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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시험대 오른 KB금융 양종희 號]①'홍콩 ELS' 피해자들의 눈물… 리딩금융의 역할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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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KB금융그룹은 9년간의 윤종규 시대를 마감하고 '양종희 시대'를 새롭게 열었다.

취임 첫 해부터 '리딩금융'이란 탄탄한 선대의 유산을 선물받고 출발한 '양종희 호(號)'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여전히 높다.

하지만 거침없을 것 같았던 '양종희 호' 앞에 예상치 못한 복병들이 속속 돌출되고 있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여파로 올 1분기 실적에서 '리딩금융'의 자리를 신한금융에 내줬고, 수백억원대의 배임 사고 발생 등으로 내부통제 문제까지 불거졌다. 더구나 연체율 증가 등 KB금융그룹의 자산건전성에도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양종희 회장으로선, 공교롭게도 취임 첫 해부터 예상치못했던 '위기관리 리더십'의 시험대 오르고 있는 것이다.

아직 '포스트 윤종규 시대'로 시장에서 인식되고 있는 KB금융이다. 이러한 냉정한 시장의 평가를 뛰어넘어 '양종희 시대'로, 양 회장이 자신만의 리더십을 과연 선명하게 확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편집자>

디지털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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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올해가 사실상 취임 첫 해라고 할 수 있는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에겐 최근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 매우 불편할 수 있다.

올해 1분기 실적에서 그동안 '리딩금융' 자리를 지켰던 KB금융지주가 또 다시 신한금융지주에게 빼앗긴 것은 비록 '홍콩ELS 사태'로 인한 1회성 악재때문이라는 주변의 위안에도 결코 유쾌하지 않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KB금융의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49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5% 급감했다. 홍콩ELS 관련 고객 손실 배상 비용 8620억원을 충당부채로 적립하면서 영업외손실이 큰 폭으로 확대됐다.

동시에 KB금융의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의 올 1분기 순익은 더욱 심각하게 빠졌다. 국민은행은 1분기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58.2% 급감한 3895억원을 기록했다. 리딩뱅크 순위에선 신한은행(9286억원)이 1위를 기록했고 하나은행(8432억원), 우리은행(7897억원), NH농협은행(4215억원) 이 뒤를 이었다. 국민은행은 최하위를 기록했다.

다음 분기 실적에선 제자리를 되찾을 가능성이 높지만, 어찌됐든 시장은 국민은행의 '흑역사'로 기록될 한 페이지를 지금 목도하고 있다.

그런데 '홍콩ELS 사태'와 관련해서, 시장이 KB금융에 주목하는 것은 이처럼 급격하게 나빠진 숫자만이 아니다.

KB금융이 국내 '리딩금융'으로서의 품격과 역할에 맞게, 홍콩ELS 사태 피해자들과의 원만한 합의와 또 그것을 풀어나가는 '정성적인'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내놓은 가이드라인에 따라 KB국민은행을 비롯해 은행들이 자율배상에 나서고 있지만 홍콩ELS 피해 고객들의 분노는 여전하다. 은행별 자율배상 협상도 현재로선 지지부진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오히려 "40% 배상안은 도대체 누구 머리에서 나온 발상이냐?"며 '자율배상 가이드라인' 자체를 불신하는 목소리는 점차 커지는 분위기다.

이렇다보니 상품 판매 규모가 타 은행에 비해 월등히 큰 KB국민은행의 협상 행보에 더욱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물론 다른 금융지주사들과 '홍콩ELS 사태'에 있어선 보조를 맞춰야 하는 이유를 고려하더라도, KB금융 및 국민은행 최고경영진이 대국민 사과 등 보다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자세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금융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앞서 KB금융은 올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홍콩ELS 피해 고객들에 대한 특별한 언급없이 '연간 배당총액 1.2조원 수준에서 분기별 균등 배당' 등 KB금융 주주들이 좋아할 내용들을 집중적으로 강조했다.

