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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서초포럼]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한 미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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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지난 1·4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1.6%(연율)로 크게 낮아졌으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2%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그래서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예상이 2·4분기에는 현실화할 확률이 높다.

지난해 미국 경제는 2.5% 성장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69%를 차지하고 있는 소비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소비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고, 앞으로 줄어들 수 있다. 그 이유는 우선 미국 가계의 저축률이 크게 낮아지고 있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올해 1·4분기 미국의 가계 저축률이 3.6%로 코로나 이전 평균(2000~2019년 5.2%)보다 낮아졌다. 가계가 추가로 지출할 돈이 많지 않다는 의미다.

다음으로 소비의 주축인 중간가구의 실질소득이 2019년을 정점으로 2022년까지 줄었다. 지난해 통계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높은 물가상승과 소득의 차별화로 2023년에도 감소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계의 이자부담 증가도 소비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올해 1·4분기 가계의 가처분소득 가운데 이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2.6%로 지난 14년(2010~2023년) 평균인 1.9%보다 높아졌다.

소비가 감소하면 기업 매출과 이익이 줄어든다. 그러면 기업은 어쩔 수 없이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20년 코로나19로 소비가 급격하게 위축되자 그해 3~4월 비농업부문에서 고용이 2189만개나 줄어든 적이 있었다. 그 이전 거의 10년 동안 늘었던 일자리가 단 두 달 사이에 없어질 만큼 미국 노동시장은 탄력적이다.

최근 미국 고용이 양적으로 늘고 있으나 질적 내용은 좋지 못하다. 지난해 12월에서 올해 3월 사이에 풀타임 취업자는 179만명이나 줄었다. 미국 기업이 파트타임 고용만 늘리고 있는 것은 그만큼 미래를 불확실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소비가 줄면 고용이 줄고 가계소득 감소로 소비가 다시 줄어들 수 있다. 빠르면 이런 현상이 2·4분기부터 나타나면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 소비가 줄면 물가상승률도 낮아진다. 그러나 서비스 물가의 경직성 때문에 물가상승률 둔화 속도는 경제성장률 하락 속도보다 더딜 것이다.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지면 우리 경제에 두 가지 경로를 통해 영향을 줄 것이다. 우선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높은 물가상승률로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못하면 우리 기준금리 인하 시점도 늦춰질 수 있다. 물론 하반기에 우리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에 근접할 정도로 낮아질 전망이기에 한국은행이 연준에 독립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여건은 갖춰지고 있다.

다음은 수출 경로로 미국이 우리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지난 1·4분기 우리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1.3%였다. 미국식 연율로 따지면 5.2%에 이르는 높은 성장률이다. 우리 경제가 이렇게 높은 성장을 한 것은 소비 및 건설투자 증가와 더불어 수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었다. 1·4분기 순수출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0.6%p로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미국 소비가 줄어들면 대미 수출이 감소할 것이다. 우리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1년 10.1%에서 올해 1·4분기에는 19.0%까지 늘었다. 미국 가계가 저축률이 3%대 중반까지 떨어질 정도로 소비를 해주었기 때문이었다. 4월까지도 대미 수출이 증가하고 있지만 5월 이후로는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2·4분기 이후 우리 경제성장률을 낮출 것이다. 물론 올해 들어 중국과 아세안 지역으로 수출이 늘어나고 있기에 대미 수출 감소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는 않을 것이다.

통화정책이나 수출에 있어서 미국 영향을 줄여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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