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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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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건너간 금리인하?…이창용 한은 총재 "상황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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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GDP 성장률, 예상보다 큰 차이…연간 성장률 전망치 상향 조정 불가피"

머니투데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일(현지시간) ADB연차총회가 개최되는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출장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제공=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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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의 5월 금리 결정과 관련해 "4월 통방(통화정책방향회의)이 5월 통방의 근거가 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진단했다. 견조한 경기와 물가 둔화 지연에 따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금리인하 피봇(정책 전환) 기대가 꺾이고 중동발(發) 지정학적 위기가 부각된 데 따른 것이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1.3% '깜짝 성장'한 것도 통화정책 결정 환경 변화요인으로 지목했다. 사실상 향후 통화정책을 원점에서 검토할 정도로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의미로 읽힌다.

ADB(아시아개발은행) 연차총회 참석차 조지아를 방문 중인 이 총재는 2일(현지시간) 출장기자단과 간담회에서 "원점이란 표현을 하기 그렇지만 4월 (금통위) 때와 상황이 바뀌어서 (통화정책 방향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4월 금통위 이후 바뀐 통화정책 환경으로 3가지 영향을 지목했다. △미국의 금리인하 지연 △1분기 GDP '깜짝 성장'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 확대 등이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들의 생각이 중요한데 (4월 금통위 이후) 금통위원 2명이 바뀌었고 제가 여기에 있으면서 금통위원들과 논의할 시간이 없었다"며 "5월 (경제) 전망 전에 3가지 영향 중에 우리가 놓친 게 무엇인지, (향후) 통화정책에 어떤 영향을 줄지 (한은) 직원들의 분석을 통해 금통위원들과 커뮤니케이션(의견 교환)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서프라이즈'라는 평가가 나오는 한국의 1분기 GDP 성장률과 관련해선 "저희 예상보다 크게 차이가 났다"며 "어디서 차이가 났는지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겸허한 마음으로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1분기 1.3% 성장률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것은 작년 한해 (성장률이) 1.4%로 낮은 수준이지만 작년 한해 성장한 것을 1분기에 했다고 볼 수 있다"며 "(5월 경제전망에서) GDP 성장률 상향을 기계적으로 안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얼마를 상향하느냐가 문제인데 GDP가 높게 나온 건 좋은 뉴스"라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수정전망치(2.2%→2.6%)만큼 갈 것인지는 자료를 보고 조정해야 하지만 상향조정이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1분기 깜짝 성장을 이끈 '내수 미스터리'와 관련해선 "내수가 우리 생각보다도 좋게 나왔는데 날씨 문제인지, 휴대폰 판매 효과인지 (등을) 분석하고 있다"며 "다만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나중에) 직원들이 분석한 데이터를 봐야 (정확한 원인을) 말할 수 있다"고 답했다.

GDP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온 것과 반대로 유사 지표인 산업활동동향이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인 데 대해선 두 지표의 작성 방식 차이가 '미스매치'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 총재는 "과거 자료를 보더라도 (GDP와 산업활동동향이) 같은 방향으로 가지 않은 때도 많았다"라며 "(두 지표의) 커버리지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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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일(현지시간) ADB연차총회가 개최되는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출장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제공=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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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2.9%(전년 동기 대비)를 기록한 것과 관련해선 "4월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성장률 전망이 어떻게 바뀔지에 따라 하반기 전망도 다시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성장률) 전망 수치가 새로 나오면 물가 전망까지 같이 봐야해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금의 기준금리(3.5%)가 긴축적인 수준이라는 의견은 재확인했다. 그는 "4월 근원 인플레이션(에너지·식료품 제외)을 보면 2.3%로 낮아지는 등 예상처럼 내려가고 있다"며 "코어(근원물가)가 낮아지는 것을 보면 우리의 금리수준이 수요를 줄여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기준금리 수준을) 긴축적으로 보는 좋은 증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글로벌 강달러에 따른 원화 약세에 대해선 "저희들이 (시장에) 개입하겠다고 얘기한 것은 생각보다 (환율) 변동성이 커졌고 그 원인이 중동전쟁에서 촉발됐다는 점"이라며 "(우리) 경제 펀더멜탈과 관련 없는 요인에 (따른 원화 약세로) 엔화와 같이 절하 속도가 빨라서 속도를 조정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개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의미에서 환율 개입에 대해 항상 적극적이지 않은 미국 재무부도 일시적인 것이라는 데 공감했다"며 "(환율 변동이) 급격한 것이라서 변동성을 유심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 통화 대비 유독 원화 약세가 두드러진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우리나라 (통화 약세가) 심하냐는 어느 통화, 어느 기간을 대비로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며 "전체적으로 우리나라는 대외의존도가 높고 유가 의존이 크기에 기름을 많이 수입하는 나라로서 (최근) 변동성이 큰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조개혁 중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이 총재는 "미국의 1인당 소득이 우리보다 2배 이상 높은데 미국 성장률이 더 높지 않나. 고령화 때문에 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며 "구조개혁을 통해 (성장률을) 높일 수 있고 2% 이상의 잠재성장률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우려, 저축은행 연체율 증가, 높아진 이자 부담 등 고금리 지속에 따른 부작용과 관련해선 "고금리로 고통받는 것은 사실인데 그건 (저금리 시기) 부채를 굉장히 늘렸기 때문에 예상됐던 일"이라며 "(그렇다고) 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가져가서 고통을 해결하자는 건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반대로) 물가를 잡으려고 (금리인상) 한쪽으로 가면 금융안정 조정이 안 될 수도 있다"며 "(단순히 금리 인상이나 인하와 같은) 정답이 있는 게 아니고 데이터 상황을 금통위원들과 봐서 가장 최적의 조합을 만드는 것이 저희들의 의무"라고 설명했다.

트빌리시(조지아)=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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