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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fn사설] HBM 시장 선도하는 기업들, 정부도 뒷받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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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SK 등 12단 반도체 속속 양산
AI 기본법 제정 등 지원책 서둘러야


파이낸셜뉴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2일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AI시대, SK하이닉스 비전과 전략'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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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주도하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는 2일 경기 이천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세계 최고 성능의 HBM3E 12단 제품 양산을 공식 선언했다. 이달 중 고객사에 샘플을 제공하고, 3·4분기엔 본격 양산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인공지능(AI)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올해에 이어 내년 HBM 물량까지 완판됐다고도 밝혔다. 한때 실적부진으로 적자를 면치 못했던 기업의 화려한 비상이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압도적 1위 기업이다. 지난 1·4분기 기준 SK의 HBM 시장점유율은 60%를 넘어섰다. 삼성은 강력한 추격자로 점유율이 30%대 후반인 것으로 추정된다. HBM은 D램을 여러 층 쌓아 올리는 고난도 기술이 있어야 가능하다. 획기적인 처리속도와 저전력으로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필수불가결한 부품이다.

HBM 시장 성장세는 기록적이다. 글로벌 빅테크 업체들이 AI 성능 향상에 사활을 걸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HBM과 고용량 D램 모듈 등 비중은 지난해 전체 메모리 시장의 5% 정도였다. 전문가들은 이 비중이 2028년이면 60%를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중장기적으로 연평균 60%대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HBM은 D램보다 4배나 비싸고, 수익성은 5~10배가량 뛰어나다. 이런 시장을 한국 기업이 주도하는 것은 뿌듯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SK하이닉스의 독보적 지위는 선제적인 과감한 투자 덕분이었다. SK가 충북 청주에 20조원을 투자해 신규 팹을 짓겠다고 최근 발표한 것은 시장지배력을 더 확고히 하기 위한 것이다. 여세를 몰아 미국 인디애나주에도 39억달러를 투자해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시설을 건립한다. 이를 통해 없어서 못 파는 지경이 된 HBM 물량을 적기에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은 시장 공략이 한발 늦었지만 추격에 속도를 붙이는 중이다. 삼성은 세계 1위 메모리반도체 기업의 역량을 살려 시장 역전을 노린다. 삼성은 업계 최초로 개발한 HBM3E 12단 제품을 2·4분기부터 본격 양산할 것이라고 최근 공식화했다. 지금은 12단 제품의 샘플을 고객사에 공급 중이라고 한다. 시장에선 올 연말 엔비디아가 출시할 예정인 AI 칩에 탑재될 것으로 보고 있다.

AI 반도체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우리 기업들의 피나는 분투에 정부와 정치권이 이제 화답할 차례다. 글로벌 산업의 AI 대전환에 맞춰 법과 제도를 손질하고 과감히 정책적 지원을 해주는 것은 당연한 의무다. AI 산업 생태계가 뿌리 내릴 수 있게 종합적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지만 정부 대응은 안일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AI가 글로벌 기술혁신의 핵심이자 새로운 경제질서가 되고 있다"며 "조금이라도 기술개발에 뒤처질 경우 산업의 주도권과 시장을 잃는 것은 물론이고 경제안보의 측면에서도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에 계류 중인 'AI 기본법'이 이번 회기 내 제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통과 가능성은 높지 않다. AI 산업 부흥을 위해선 갈 길이 멀다. AI 스타트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체계적인 인재양성도 이뤄져야 한다. 기업만큼 정부와 정치권도 절박감을 느끼고 같이 뛰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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