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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삶을 강렬하게 음미하고 싶다면 카메라를! [책과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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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 하워스 '마인드풀 포토그래퍼: 인생을 위한 사진'
한국일보

사진작가 레베카 노리스 웹의 '폭풍이 지나간 뒤, 사우스다코다 페어번 근처'(2011). 에이치비 프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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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기는 삶을 강렬하게, 100분의 1초 하나하나를 빠짐없이 음미하는 것이다."
-마크 리부, 사진가

사진이 이토록 쉽고 흔해진 시대, 우리는 무엇을 찍을 것인가. 스마트폰 카메라로 언제 어디서든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됐지만 '무엇을 찍을 것인가'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세상에 숨겨진 보석 같은 장면을 포착하기 위해선 결국 기계가 아닌 인간의 의식이 필요한 법. 소피 하워스가 쓴 에세이 '마인드풀 포토그래퍼: 인생을 위한 사진'은 거장의 작품부터 인스타그램 사진을 통해 작가들의 의식 속으로 들어가는 책이다. 인상적인 점은 작가가 사진을 찍는 찰나, 그들의 관점과 접근법을 명상과 결부시켰다는 것이다. 빤히 보이는 세상에서 예리한 의식과 감각으로 좋은 사진 한 장, 인생 사진 한 장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마음을 알아차리는 명상 행위에 다름 아님을 스미듯 일깨운다.

책은 명료함, 호기심, 헌신, 자신감 등 16개의 목차를 따라 50여 컷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명상 사진가들의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 사진은 찰나의 순간이고, 작가들의 말은 짧고 간단하지만 사진의 본질과 명상의 접점을 정확히 짚어 준다. 예컨대 명상의 핵심인 '명료함'을 다루는 챕터에서 저자는 인간의 침략으로 파괴된 미국 서부 자연의 50년사를 기록해온 로버트 애덤스의 작업을 소개한다. 엄격한 수련으로 통찰과 연민을 기르며 공공선을 실천하는 '보리살타'의 이상에 관심이 있었던 로버트의 사진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자연을 포착하면서도 차갑고 명료하게 절제돼 있다. 그 페이지에 인용된 사진작가의 말. "사진가는 자기 앞에 있는 그대로 세상을 더 잘 볼 때 비로소 더 나은 세상을 묘사할 수 있다." 각 키워드가 안내하는 대로 작품을 감상하고 난 뒤에는 '사진가의 명상법'이라는 이름으로 따라붙는 조언을 새길 수 있는 것도 책의 장점이다.
한국일보

마인드풀 포토그래퍼: 인생을 위한 사진·소피 하워스 지음·강경이 옮김·에이치비 프레스 발행·144쪽·2만2,000원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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