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7 (금)

민주당, 일정 바꿔 기습상정…‘강행처리→대통령 거부권’ 또 반복되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민주, 채상병 특검법 단독처리
본회의 중 일정 바꿔 기습상정
김진표 “취지고려 오늘 표결”

거부권 행사땐 이달 말 재의결
국민의힘 의원들은 퇴장 ‘파행’
불출마 김웅 홀로 남아 찬성표
윤재옥 “의사일정 협조 못해”

이태원참사 551일만에 법통과


매일경제

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 상정을 두고 김진표 국회의장(왼쪽)과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앞쪽),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운데)가 논쟁 후 자리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야당이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을 강행 처리하면서 국회가 다시 격랑에 휩싸였다.

여야가 전날 이태원 특별법을 합의 처리하기로 하며 어렵게 협치의 물꼬를 텄지만 불과 하루 만에 제자리로 돌아간 셈이 됐다. 총선 후 처음 열린 국회 본회의마저 파행으로 치달으면서 ‘야당 단독 처리’와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또 다시 반복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민주당은 본회의 도중 채상병 특검법을 안건으로 추가로 상정하는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기습 제출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양당 원내대표를 불러 논의를 했지만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상정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러자 채상병 특검법이 패스트트랙에 지정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 상태임을 환기한 뒤 “신속처리제도의 취지에 비춰볼 때 여러 고려 끝에 오늘 표결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특검법 처리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상정 이후 재석 인원 168명이 만장일치로 찬성하며 야당 단독으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단체로 퇴장하며 표결을 거부했고 본회의장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었다. 국민의힘에선 김웅 의원만 본회의장에 홀로 남아 찬성표를 던졌다. 김 의원은 채상병 사망 사고가 총선 불출마를 택한 계기였다고 밝힌 바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이 숙의 시간을 주겠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사전통보 없이 본회의장에서 민주당의 입법 폭주에 가담하고 의사일정을 독단적으로 운영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새 원내대표가 의사일정을 협의하겠지만 서로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의사일정 협의가 원만하게 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날 야당 강행처리를 이끈 주인공은 김 의장이었다. 박지원 당선자가 유튜브 방송에서 김 의장에게 욕설까지 하는 등 야권에서 채상병 특검법 상정을 앞두고 지속적으로 김 의장을 몰아붙인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이날 특검법을 처리해야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21대 국회 내에 재표결이 가능하다는 판단이었다.

매일경제

채상병 특검법은 채상병 사망사건과 관계된 대통령실, 국방부, 해병대 사령부 내 직권남용 사건 관계자를 수사대상으로 규정했다. 또 야당 교섭단체가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변호사 3명을 추천받아 특검 후보자를 추천하도록 했다. 특별검사보가 피의사실 이외의 수사과정에 대해 언론 브리핑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한 점도 여당이 반대한 대목이다. 국민의힘은 야당 교섭단체가 특검 후보자를 추천하고 특검이 수사상황을 브리핑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아왔다.

특검법이 수사 대상으로 대통령실을 직접 겨냥하는 만큼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현재까지 총 9번의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국민의힘 역시 윤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할 방침이다. 이날 윤 원내대표는 “입법 과정과 법안 내용을 볼 때 거부권을 건의해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거부권 건의 시점은 원내 의원들과 상의해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여당에서 이탈표가 발생할 수 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27~28일에 재의결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표결시 재석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로 법안이 의결될 수 있다. 본회의에 모두 출석한다고 가정하면 198표가 필요한데, 국민의힘에서 18표의 찬성표만 나오면 재의결이 가능하다. 여당에선 김 의원 외에도 안철수 의원 등이 채상병 특검법에 찬성하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전날 여야가 일부 내용을 수정해 합의를 이룬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이날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259명에 찬성 256명, 기권 3명으로 가결됐다. 이태원 특별법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지만, 총선 이후 영수회담을 통해 여야는 접점을 찾을 수 있었다.

‘선 보상 후 구상권 청구’를 골자로 하는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도 이날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부의됐다. 민주당은 다음 본회의에서 전세사기특별법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이 요구했던 고준위방폐법은 5월 말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3대(노동·교육·연금) 개혁’ 중 하나로 꼽은 연금개혁안은 이날 본회의에서도 처리되지 못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국회 본회의를 마치며 “이번 임기 내에 연금개혁법안을 통과시키지 않는다면 연금제도 건전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음에도 또 다시 미룬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며 “여야가 협의해 21대 국회 임기 내 마무리해 주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