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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단독]금융권 PF 부실채권 1년 새 220% 폭증[부메랑된 부동산P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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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고정이하여신 비율 30%대
은행 제외 모든 업권 일제히 상승
"빚 돌려막지 말고 과감히 청산해야"


이투데이

금융권이 짊어지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 규모가 지난해 말 5조 원을 훌쩍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회수하지 못하고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큰 부실채권 잔액이 1년 사이 200% 넘게 불어난 것이다. 특히 증권사의 경우 3개월 만에 1조1000억 원이나 급증하면서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부동산경기가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부실 뇌관’이 돈을 빌려준 금융사들로 전이돼 나쁜 연쇄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본지가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로부터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전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고정이하 여신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5조24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9.5% 폭증했다. 전 분기 대비로도 61.2% 늘었다.

대출채권의 건전성은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을 묶어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한다. 한 마디로 고정이하여신비율이 높을수록 부실자산이 많은 금융사인 셈이다. 대손충당금도 20~100%까지 쌓는다.

특히 증권사의 부동산 PF 관련 건전성 지표가 전업권 통틀어 가장 나쁘다. 증권사의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지난해말 기준 2조3000억 원에 달했다. 전 분기 보다 1조1000억 원이나 증가한 규모다.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자 기존 정상 또는 요주의 여신으로 분류됐던 대출이 부실 위험이 높은 고정이하 채권으로 대거 변경된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호황기 건설사·시행사에 보증을 서며 자금 조달을 도왔지만, 결국 그들의 부채를 떠안게 될 공산이 커진 셈이다. 이어 △카드ㆍ캐피털 1조2000억 원 △보험 1조 원 △저축은행 6000억 원 △상호금융 1000억 원 △은행 400억 원 순으로 손실 가능성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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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이하여신 비율도 증권사가 30.01%로 가장 높았다. 다른 업종보다 중·후순위 채권의 비중이 높아 1년 만에 2배 넘게 치솟으며 급속도로 악화됐다. 이어 △저축은행 6.63% △여전사 5.08% △상호금융 3.24% △보험 2.44%로, 이들 모두 전 분기 대비 상승했다. 선순위채권 위주라고 안심하던 보험 권역도 전 분기(1.10%) 대비 2배 넘게 올랐다. 다만, 은행은 0.08%로 3개월 새 0.02%p 하락했다. 특히 고정이하여신의 경우 업권별 적어도 20~30%의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만큼 향후 금융권의 유동성 경색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부실이다. 글로벌 회계업체인 삼정KPMG는 최근 ‘부동산 PF 관련 주요 이슈와 전망’ 보고서를 통해 국내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200조 원 수준으로 추정했다.

삼정KPMG는 “부동산 PF 문제의 주요 원인은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부동산 경기 위축”이라며 “2024~2025년 대규모 PF 만기가 도래하면서 PF 위험이 불거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시행사, 건설사, 2금융권, 신탁사 등이 PF로 얽혀있는 만큼 도미노식으로 위험이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신용평가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증권사 29곳이 올해 감당해야 할 국내외 부동산 금융 관련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10조3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신용평가사들은 일부 소형 증권사들과 브리지론 쏠림이 과도한 저축은행들의 신용등급을 줄줄이 강등한 상태다.

윤 의원은 “부동산 PF는 현재의 연체율보다 향후 부실(고정이하여신)이 더 큰 문제”라며 “빚으로 빚을 막는 현장은 과감하게 청산하고 일시적 자금 애로가 있는 곳은 추가 지원을 통해 정상화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투데이/김재은 기자 (dove@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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