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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유기견 안락사는 ‘고통사’였다…밀양시장 “깊은 사과” 고개 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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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2021년 열악한 환경이 폭로된 한 지자체 위탁 보호소의 모습.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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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에는 동물 학대 사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경남 밀양시 동물보호센터가 유기견 수십 마리를 ‘불법 안락사’ 한 사실이 알려지자 밀양시장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발생했다”며 공식 사과했다.



안병구 밀양시장은 2일 시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번 사건으로 인해 너무나 큰 충격을 받은 국민 여러분께 정말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 숙였다. 안 시장은 “유기견의 가는 마지막 길이라도 고통을 적게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발생했다”며 기존 위탁업체와 계약 해지, 관계자 인사 조처, 밀양시 직영 유기견 보호소 운영 등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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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9일 경남 밀양시 동물보호센터에서 수십 마리의 유기견이 서로가 보는 앞에서 안락사 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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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달 30일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는 밀양시의 위탁을 받아 운영 중인 동물보호센터에서 유기견들이 한꺼번에 안락사당하는 장면을 폭로했다. 이들은 “(밀양시 동물보호센터에서) 안락사 관련 법과 규정을 어겨가며 막대 주사기로 무자비하게 동물을 집단 학살했다”며 “불법 (안락사에 참여한) 현장의 수의사 2명과 센터장을 동물학대 혐의로 형사 고발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단체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지난달 9일 여러 마리의 유기견들은 각자 작은 케이지에 갇혀 서로가 보는 앞에서 ‘안락사 약물’을 주입받은 뒤 차례대로 사망했다. 이 과정에서 동물의 고통이나 공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마취는 진행되지 않았다. 이날 사망한 유기견은 모두 37마리다.



이러한 안락사 과정은 현행 동물보호법을 위반했다. 동물보호법은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동물학대로 보고 엄격히 처벌한다. 이를 어길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또한 ‘동물보호센터 관리지침’은 동물의 안락사를 진행할 때 ‘다른 동물이 볼 수 없는 별도의 장소에서 신속하게 수의사가 시행’하도록 하고 있으며 ‘마취를 한 후 심장정지, 호흡마비를 유발하는 약제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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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안병구 밀양시장이 밀양시 동물보호센터의 불법 안락사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밀양시 에스엔에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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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안 시장의 공식 사과문이 공개된 직후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이번 사과가 임시방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구체적인 후속 조처를 요구했다. 단체는 △(동물보호센터) 위탁계약 즉시 해지와 임시 직영 전환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담당 공무원에 대한 해임 등 확실한 징계 △직영 전환에 필요한 동물보호센터 건립 및 운영에 대한 사업계획서 수립 및 공개 △최근 3년간 안락사 관련 기록 및 영상 제출 △동물보호센터 운영위원회 즉시 설치 △해당 수의사와 운영자에 대한 형사고발에 필요한 자료 제공 등 협조 △5인 이상 동물보호팀 행정조직 신설 등을 주장했다.



최근 동물보호센터를 운영하는 위탁 보호소의 열악한 환경과 불법 안락사 등이 잇따라 드러나며 지자체가 보호소를 직영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국 지자체 동물보호센터는 2022년 기준 239개소로 동물병원·민간단체가 위탁 운영하는 곳이 171곳, 직영 운영이 68곳이었다. 앞서 2021년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전국 동물보호센터 47곳의 운영 실태를 조사해 보고서를 발간했는데, 당시 보고서를 보면 위탁 보호소에서 안락사당한 동물 90%가 마취 없이 ‘고통사’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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