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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책&생각] 60대 신인 작가, 꿀호떡 보면 가난하다고 따귀 맞은 학창시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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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엄마의 딸이 되려고 몇 생을 넘어 여기에 왔어
이순하 지음 l 이야기장수 l 1만7800원



어쩌면 인생은 그저 ‘먹고 사는 일’이 전부인 한 편의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아무리 모나고 굴곡진 순간이라 해도 곁에 있는 이들과 한 끼를 나눠 먹으면 버틸 힘을 얻곤 한다.



에세이집 ‘엄마의 딸이 되려고 몇 생을 넘어 여기에 왔어’로 처음 독자를 만나는 ‘60대 신예 작가’ 이순하의 삶도 그랬다. 그는 꿀호떡을 볼 때마다 학창시절 친구 영미를 떠올린다. 영미는 아버지 없이 가난한 집에서 반장을 하려 했다는 이유로 담임선생님에게 따귀를 맞은 날, 빨갛게 달아오른 자신의 얼굴에 젖은 손수건을 가만히 대준 친구다. “호떡처럼 몸을 낮추어야, 뜨거워도 견뎌야 단것이 입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건, 그래서 ‘견디는 힘’을 가르쳐 준 건 그와 함께 뻔질나게 드나들던 호떡집이었다.



인터넷 매체 ‘세종대왕신문’에 연재하던 글을 다듬고 묶은 이 책은 음식 에세이의 꼴을 띠고 있지만 실은 한 사람의 내밀한 일대기인 동시에 난장의 가족사다. 첩을 데리고 들어오던 아버지, 그런 남편을 일찍 떠나보내고 억척스럽게 생계를 챙겼던 어머니, 사랑을 좇아 도망갔지만 끝내 마지막까지 든든하게 가족을 지켜준 귀주 이모와 이모부, 가난에 부대끼며 살고도 가난한 남편을 택했던 이순하 작가 본인의 삶이 가자미식해만큼이나 푹 삭힌 채 담겨 있다. 막걸리 한잔이 생각나는 하루에 안주 삼기 제격인 책이다.



상처받고 고달프고 괴로운 게 삶일지라도 맛있는 한 끼를 나눠 먹을 누군가 옆에 있다면 썩 나쁜 인생은 아닐 거라고, 아니 충분히 복된 인생이라고 작가는 위로한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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