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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가 곧 기회” 네이버, 日라인야후에 던질 묘수는? [아이티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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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진행된 네이버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라인야후 사태’에 대한 회사의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습니다. 최근 일본 총무성이 라인야후에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를 재검토하라는 행정지도를 내린 데 대해서 말이죠.

참고로 라인야후는 한국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각각 50%씩 지분을 출자해 지난 2021년에 설립한 합작법인 ‘A홀딩스’를 모회사로 두고 있습니다. 현재 A홀딩스가 라인야후의 지분 64.5%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셈이죠. 라인야후의 대표적인 서비스로는 메신저 ‘라인’과 검색엔진 ‘야후재팬’이 있습니다.

특히 라인의 경우 일본 내 사용자 수가 약 9600만명( 2023년 12월 월간 활성 사용자 수 기준)에 달하는 등 현지에서는국민 메신저’로 통합니다. 천재지변에 민감한 일본에선 라인을 통해 정부 등의 메시지가 국민들에게 전달되는 체계가 일반화돼 있어 하나의 인프라스트럭처로 여겨질 정도라고 하네요.

문제는 일본 정부가 지난해 가을 발생한 51만 여건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이유로 라인야후에 대한 네이버의 영향력 축소를 압박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시스템 개발과 운용, 보수 등을 맡아왔던 네이버와의 기술적 협력 관계를 끊겠다는 라인야후의 대응책에 일본 정부는 추가적인 주문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물론 일본 정부가 대놓고 지분 매각을 강요하는 발언을 직접적으로 한 적은 없습니다. 다만 네이버는 파트너인 소프트뱅크를 통해 일본 정부의 의중을 들은 상황이죠. 그 메시지는 라인야후를 관장하는 A홀딩스에 대한 네이버의 입지를 줄이고, 그 대신 소프트뱅크의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으로 네이버는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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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국민 메신저로 통하는 ‘라인’. 현재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공동 운영하는 A홀딩스 산하(지분율 64.5%) 라인야후를 통해 서비스되고 있다. 전세계 이용자가 2억명에 달한다. <사진=라인>


이 같은 상황을 보여주듯 최 대표는 이날 일본 정부의 기류에 대해 “자본 지배력을 줄일 것으로 요구하는 행정지도 자체가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것을 따를지 말지 결정하는 문제가 아니라 중장기적인 사업 전략에 기반해서 결정할 문제로 정의하고 내부적으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입장이 정리되는 시점에 다시 명확하게 말하겠다” “과기정통부를 비롯해 (우리)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발언해, 네이버의 입장이 없는 것처럼 읽힐 수도 있지만 “중장기적인 사업 전략에 기반해서 결정할 문제”라고 명시한 부분에서 네이버의 기조를 읽을 수 있습니다.

최근 본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네이버는 단순히 A홀딩스 지분 조정만을 고려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라인야후는 일본 외에도 동남아시아, 미국 등 네이버의 주요 해외 사업과 연결되는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죠. 극단적으로 라인야후를 소프트뱅크에 넘긴다는 것은 곧 네이버가 해외사업을 대거 포기한다는 말과도 같다는 분석입니다.

일례로 라인야후가 100% 지분을 보유한 Z인터미디어트(전 라인코퍼레이션)는 일본 외 해외 사업이 핵심인 라인플러스(한국법인)를 완전 자회사로 두고 있습니다. 또 Z인터미디어트는 라인게임즈 지분 35.7%를,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운영사인 네이버제트를 18.8% 각각 보유하고 있습니다. 스노우는 라인플러스가 지분 10%를 갖고 있고요. 또 대만, 미국 등 여러 해외 시장에 뿌리 내린 사업들이 라인야후로 이어집니다.

즉 다시 말하자면, 라인야후 아래에는 네이버의 수많은 해외 사업들이 얽혀있다는 얘기입니다.

이 때문에 일본 현지 사업의 핵심 축인 라인야후 지분율을 단순 조정하는 것을 넘어 네이버 해외 사업과의 관계성과 시너지 강화를 위한 역할 재조정이 큰 틀에서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거죠.

그렇다면 네이버는 어떤 선택을 할까요. 시나리오는 다양합니다. 아직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간의 물밑 협상이 한창이고, 정부와의 대화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는 확정된 사항이 없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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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네이버는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참에 네이버의 해외 사업 전반을 재점검하는 거죠. 또 A홀딩스를 세우면서 기대했던 소프트뱅크와의 시너지가 실제로는 크게 발휘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변화를 주고 싶은 듯하고요.

“결과적으로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등 여러 사업에 걸쳐 시너지를 다시 한번 높일 수 있는 그림을 그려 나가는 게 핵심”이라는 내부 관계자의 발언도 있었습니다.

최 대표는 “라인 야후에 대해선 주주와 기술적인 파트너로서의 입장이 있었고, 긴밀한 사업적 협력은 아직 이뤄지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었다”면서 “기술적인 파트너로서 (네이버가) 제공했었던 인프라 등에 대해서는 이번 행정지도로 인해서 분리해서 자체적으로 구축하는 방향성이 나왔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인프라 매출 정도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라인야후 동업 관계를 맺으며 합의한 사항이 있습니다. 네이버는 기술 개발권을 중점적으로 갖고 소프트뱅크는 경영권을 우선 가져 양 사가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적인 관계를 갖는다는 점이죠. 공동의 경영은 하지만 세부적으로는 그 역할이 나눠져 있었죠.

결과적으로 네이버는 이번 사태로 기술 개발권을 대거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온 이상 라인야후에 던질 묘수가 필요해 보입니다.

변수는 양국 정부가 향후 어떤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느냐에 다라 달라질 여지가 있다는 점인데, 네이버가 이번 사태를 어떻게 돌파해 나갈지 지켜볼만한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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