역 질서와 공정한 경쟁 환경을 해친다며 즉시 반발했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미국 주재 러시아대사는 이날 “미국의 반(反)러 제재는 전 세계에 작용하는 미국의 건설적인 역할에 대한 의구심을 가중시킨다”며 “러시아의 첨단 기술과 운송, 에너지 업체들을 겨냥한 조치들은 경쟁자들을 시장에서 ‘녹아웃(knock out)’시키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정혜진 기자 suns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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