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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코스피 5000 가자더니 손 놨나”...밸류업, 파격 유인책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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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밸류업 가이드라인

“3년뒤 업계 평균 PBR 달성”
기업 개선과제 자발적 공시
PBR·PER·ROE 지표부터
배당·자사주 소각까지 담겨

코리아 디스카운트 주범 꼽힌
모자회사 중복상장 공개 권고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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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2일 공개한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 가이드라인은 공시할 내용과 목표, 심지어 공시할지 여부까지도 상장사가 알아서 선택하도록 자율성에 방점을 찍은 것이 특징이다.

현재 기업지배구조보고서나 사업보고서 같은 기존 공시정보에 산재돼있는 내용 중 ‘기업가치’와 관련된 내용을 한데 모으고, 이를 앞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목표와 구체적인 계획까지 기재하도록 했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회사 홈페이지 등에서 공개하기 전에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에 먼저 공시해야하며 연 1회, 영문공시 병행을 권장했다.

이날 공개된 가이드라인에서 금융위가 예로 든 주요 공시예상 지표에는 주가순자산비율(PBR) 같은 대표적인 재무지표부터 기업 지배구조 관련 내용까지 총망라돼 있다.

재무지표에는 PBR을 비롯해 주가이익비율(PER), 자기자본이익률(ROE), 투하자본이익률(ROIC), 주주자본비용(COE)까지 자본효율성 관련 숫자부터 매출액·영업이익·자산 증가율 등 성장성 관련 지표가 포함됐다. 또 배당금액과 배당성향, 주주환원율, 총주주수익률(TSR)과 자사주 보유분 및 소각내역까지 주주환원 관련 지표도 담겼다.

비재무지표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원인으로 꼽히는 국내 상장사들의 고질적인 병폐까지 자발적으로 공개하도록 권고한 것이 주목된다.

사업성 있는 분야를 별도 자회사로 분사한 뒤 상장하는 모자회사 중복상장이 대표적으로, 해당 회사가 이런 계획이 있을 경우 모회사 주주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계획을 설명하도록 했다. 지배주주가 보유한 비상장 개인회사와의 내부거래를 통해 상장사 이익을 이전하는 ‘터널링’이 의심되는 경우 정확한 사실관계를 설명해 이해상충 우려를 해소하도록 했다.

이 같은 지표를 향후 3~5년 안에 얼마나 개선할지에 대한 목표와 계획은 계량화된 수치 등으로 명확히 제시하는 것이 좋지만, 이것이 어려우면 정성적인 목표나 구간을 설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2027년까지 ROE 15%·배당금 1만5000원 이상 달성’, ‘3년 뒤부터 업계 평균 PBR 이상 달성’ 등이 대표적이다.

공시를 매년하는 만큼, 다음 공시때는 직전에 제시한 목표의 달성 정도와 자체 평가, 보완이 필요한 사항 등을 기재하도록 했다.

만약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도 기업이 목표치 예측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를 대고 예측과 실제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공시문구를 명시하면 불성실공시 제재를 받지 않도록 했다.

기업 자율만 강조해 정작 공시에 핵심적인 내용이 빠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금융위는 “공시를 의무화할 경우 형식적이고 의미없는 공시만 양산될 수 있다”며 “필요한 기업이 제대로 된 내용으로 계획을 제시하고 투자자들이 여기에 호응해 증시에서 자본이 더 투입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과거 자율공시로 시작했다 일부 의무공시로 바뀐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처럼 향후 의무화로 전환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단계적 의무화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금융당국은 이달 중 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에 PBR, 배당수익률 등 주요 투자지표를 상장사 업종과 규모별로 비교해서 볼 수 있는 기업 밸류업 통합페이지를 운영하기로 했다. 투자자라면 누구나 지표별로 상장사 순위를 매겨볼 수 있다. 높은 순위의 상장사들은 시장에서 주목받고 반대로 낮은 성적을 받은 곳들은 기업가치를 개선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게 하는 ‘네임 앤드 쉐임(Name&Shame)’ 전략을 적용하는 셈이다.

공시에 참여하는 기업에 대한 각종 인센티브 방안도 내놓았지만 주기적 지정 감사제 적용 면제 같은 금융당국 차원에서 추진할 수 있는 유인책 외에 법 개정이 필수적인 세제혜택의 경우 여소야대 정국으로 실제 도입될 지 미지수다. 이 때문에 ‘자율’을 강조한 이번 가이드라인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커지는 상황이다.

이런 우려가 반영된 영향으로 이날 증시는 반등에 실패한 채 하락 마감했다. 지난 1월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발표 때와 마찬가지로 소위 ‘밸류업 수혜주’로 꼽히는 종목들 역시 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밸류업 수혜주의 대표격인 현대차는 전 거래일 대비 0.2% 하락해 약보합권에서 마감했다. ‘금융 대장주’ KB금융은 이날 4.37%의 하락률을 기록하면서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큰 낙폭을 나타냈다. 삼성생명(-3.09%)과 삼성화재(-2.9%)와 같은 보험주는 물론이고 미래에셋증권(-2.37%)과 NH투자증권(-0.72%) 등의 증권주까지 주가가 떨어지면서 금융주 전반이 약세를 보였다. 밸류업 수혜주로 꼽히는 지주사들의 주가도 부진했다. 삼성그룹의 지주사로 분류되는 삼성물산은 이날 주가가 2.66% 내렸고, LG와 SK도 각각 2.02%와 2.41% 하락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밸류업 가이드라인 발표 내용이 기존의 원칙적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법률적인 구속력이 있는 내용도 없어 일종의 캠페인 수준에 그쳤다”며 “이미 밸류업 기대감은 증시에 상당부분 반영이 됐기에 큰 영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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