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7 (금)

이슈 IT기업 이모저모

日정부 라인야후 지분 매각 압박에...팔까? 말까? 고민 깊은 네이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日, 정보 유출 명분 지분 정리 요구
한일 외교 분쟁 우려… 압박 커지자
네이버, 다양한 시나리오 놓고 검토
한국일보

일본 정부가 한국의 네이버와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각각 절반씩 소유한 메신저 앱 ‘라인’의 한국 측 지분 매각을 압박하고 있다. AP 자료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본의 국민 메신저 '라인'을 키운 한국 기업 네이버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일본 정부가 개인정보 유출 문제를 고리로 네이버를 향해 라인에 대한 지배력을 줄이라고 압박하고 있어서다. 네이버 입장에선 13년 동안 키워온 글로벌 메신저를 포기하긴 어렵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요구를 가볍게 여길 순 없는 만큼 모든 선택지를 열어놓고 장고에 들어갔다.

2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라인야후 지분을 현재대로 유지할지 만약 팔아야 하는 상황이 오면 어떻게 대응할지 등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보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정해진 건 없다"며 조심스러워했다.

현재 라인야후의 최대주주는 지분의 64.5%를 보유한 A홀딩스다. A홀딩스 지분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씩 갖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해 네이버 클라우드가 해킹을 당하면서 51만 명의 라인야후 고객 정보가 빠져나간 사건. 일본 총무성은 라인야후가 대주주이자 시스템·네트워크 업무 위탁사인 네이버에 의존하면서 이용자 정보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보고 4월 초 라인야후에 "자본 관계를 재검토하라"고 행정 지도를 했다. 만약 소프트뱅크가 네이버로부터 A홀딩스의 지분을 1%라도 사들이면 라인야후에 대한 경영 주도권을 쥐게 된다.






네이버 "모든 가능성 열어놓고 검토"

한국일보

경기 성남 네이버 본사 모습. 배우한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네이버 입장에서 가장 좋은 결과는 라인야후 지분을 넘기지 않는 것이다. 라인은 일본뿐 아니라 대만과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2억 명이 넘는 이용자를 보유해 네이버의 글로벌 사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일본 정부의 행정 지도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소프트뱅크가 지분 구조 논의를 요구해 와도 네이버가 응할 의무는 없다. 개인 정보 유출 방지책을 꼼꼼하게 마련하면 일본 정부가 지분 매각을 요구할 명분도 줄어든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네이버는 사태 초기부터 개인 정보 유출 방지 대책 마련에 무게를 뒀다. 라인야후도 최근 "네이버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와 라인 데이터 센터 간 네트워크 연결 상황을 수정해 불필요한 통신을 차단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라인의 지분을 팔라는 일본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고 일본 내 반한 정서까지 확산하면 네이버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플랜 B를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네이버가 지분을 일부 넘기더라도 손해는 최소화하고 이익은 최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네이버가 보유한 기술 라이선스 이용료까지 고려하면 매각 비용은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라인의 성공 비결은 철저한 현지화"라며 "그동안 라인은 네이버 관계 기업이라는 점을 돋보이게 하지 않았는데 일본 내 논란이 커지면 사업을 장기적으로 끌고 가야 하는 회사 측으로서는 부담"이라고 봤다.

일부에선 네이버가 일본 정부 눈치를 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데 한국 정부가 너무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대통령실·외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차례로 "네이버의 입장을 확인하고 필요하면 일본과 소통하겠다"는 입장만 밝혔는데 한일 외교 문제로 비화되는 것을 우려해 주춤거리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다만 IT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물 위에서 움직이면 기업이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며 "일본뿐 아니라 데이터 주권 보호 차원에서 자국 플랫폼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거세지는 상황에 대한 종합 대응이 나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