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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우리땅,우리생물] 숲의 터줏대감 긴점박이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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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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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환경에서도 먹이를 찾을 수 있는 뛰어난 야간시력과 발달한 청력을 가지고 있는 올빼미과 조류 중 우리나라의 텃새는 수리부엉이, 올빼미, 긴점박이올빼미 3종으로 모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 II급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 중에서도 수령이 오래된 나무들이 분포하는 산림지대에만 서식하여 가장 보기 어려운 긴점박이올빼미는 몸길이는 50센티미터 내외에 무게는 700그램 정도의 큰 크기와 가슴과 배에는 갈색의 세로줄 무늬가 있어 올빼미와 구분된다.

긴점박이올빼미는 숲의 최상위 포식자로 울창한 숲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데 번식기가 되면 나무구멍에 2~4개의 알을 낳고 한 달 정도 알을 품고 새끼가 부화하면 쥐, 새, 곤충 등 작은 동물을 사냥해 먹여서 또 한 달을 돌본 후 5월이 되면 둥지에서 새끼들을 떠나보낸다.

이들은 평소에는 사람들과 마주치면 날아가 자리를 피하지만 번식기간에 사람들이 둥지 근처에 다가가게 되면 빠르게 날아와 날카로운 발톱으로 머리를 치고 가는 등 새끼를 보호하기 위한 강인한 부모 새의 모습을 보인다.

30년 가까이 새를 쫓아다닌 필자도 가락지 부착연구를 위해 긴점박이올빼미 둥지에 접근했다가 공격당한 후 안전모를 쓰고 조사한 경험이 있는 만큼 번식기에는 사람을 다치게 할 수도 있으니 봄철 숲에서 이들을 만난다면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 관찰해 주기를 당부한다.

수령이 오래된 나무들이 많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도심지역 확장 등에 의한 숲의 파편화에 따른 생태계의 단절은 긴점박이올빼미의 행동 범위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숲 사이에 도로가 생기면 먹이 사냥 중 로드킬의 위험도 커지게 되는데 이들이 안정된 서식지를 찾아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가게 된다면 지금보다 더욱 만나기 어려워지게 될지도 모른다. 긴점박이올빼미와 우리 모두를 위해 울창한 숲을 보전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김동원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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