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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주간政談<상>] '다변가' 尹 대통령, 민감한 의제는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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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혁신당 첫 총회서 긴장한 기색의 당선자들
홍익표, 여야 합의 '이태원참사 특별법' 처리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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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만나자고 제안한 이후 지난달 29일 두 사람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만났다. 윤 대통령 취임 720일 만이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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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을 계기로 높아진 '협치'에 대한 기대감은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여야가 쟁점 법안 처리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면서다. 결국 민주당 등 야권은 국민의힘이 반대해 온 '채 상병 특검법'과 '전세사기 특별법'을 단독 처리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여야 간 대치 국면이 더 심화할 가능성이 커서다. 민주당은 5월 임시회에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양곡관리법을 비롯해 가맹사업법 등 처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총선 참패의 쓴맛을 본 국민의힘은 새 원내사령탑 인물난을 어느 정도 해소한 분위기다. 3선에 성공한 송석준 의원에 이어 4선 고지에 오른 이종배 의원이 원내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친윤'(친윤석열) 핵심인 이철규 의원의 출마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당내 비토 정서가 확산할지도 주목된다. 이번 주 민주당에서는 '친명'(친이재명) 핵심으로 분류되는 박찬대 의원이 22대 국회 1기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지난 3일로 임기를 마친 홍익표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로 '이태원참사 특별법'을 처리하는 성과를 올렸다. 또, 조국혁신당은 첫 당선자 총회를 열어 향후 당 방향성 등을 논의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유튜브 구독자 100만 명 이상을 보유하게 되면서 '메가 인플루언서'가 됐다. 윤 대통령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각국 정상보다 훨씬 많은 수치를 자랑한다. 한편 일본 정부의 네이버 메신저 라인에 대한 지분 매각 압박의 강도가 점점 강해지고 있어 우리 정부의 구체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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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영수회담을 마친 뒤 악수하며 기념촬영 하고 있다. 이날 독대 시간은 없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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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 만나 더 많이 발언한 尹 대통령...왜?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지난달 29일 만났는데 윤 대통령이 더 많이 발언했다고?

-윤 대통령과 이 대표 만남은 정부 출범 후 720일 만이었어. 서로 할 말이 진짜 많았겠지. 회담 모두발언에선 이 대표가 준비해둔 입장문(A4 약 10장)을 꺼내 약 15분 이야기했고, 윤 대통령은 경청했어. 그런데 회담이 비공개로 전환된 이후에는 윤 대통령이 더 많이 말했다고 해. 민주당은 직접 시간을 재봤다면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 발언이 각각 85대 15%의 비율을 보였다고 했어.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발언 비중이 70% 정도였다고 했어.

-어쨌든 윤 대통령이 이 대표보다 말을 많이 한 건 사실이네. 대통령실은 회담 전 실무진 협의 때 자유롭게 얘기를 나누기 위해 의제를 사전에 조율할 필요가 없다고 선을 그었어. 또 회담에선 주로 이 대표 말을 듣겠다고 강조했는데 비공개 자리에서 윤 대통령이 더 많이 말했다고 하니 조금 의아해. 왜 그런 거야?

-대통령실은 이 대표가 모두발언에서 밝힌 입장에 대해 윤 대통령이 설명하면서 발언이 더 많아졌다는 취지로 해명했어. 윤 대통령은 '다변가'라고 해. 말하기를 정말 좋아한다고. 민생토론회에서도 준비된 원고 없이도 10분을 가뿐히 넘기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 왔어. 참모들과 회의나 회식 자리에서도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인 것으로 알려졌어. 이렇게 되면 아무래도 참모들이 본인 의견을 드러내려고 할 때 부담이 더 되겠지.

-그런데 정작 이 대표와 회담에서 주요 의제로 꼽혔던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윤 대통령은 언급하지 않았어. 이 대표는 가족 등 주변 인사 비리 의혹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날 선 비판을 했는데 이에 대해서도 별다른 답변은 없었다고 해. 언론 압수수색 문제, 연구개발(R&D) 예산, 연금 개혁과 의료 개혁, 이태원특별법, 여·야·정 민생 협의체 등 할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논의할 시간이 없었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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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은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국회 본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을 단독으로 처리한 데 대해 "나쁜 정치"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사진은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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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회담 나흘 만에 민주당은 '채 상병 특검법'을 단독 처리했고, 대통령실은 야당을 향해 "나쁜 정치"라며 재의요구권(거부권)행사를 시사했어.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회담 자리에서 허심탄회하게 이 문제를 논의했어야 했다고 봐. 가까스로 이태원 참사 발생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여야 합의로 처리되면서 협치에 대한 기대감이 올라갔는데, 정국이 다시 꼬여버린 것 같아 참 아쉬워.

