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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소련 해체 후 사람들이 욕망한 것들…신간 '붉은 인간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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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노벨문학상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논픽션…20년간 1천여명 인터뷰

연합뉴스

[이야기장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최초의 우주인… 세계 최고의 탱크를 자력으로 생산한 나라… 하지만 세탁비누가, 화장지가 없었다고요. 그 빌어먹을 변기는 항상 어딘가 샜다고요!"

"민주주의! 러시아에서는 참 웃긴 말입니다. '푸틴은 민주주의자다!' 가장 짧은 유머랍니다."

"프롤레타리아의 독재 대신에 정글의 법칙이 들어왔어. '너보다 약한 자를 물어뜯고 너보다 강한 자에게는 무릎을 꿇어라.' 지상에서 가장 오래된 그 법칙이…"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논픽션 '붉은 인간의 최후'에 실린 이 말들은 동시대 러시아를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들의 자국에 대한 박한 평가의 일부다.

알렉시예비치는 이 책에서 소련이 해체되고 자본주의가 급속도로 이식되며 돈의 세계로 쫓겨난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쫓아간다.

개인과 자본보다 이념, 평등, 집단을 우선시했던 사람들은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자본주의의 냉혹한 얼굴을 마주하며 절망하고 분노하는가 하면, 또 다른 누군가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며 환호한다.

이 책은 알렉시예비치가 2015년 노벨문학상을 받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그의 대표작이다.

소련이 붕괴하고 난 뒤 '붉은 인간'이라 명명된 사람들의 상실감과 욕망을 오랜 시간 추적해 재구성한 대작으로, 20년에 걸쳐 방대한 자료 조사와 함께 1천명이 넘는 사람들을 꼼꼼히 인터뷰해 책을 완성했다.

국내에는 2016년 1월 '세컨드핸드 타임'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됐다가 이번에 제목을 바꾸고 세부 번역을 다듬어 재출간됐다.

알렉시예비치는 국내에서는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로 널리 알려진 구소련((현재는 벨라루스) 출신 작가로, '목소리 소설'(Novels of Voices)이라는 독특한 문학 장르의 창시자로 꼽힌다.

역사의 현장을 직접 찾아 수많은 관련자를 인터뷰해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작품을 쓰고 있는 그는 2차대전 당시 여성들에게 가해진 만행을 고발한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를 비롯해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다룬 '체르노빌의 목소리' 등 다양한 논픽션물을 써왔다.

'붉은 인간의 최후' 역시 전작들에서와 마찬가지로 소련 붕괴 이후의 노동자, 여성, 노인 등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그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되살려냈다.

소련과 러시아라는 나라의 과거와 현재가 궁금한 독자라면 방대한 이 책이 러시아의 가장 밑바닥에 흐르는 정서를 채록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겠다.

알렉시예비치는 EBS의 기획 '위대한 수업'에도 출연한다.

그는 지난 2일부터 오는 8일까지 방송되는 '위대한 수업'에서 한국 독자들을 위한 특별한 강의를 펼치고 있다. 마지막 날인 8일에는 '붉은 인간의 최후'의 취재 뒷얘기와 집필 후기, 책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밝힐 예정이다.

이야기장수. 김하은 옮김. 688쪽.

연합뉴스

스탈린과 레닌의 초상을 든 러시아 공산당 지지자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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