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사무직 홀리는 ‘오피스 AI혁명’
■ 경제+
지난달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열린 구글 클라우드 연례 콘퍼런스 ‘넥스트 2024’. 화면에 보라색 아이콘이 뜨자 현장에 있던 3만여 명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인공지능(AI) 기반 동영상 제작 도구, ‘구글 비즈(Google Vids)’였습니다. 구글 독스·시트 등 오피스 소프트웨어(SW) 생산성 혁명을 주도해 온 구글이 AI를 적용한 새로운 오피스 도구를 공개한 것입니다. 나는 써본 적 없는데? 그런데 곧 AI와 거리가 멀던 사무직도 체감할 변화가 쏟아져 나올 예정입니다.
사실 챗GPT 안 써본 사무직은 있어도, 워드·엑셀 안 써본 사무직은 없다. 평범한 사무직 직장인을 ‘AI 일잘러’로 변신시킬 주역은 AI와 결합한 오피스 SW들이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가 돈을 쏟아부은 LLM(거대언어모델)이 오피스 도구에 고스란히 녹아들고 있어서다. 사무실의 우리 옆자리에 어떤 AI 혁명이 일어나는 걸까.
사무직이라면 출근 후 e메일에 로그인하거나 보고서 작성을 위한 문서 앱을 열거나, 회의를 위한 화상회의 앱에 접속하는 게 일상이다. 직장인 필수 오피스 SW에도 똑똑한 AI가 붙기 시작했다.
김경진 기자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달 발간한 ‘직장에서 AI 사용(Using AI in the Workplace)’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OECD 회원국 근로자 중 80%가 “AI로 업무 성과가 높아졌다”고 답했다. 가장 주목받는 분야가 오피스 SW 분야. 자연어 처리(NLP·컴퓨터가 사람 언어를 이해하고 처리할 수 있게 하는 기술) 기능을 갖추고 있는 LLM은 문서·e메일·보고서 작성 및 검토에 탁월한 AI라서다. 시장 규모도 크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오피스 SW 시장 규모는 올해 290억 달러(약 4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기존 오피스 SW 시장에서 중요했던 건, 빈 문서에 내용을 채워 생성하고 생성된 문서를 유통하는 것이다. 사람 문서 작업을 도와주는 기능이 계속 늘었고, 클라우드 기반 문서(구글 워크스페이스, MS 365 등) 도구가 나오면서 협업도 편리해졌다. 그런데, 생성 AI가 사무실에 들어오자 우선순위가 바뀌고 있다. 한컴 관계자는 “한글 문서(HWP, HWPX 등)를 포함한 PDF나 각종 문서들을 AI가 학습할 수 있게 데이터화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에 워드, 엑셀이 안 깔려 있는 사무실 PC, 얼마나 있을까. MS에 오피스 SW 시장은 이미 ‘잡은 물고기’였다. 그런데 구글이 클라우드 기반 오피스 SW를 들고나와 순식간에 1위를 빼앗았다. 수년간 절치부심해온 MS가 꺼내든 건 AI. MS는 지난해 오픈AI GPT 모델을 적용한 ‘MS 365 코파일럿’을 선보였다. 하지만 구글도 같은 해 ‘구글 워크스페이스’에 AI를 적용한 ‘듀엣 AI’(현재 제미나이 포 구글 워크스페이스)를 내놓으면서 반격했다. 오피스 SW 시장 양강, MS와 구글의 AI판 오피스 대전이 치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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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AI, 문서·e메일 관리 탁월…오피스 SW 올 40조 시장
구글 워크스페이스는 기본적인 오피스 SW 외에도 업무용 메일(지메일), 스토리지(구글 드라이브), 팀 메신저(구글 챗) 등 서비스가 다양하다. 서로 다른 서비스 간 유기적 연결도 AI가 도와줄 수 있다는 의미다. 가령 구글 독스에서 구글의 AI 제미나이를 이용해 지메일로 온 특정 메일의 내용을 가져와서, 문서 내용에 그대로 삽입할 수 있다.