-윤 대통령은 다음 주 민정 기능을 보완한 대통령실 직제 개편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어. 22대 총선 패인 중 하나가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것이었고, 그래서 민심 관련 정보를 수집, 분석해 국민의 뜻을 제때 정확히 파악하겠다는 차원이야. 과연 담당 조직이 없어서 대통령실이 민심을 몰랐을까. 윤 대통령이 다짐한 대로 앞으로 경청하려는 자세를 유지해주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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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혁신당 당선인들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선인 제1차 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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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굳어있길래"…조국혁신당 첫 당선인 총회 분위기는

-조국혁신당 첫 당선인 총회가 열렸지?

-본회의가 열린 2일이었어. 당선인 12명 모두가 국회 간담회실에 모였어. 20여 분간 모두발언과 현안 발언까지는 언론에 공개했고 비공개회의가 이어졌지. 당론법안은 무엇으로 할지 19, 20, 21대 국회에서 법안 발의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검토하며 당선인들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고 해.

-당선인들이 한자리에 모인 공개행사가 처음이었던 것 같아. 행사 시작 전부터 취재진이 진을 쳤는데, 당선인들의 긴장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어. 논의할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의원총회 시작 전 분위기는 화기애애하거든. 가볍게 돌아다니면서 아는 의원들, 기자들과 잡담이나 안부 인사를 나누기도 해. 그런데 이날은 거의 모든 당선인이 자리에 조용히 앉아만 있었어.

-기자만 그렇게 생각했던 거 아니야?

-사회를 본 정춘생 당선인도 총회장 분위기를 느꼈던 모양이야. 모두발언과 현안 발언 전 박수를 유도하더라고. 사실 발언 순서가 되면 따로 박수 없이 자연스럽게 시작하는 게 일반적이거든. 빡빡한 분위기를 풀어보려는 시도였던 것 같아. 공개발언은 별다른 실수 없이 마쳤지만, 긴장 안 할 것 같은 사람들(?)이 굳어있는 모습은 꽤 신선하게 느껴졌어. 일부 당선인은 방송이나 유튜브 등에서 정부여당에 신랄한 비판을 해 왔으니까. 정 당선인은 이날 오후 기자에게 "취재진에 공개된 총회는 처음이었다"며 "저도 엄청 떨렸는데 다른 당선인들도 굳어있더라"고 말했어.

-첫 순간은 늘 어색함과 떨림이 있는 법이지. 사실 총회를 거듭하다 보면 당선인들도 곧 적응할 거야. 여느 정당 의원총회와 마찬가지로 편한 분위기가 연출될 수도 있고. 당선인들이 다들 국회에 입성해 국민들을 위해 꼭 해내고 싶은 일이 있을 거잖아. 국민들 앞에서 다짐했던 초심만큼은 잊지 않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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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표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임기가 지난 3일 끝났다. 전날(2일) 열린 본회의에서 그의 숙원과 같던 이태원참사 특별법이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 /배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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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 자리에 설 일 없다'는 홍익표, 처음과 끝은 이태원

-2일 이태원참사 특별법이 여야 합의로 본회의를 통과했어. 합의가 불발된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과 전세사기 특별법은 야당 단독으로 처리됐지. 홍익표 전 민주당 원내대표의 역할이 컸다며? 그런데 홍 전 원내대표에게 이태원참사 특별법이 특히 의미 있는 이유가 있다면서.

-응. 홍 전 원내대표는 지난해 9월 26일 취임했어. 나흘 뒤인 30일 이태원참사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았지. 그리고 지난 2일 본회의는 그가 원내대표로서의 마지막 본회의였어. 여기서 이태원참사 특별법이 처리된 거지. 그것도 여야 합의로 말이야.

-홍 전 원내대표로서는 감회가 새로웠을 것 같아. 여야 합의 처리는 유가족들이 가장 바라던 부분 중 하나였잖아.

-또 이번에 본회의 개최를 두고도 여당이 쟁점 법안 처리하려는 본회의는 동의할 수 없다며 반대했어. 김진표 국회의장도 합의 없이 안 된다고 했는데 민주당이 국회법을 뒤져서 근거를 내밀었다고 해. 관행적으로 여야 합의로 했지만 국회법대로 하면 목요일에 개최하는 게 맞는다는 규정을 찾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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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전 원내대표가 지난 2월 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분향하는 모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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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내대표를 지내면서 어려운 일들이 많았다며?

-응. 홍 전 원내대표가 취임했을 때는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로 당내 계파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지. 방송3법과 노란봉투법, 쌍특검법 등으로 여야 갈등도 깊었지. 취임하고 곧장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도 있었고.

-2일 본회의가 끝난 뒤 홍 전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 설 일은 앞으로 없지만"이라고 했어. 여러 의미를 담고 있겠지. 원내대표 임기가 끝나기도 했고 22대 총선에서 험지인 서초에 출마했다가 낙선했어. 민주당으로서는 참 아쉬울 거야.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하>편에 계속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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