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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태평로] 이재명 대표의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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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과 만남은 이 대표 정치의 ‘화양연화’,

여기서 끝나지 않으려면 상식 되찾고 중도 확장 노력을

조선일보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첫 영수회담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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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을 만난 순간은 그의 18년 정치 인생의 절정처럼 보였다. 이 대표는 171석을 얻은 총선 승자로 108석의 패자 윤 대통령을 만났다. 태극기 배지를 달고 대통령에게 훈계하듯 15분간 입장문을 읽었다. 그의 지지자들은 마치 이 대표가 대통령 같았다고들 했다.

이 대표는 2006년 성남시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당시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 계보에 속한 부대변인으로 출발했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정동영 후보에게 공천장을 주는 사람으로 처지가 180도 바뀌었다. 여야를 통틀어 지금 정치권에서 이 대표를 견제할 사람은 사실상 없다. 국회의장도, 다수당 원내대표도 그가 점찍으면 그만이다. ‘여의도 대통령’이란 말까지 나온다. 진짜 대통령이 되는 일만 남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길은 쉽지 않다. 기소된 7개 사건의 10개 혐의가 모조리 무죄가 된다고 해도 남는 문제가 있다. 국민의 절반 이상은 이 대표가 막강한 입법권으로 무슨 일을 벌일지 불안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그 불안감을 불식시키지 않고서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정권을 잡기가 어렵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얻은 비례대표 정당 득표율은 26%다. 조국혁신당을 찍은 24%는 정부 여당을 심판함과 동시에 이 대표도 싫다는 의사표시를 한 것이다. 투표장에 가지 않은 유권자를 포함하면 전체 유권자 중 민주당을 찍은 사람은 19%에 불과했다. 이게 이 대표의 진짜 지지율이라고 할 수 있다.

대선은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싸움이다. 지난 대선에서 중도층은 윤 대통령을 선택했다.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려면 중도층이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변해야 한다. 이 대표 본인도 안다. 경기지사 시절 그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는 “대선은 5% 이내의 박빙 경쟁으로 본다”며 “나는 사상가나 운동가가 아니다. 편 따지지 않고 내 삶에도 도움을 주는 일을 한다고 하면 중도층을 설득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알고 보면 보수에 가까운 생각도 많이 한다고 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농지 개혁을 높이 평가하며 “대한민국 경제가 빠르게 성장 발전하는 토대가 됐다”고 했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적 성과도 인정한다고 했다. 운동권 출신이 갖는 편견이 없는 것이 이 대표의 장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편을 가르고 따지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데 가장 걸림돌도 그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이 대표가 중도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하면 그의 강성 지지층이 가장 먼저 반발할 것이다. 이 대표가 이른바 ‘개딸’의 반대를 어떻게 무마하며 중도를 끌어안느냐가 결국 대선 승부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본다. 그에 대한 답도 이 대표는 이미 알고 있다. 이 대표는 문재인 전 대통령 강성 지지층 ‘문빠’에 대해 “그들 숫자는 그렇게 많지 않다. 요란하고 시끄럽고 지저분한데, 거기 휘둘리지 않을 만큼 국민 의식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대표가 ‘개딸’을 문빠처럼 다룬다면 본인은 물론 나라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대표가 중도층을 잡으려면 해야 할 또 한 가지가 있다. 상식을 회복하는 일이다. 대장동 비리를 ‘윤석열 게이트’라고 하는 식으로는 중도층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 국회에서부터 달라져야 한다. 이 대표와 민주당이 추진하는 특검 중엔 필요한 것도 있지만, 해코지가 목적인 ‘무고성 특검’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태원 특별법을 한발 양보해 여야 합의로 처리한 것처럼 상식을 따르는 정치를 한다면 국민도 이 대표를 달리 볼 것이다.

[황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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