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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biology]'유전자 교정 돼지'로 환자 살리는 옵티팜…정부 지원 줄어도 국책과제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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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공시시스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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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일 옵티팜 대표가 23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이종이식 ELSI센터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난치병 환자의 새 희망, 이종장기이식 현황과 미래' 콘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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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옵티팜이 진행하고 있는 인공혈액 개발 프로젝트에 차질이 빚어졌다. 국책과제로 진행되는 해당 사업비가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감소로 5억원 이상 삭감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옵티팜은 2028년 임상 신청이라는 과제 목표를 달성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00년 설립된 옵티팜은 이종장기 연구개발을 주도하는 국내 기업이다. 동물질병진단사업, 동물약품사업 및 박테리오파지 사업 등 동물 관련 사업과 이종장기 등 인체 관련 사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매출 대부분은 동물 관련 사업에서 나온다. 작년 매출은 174억원으로 3년 연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회사가 연구개발에 주력하는 부문은 '메디피그' 부문이다. 옵티팜은 세계 최대 미니돼지 회사인 미국 싱클레어연구센터(SRC)를 통해 원료동물을 수입했고, 유전자 편집기술 등을 이용해 형질전환돼지를 만들어냈다. 형질전환돼지는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는 돼지유래 유전자는 제거하고, 면역거부반응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인간유래 유전자를 삽인한 돼지다.

옵티팜이 개발하고 있는 이종 혈액제제는 최근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수혈가능 연령인구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사람의 혈액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종 혈액제제는 돼지, 침팬지 등 다른 종의 혈액을 사람에게 수혈할 수 있도록 가공하는 것인데, 옵티팜은 회사가 보유 중인 다중형질전환돼지로 인공혈액을 개발하고 있다.

이번에 사업비 조정이 이뤄진 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와 방위사업청이 추진하는 민군겸용기술개발사업이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앞서 옵티팜은 지난 2022년 9월 한림대학교, 안전성평가연구소, 가천대학교, 충남대학교 등과 '형질전환돼지 기반 수혈가능 이종적혈구제제 기술개발' 수행기관으로 선정됐다.

당초 회사는 정부로부터 6년간 188억원(회사 77억원)을 지원받아 이종장기의 원료동물인 '형질전환돼지'를 활용해 수혈 대체용 이종적혈구제제를 개발키로 했다. 최종적으로 2028년 6월까지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하는 것이 목표였으나 정부출연 R&D 예산이 174억원으로 줄며 옵티팜이 받는 사업비도 감소했다.

특히 올해에 해당하는 응용연구 3차년도(2024년 1월 1일~12월 31일) 정부 예산이 29억원에서 15억원으로 줄었고, 옵티팜이 받기로 한 예산도 약 11억원에서 5억원으로 반토막났다.

회사 측은 "이번 사업비 조정은 해당 과제 성과와 무관하며, 국책 과제를 대상으로 한 정부 정책의 변경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옵티팜은 형질전환돼지를 활용한 이종장기이식 국책과제도 수행하고 있다. 작년부터 5년에 걸쳐 총 380억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췌도, 각막, 피부 등 이종이식제제의 임상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1단계로 오는 2025년까지 영장류 대상 비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2단계로 오는 2027년까지 비임상 데이터를 취합, IND 승인을 거쳐 임상 연구에 돌입하는 일정이다.

미국식품의약국(FDA) 가이드라인에는 이종장기 이식시 형질전환 돼지를 써야한다고 명시돼 있다. 특히 옵티팜이 사용하는 미니돼지는 심장, 췌장 등 장기의 크기가 인간과 비슷해 전세계적인 이식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꼽힌다.

현재 전 세계에서 사람에게 이식할 수 있는 수준의 원료동물을 갖고 있고 있는 회사는 미국 바이오기업인 e제네시스와 리비비코 정도다. 리비비코의 경우 3개의 돼지 유전자와 이식된 장기가 빠르게 자나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성장유전자 1개를 추가 제거하고 6개의 인간 유전자를 삽입한 유전자 10개 변형 돼지를 개발했다. e제네시스는 최근 살아있는 신장질환 환자에게 유전자 교정 미니돼지의 신장을 성공적으로 이식해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현재는 이 두 회사가 형질전환동물 시장을 독점하고 있으나, 옵티팜이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회사는 국내 최초로 4개의 돼지 유전자를 빼고 인간 유전자 6개를 넣는 유전자 10개 변형돼지를 개발했다.

회사는 해당 돼지 신장을 영장류(원숭이)에 이식해 221일간 생존시켜 가장 오랜 생존율을 입증했다. 돼지의 형질전환을 할 때마다 생존기간이 비약적으로 증가한다는 점을 확인하고, 이르면 내년까지 11개 유전자 변형 돼지도 개발할 계획이다. 추후 자사 형질전환돼지의 해외 수출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김현일 옵티팜 대표는 "회사는 연간 돼지 100두 이상 관리할 수 있는 원균제어시설(DPF)을 가지고 있다. 또 돼지들이 병원균에 감염되지 않도록 148종의 균과 바이러스 등을 검사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했다"며 "지금은 영장류시험용으로만 쓰이기 때문에 규모가 크지 않지만 대량생산이 이뤄질 경우 1년에 1000~2000마리 생산도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이종이식은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상상속의 기술이었다. 하지만 모회사와 정부 지원 등이 뒷받침되면서 이제는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현재 대형 국책과제에 참여하는 국내 대표 의료기관과 약 60명의 연구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매주 (이종이식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 지원이 조금 더 이뤄진다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수인 기자 su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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