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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맥빠진 밸류업, ‘세제 지원 방안’ 미공개…“시장 실망감 커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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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기업 밸류업’ 가이드라인 초안 발표

기업들 체감할 수 있는 인센티브 필요 지속 주장

구체적인 인센티브 방안이나 추가안 없어

“실망감 유입 불가피”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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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배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 사진=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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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국내 자본시장 최대 이슈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지원방안 가이드라인 초안이 발표됐다. 그러나 상장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세제 지원방안 공개는 없어 알맹이가 빠졌단 지적이 제기된다. 투자업계는 인센티브 방안과 관련한 불확실성에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본다.

금융당국, 밸류업 가이드라인 초안 공개…“자율적 수행, 선순환 구조 기대”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 자본시장연구원 등 유관기관은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밸류업 지원방안의 주요 내용 중 하나인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개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그간 국내 자본시장의 문제로 지적됐던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 개선 프로그램이다. 구체적으로 기업 스스로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주주가치를 존중하는 기업문화의 확산 및 정착을 위해 뒷받침하는 지원 방안이다. 전날 발표된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은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 줄기로 평가된다.

가이드라인은 상장기업이 개별특성에 맞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자율성 △미래지향성 △종합성 △선택과 집중 △이사회 책임 등 5가지 핵심 특성을 제시했다. 또한 상장기업이 가치 제고에 중요한 핵심지표를 선정해 중장기적인 목표를 수립하고 사업부문별 투자와 연구개발(R&D) 확대,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 자사주 소각 및 배당, 비효율적인 자산 처분 등 목표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작성 및 공시하는 방법을 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이미 발생했거나 결정된 내용을 정해진 서식에 작성하는 기존 공시와 달리 자율성 기반으로 미래 계획을 종합해 담아야 한다”며 “가이드라인으로 기업의 효과적인 계획수립을 지원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상장기업이 적극·실질적인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 및 이행하고, 시장참여자들은 이를 투자판단에 활용하여 피드백으로 작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유도해 나갈 계획이다.

강화된 세제 지원 인센티브 없었다…시장 기대감 저하

그러나 이번 발표에서는 강화된 세제 지원 인센티브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미 기존에 발표됐던 세무회계·상장공시·홍보투자 등 3대 분야의 8종 인센티브(법인세 감면 컨설팅, 거래소 추가·변경 상장수수료 면제, 모범납세자 선정 우대 등)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언급한 배당소득 분리과세, 법인세 부담 완화 등 지원방안 외에는 추가적인 내용이 발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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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세제 지원 혜택을 확대해 달라는 기업들의 건의가 있었다는 점은 시장의 아쉬움을 더욱 키우는 요소로 평가된다.

지난달 4일 코스피 상장기업 11개사는 거래소와의 밸류업 대표기업 간담회에서 정부가 마련 중인 세제 지원방안이 중요한 인센티브로 작용하는 점을 고려해 기업과 투자자 모두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외국계 증권사들도 다양한 인센티브를 구체화해 기업 스스로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틀이 강제가 아닌 자율적 권고인 만큼,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혜택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는 시점에서 기대치를 충족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못한 셈이다.

당국의 이같은 행보에 밸류업 기대를 받던 금융주는 전날 일제히 주가가 하락했다. 전날 KB금융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4.37% 급감한 7만23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같은 기간 신한지주와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도 각각 1.82%, 2.90%, 1.76% 떨어진 4만5800원, 5만7000원, 1만3980원에 거래를 마쳤다.

증권주와 보험주들도 대다수 하락했다. 한국금융지주는 전 거래일 대비 3.71% 감소한 6만4900원으로 주저앉았다. 한화투자증권과 삼성증권, 키움증권은 각각 6.35%, 1.57%, 1.13% 하락했다. 현대해상과 삼성화재, 동양생명도 2.56%, 2.90%, 0.94%씩 떨어졌다.

투자업계에서는 강력한 인센티브 혜택이 제시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주가 변동성 확대를 주의해야 한다고 분석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프로그램 2차 세미나가 예고되면서 모멘텀 기대가 금융 업종은 물론 저 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 전반의 강세로 이어졌다”면서 “구체적이고 강한 결과가 없으면 실망감 유입은 불가피하다. 단기 급등 이후 과열 및 매물소화 국면 진입 가능성을 경계해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세제 지원방안을 신중히 살핀 후 시장에 공개할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배당·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증가액의 일정부분에 대한 법인세 부담 완화, 배당확대 기업 주주의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 등 지원방향은 이미 발표됐다”며 “구체적인 검토가 마무리되는 대로 세제 지원방안을 발표해 기업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및 주주환원 확대를 포함하는 계획을 수립·이행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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