김영옥 기자 |
지난달 9일 공개된 구글 비즈는 오픈AI의 동영상 생성 AI ‘소라’와 달리 업무용이다.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에도 비디오가 중요해지고 있다는 게 구글 클라우드의 설명이다. 크리스티나 베르 구글 클라우드 워크스페이스 제품 담당 부사장은 “세일즈 담당자가 제안용 파일을 만들 때 슬라이드뿐만 아니라 비디오도 만들어 쓸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 팀원과 협업에 외국어 능력이 필요 없어질지도 모른다. 화상회의 도구인 ‘구글 미트’에 AI 번역 기능이 들어가면서다. 한국어 등 69개 언어를 자막 지원해준다.
오픈AI와 일찌감치 협업해 생성 AI 기능인 ‘코파일럿’을 내놓은 MS는 오피스 SW에도 빠르게 이 기능을 적용했다. 지난해 3월 첫 공개 이후 기업(지난해 11월), 개인·가정용(올해 1월)을 차례로 출시했다. 한국어 버전도 지난달 30일 출시했다. 먼 얘기인 줄만 알았던 생성 AI가, 내가 출근해 매일 쓰는 오피스 SW에 들어온다는 얘기다. 일상 자연어로 명령하면 AI가 데이터 분석, 파워포인트(PPT) 작성 등의 업무를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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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자동번역에 영상도 ‘뚝딱’…MS·구글 ‘AI오피스 전쟁’
기존에 챗GPT를 사용했던 사람이라면 앞으론 따로 들어가서 ‘초안 작성해줘’라 써야 하는 귀찮음도 사라진다. 워드에서 바로 AI 초안 작성 및 수정이 가능해지면서다.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는 PPT나 엑셀에서 일어났다. PPT에 워드 등 기존 문서를 넣으면, 알아서 PPT 형태로 만들어 준다. 이미지 생성 모델 ‘달리’도 통합돼 PPT 내용에 어울리는 이미지가 나타날 때까지 계속 생성할 수 있다. 머리 아픈 ‘엑셀 함수’ 고민도 이제 끝이다. 자연어로 요청만 하면 코파일럿이 데이터의 상관관계를 밝히고, 질문에 기반한 새로운 수식도 제안한다.
며칠만 둬도 많이 쌓이는 e메일함도 코파일럿이 알아서 관리한다. 여러 번 e메일이 왔다 갔다 한 경우 긴 e메일 히스토리를 요약하거나 답장 초안도 제안해 준다. 화상회의 도구 ‘팀즈’에서는 코파일럿이 미팅의 주요 논의 사항을 실시간 요약하거나 놓친 부분을 알려준다.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뿐 아니라 어떤 부분에서 참석자들의 의견이 일치 혹은 불일치했는지도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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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국산 SW ‘틈새시장’ 노려…한컴 연내 ‘AI 편집기’ 출시
우리 회사에선 구글 워크스페이스나 MS 365 대신 한글을 쓴다면? 그래도 AI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외산 SW가 큰 차이로 우위지만, 틈새를 노리고 있다. 한컴은 올해 생성 기능(문장·초안·이미지 생성 등) 편집 기능(번역·맞춤법 검사·요약 등)을 더한 ‘한컴독스 AI’를 출시할 예정이다. 대화형 문서 탐색, 공동 문서 편집 기능도 추가된다. MS의 코파일럿과 비슷한 ‘한컴 어시스턴트’도 개발 중이다. 아이디어 생성, 문장 및 문단 개선, 언어 및 문법 검토 등을 도와준다.
한컴의 무기는 ‘한글 최적화’. 보안에 민감한 정부 등 공공기관이 쓸 수 있게 클라우드 외 환경에서 쓸 수 있는 한컴 어시스턴트도 준비 중이다. 외산 클라우드 SW를 쓰지 못한 공공 영역에서도 AI 적용이 가능해진다. 한컴 관계자는 “국내에서 많이 쓰이는 문서 서식 중심으로 자동으로 문서를 생성하는 기능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오피스 SW 기업 폴라리스 오피스는 이미 지난해 9월 ‘폴라리스 오피스 AI’를 정식 출시했다. 챗GPT를 비롯해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 스태빌리티AI의 ‘스테이블 디퓨전’ 등 다양한 모델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코파일럿과 마찬가지로 AI를 문서 도구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월 1만4900원에 챗GPT·하이퍼클로바X 등 원하는 AI 모델을 골라 쓸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워드나 한글 등 문서 포맷과 기기에 상관없이 어디서든 사용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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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영·권유진 기자 kim.namyoung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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