이를 지켜봤을 '홍콩ELS 피해자'들에게는 더없이 잔인한 4월이었다.

KB금융뿐만 아니라 다른 금융지주사들도 아직까진 자율배상 프로그램 이상의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KB금융에 대한 막연한 시장의 기대치는 높아지고 있다.

어쨌든 홍콩ELS 사태 해결 여부는, '양종희 호'가 리딩금융의 위상을 앞으로도 지속시킬 수 있는지를 평가받는 첫 번째 시험대가 되고 있다.

디지털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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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율 증가… KB금융 '고정'이하 여신 1년새 54.1% 급증, 자산건전성도 '흔들'

비단 KB금융 뿐만 아니라 국내 5대 금융이 직면하고 있는 리스크는 '자산건전성'이다.

경제침체와 고금리 장기화, 그에따른 중소기업 및 가계대출 연체율 증가 등 매크로(거시경제지표) 불안이 지속됨에 따라 금융사들의 자산건전성에도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그동안 자산건전성에 있어선 튼튼하다고 인식돼왔던 KB금융그룹의 경우, 올 3월말 기준 '고정' 이하 여신(대출)은 2조8132억원으로 작년 3월말 기준(1조8261억원)과 비교해 54.1%나 급증했다. <표참조>

문제는 '고정'이하 여신의 증가 추세이다.

바로 직전 분기인 2023년말(2조5078억원)과 비교했을 때, KB금융의 '고정'이하 여신이 1분기만에 12.2%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 3월말 '고정'이하 여신 중 사실상 회수가 어려운 '추정손실'은 3958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3월말 기준(2630억원)과 비교하면 50.5% 증가한 것이다. 신한, 하나, 우리금융 등 다른 금융지주사들과 비교해서도 증가폭이 크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KB금융의 자산건전성에 적신호가 들어오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증권사들은 올 3월말 기준 KB금융의 보통주 자본비율(CET1)이 4대 금융 중에서 가장 높다며 여전히 KB금융을 금융지주사중에서 '톱티어(최선호주)'로 꼽고 있지만 실제 나타나고 있는 건전성 지표들은 불안감을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손실에 대비해 쌓는 KB금융의 올 3월말 기준 '대손충당금 적립금' 규모는 4조4673억원으로, 1년전 같은기간 3조582억원보다 24.7%가 늘었다.

뿐만 아니라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의 자산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는 것도 KB금융으로선 고민의 깊이가 더해지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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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월말 기준 KB국민은행의 '고정'이하 여신은 1조2549억원으로, 1년전 같은기간 8172억원 보다 53% 증가했다. 특히 같은기간 KB국민은행의 '추정손실'은 2218억원으로, 1년 전인 작년 3월말 기준 997억원과 비교해 무려 122.5%나 급증했다.

되짚어보면 KB금융으로선 KB국민은행이 부진했지만 KB손보, KB증권도 비교적 탄탄한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완성한 것이 결과적으로 더 이상의 상황 악화를 막은 셈이 됐다.

한편으론 넓게 보면, KB금융을 둘러싼 사업 및 시장환경이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나빠진 것 만은 아니다.

긍정적인 면도 있다. 이른바 '신 관치금융'으로 불렸던 정치 리스크의 퇴조다. '4.10 총선'이 끝나면서, 금융당국의 5대 금융을 대상으로 진행된 강도높은 '상생금융' 압박은 더 이상 예전처럼 강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높다.

그동안 금융 당국으로부터 리딩금융의 이름값과 무게를 감당해야 했던 KB금융의 입장에선 한결 홀가분해질 수 있는 상황 변화다. 상전벽해 수준은 아니지만 과거와는 달라진 환경임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양종희 회장이 과연 어떠한 존재감과 리더십을 보여줄 것인지, 또한 KB금융이 '홍콩ELS 사태'와 '자산건전성'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리딩금융의 역량을 지속적으로 발휘해 나갈 수 있을 것인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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