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8 (토)

이슈 미술의 세계

“5월엔 한뼘더 자라길…”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사서의 추천 도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내일은 어린이날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사서들이 추천하는 책 10

조선일보

/그래픽=이철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어린이 독자를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는 국립어린이청소년 도서관 사서들은 어린이들에게 책 속의 어떤 지혜를 전하고 싶을까. 어린이날을 맞아 박주옥·이새롬·최유경·이정민·전지혜 사서가 추천 도서를 2권씩 꼽았다. 10권을 관통하는 주제는 ‘관계’. 공감과 연대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때로 흔들리고 상처받더라도 용기를 잃지 말라고 응원하는 책들이다.

슬픔과 분노, 불안까지도… 세상을 헤쳐갈 힘이 된단다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림동화 ‘제자리를 찾습니다’(막스 뒤코스 지음·국민서관) 속 할아버지는 오랜 시간 연못을 돌보며 산다. 어느 날 땅 주인이 할아버지가 사는 곳에 주차장을 만들 거라며 떠나라고 말한다. 할아버지는 연못을 데리고 새로운 살 곳을 찾아 떠난다. 시청, 학교, 공원, 쇼핑센터, 현대미술관…. 연못이 잘 어울릴 것 같은 곳을 찾아가 보았으나 어떤 곳에서도 그는 환영받지 못한다. 어찌나 많이 돌아다녔는지 할아버지는 지치고 연못은 쪼그라들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시 길을 떠난다. 할아버지와 연못은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자신의 자리를 잃는 힘든 상황에 놓이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다시 본연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더불어 경제적 논리와 편리함이라는 명목 아래 훼손당하는 자연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또한 노인과 같은 약자와의 공존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감정 호텔’(리디아 브란코비치 지음·책읽는곰)은 목소리가 작은 ‘슬픔’, 소리를 질러대는 ‘분노’, 주목받기 좋아하는 ‘불안’,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자신감’ 등 다양한 감정이 머물다 가는 곳이다. 감정 호텔 지배인은 저마다 무엇이 필요한지 귀 기울여 듣고, 마음껏 표현할 수 있도록 보살피며, 오고 싶을 때 와서 떠나고 싶을 때 떠나도록 배려한다. 감정 호텔을 꾸리는 일은 물론 힘들다. 그럼에도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자신감과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긍심과 같은 감정이 힘이 된다. 우리는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데 서툴기에 여러 문제나 갈등을 겪는 경우가 많다.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감정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표현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길을 보여주는 책이다. /박주옥 사서

완벽한 성격이라는 건 없어, 있는 그대로의 네가 최고야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 사교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을 부러워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회에서 선호하는 성격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창작 동화 ‘모두가 원하는 아이’(위해준 지음·웅진주니어)는 ‘정신 성형’을 통해 세상이 좋다고 여기는 완벽한 성격을 가진 아이로 거듭날 수 있다는 기발한 발상에서 출발한다. 이야기 속 새미래 정신 성형 연구소에서는 어린이들의 성격을 바꿀 수 있는 버튼을 판매하고, 돈을 더 내면 맞춤 버튼도 설계해 준다. 자의 또는 타의에 따라 연구소에 오게 된 주인공 ‘B5-33번’과 친구들은 우연히 연구소의 비밀을 알게 되고, 정신 성형을 받을지 탈출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선다. 연구소의 홍보 문구처럼 과연 완벽한 성격이 있을까? 만약 흠 없는 성격이 존재한다면, 지금 내 모습은 부족하고 고쳐야만 하는 것일까?

동시집 ‘드라큘라의 시’(김개미 지음·천개의바람)는 흔히 부정적인 감정이라고 여겨지는 외로움과 두려움을 섬세한 동시와 삽화로 표현했다. 어린이 책에는 잘 등장하지 않는 드라큘라를 주인공으로 삼아 무서움이나 그리움처럼 쉽지 않은 감정을 다루며 공감의 장을 연다. 예컨대 책에 나오는 시 ‘관’은 죽음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지만, 함께 실린 삽화는 관의 내부를 3층짜리 아늑한 집으로 표현하며 독자에게 위로를 건넨다.

두 책은 나의 감정과 성격이 어떤 모습일지라도 모두 나를 이루는 소중한 것임을 일깨워준다. 102번째를 맞은 어린이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세상을 살아갈 용기를 주는 두 권의 책을 추천한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모든 어린이들이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길 바라면서. /이새롬 사서

두려워 말고 너를 믿어보렴, 늘 응원하는 가족이 있으니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는 매일 선택을 한다. 선택이란 쉽지 않은 순간순간이다. 그림책 ‘귀를 기울이면’(나딘 로베르 지음·작은코도마뱀)의 주인공 클로버는 염소 ‘모란이’를 쫓다 깊은 숲속에서 길을 잃는다. 선택의 순간마다 클로버는 가만히 마음속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길을 찾는다. 세상이 ‘이성적 판단’만을 강조하는 동안 마음의 소리인 ‘직관’은 무시당하고 소외되기 일쑤다. 작가는 어린 클로버를 통해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말한다. “마음은 자신이 진정으로 무엇이 되고 싶은지 이미 알고 있으니, 용기를 갖고 자신의 마음과 직관을 쫓으라”는 스티브 잡스의 조언과도 닮은 목소리다. 올바른 결정이 아니면 또 어떤가. “무엇이든 괜찮아. 네 마음은 스스로 정해 봐”라고 말해주는 가족의 든든한 사랑이 있다.

이 책이 선택 앞에서 갈팡질팡하는 어린이에게 응원과 용기를 준다면, 어린이 소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바바라 오코너 지음·놀)은 선택의 결과와 책임에 대한 이야기를 생생하면서도 경쾌하게 풀어낸다. 어느 날 집을 잃은 열한 살 조지나는 사례금을 받아 가족이 함께 살 집을 구할 생각으로 카멜라 아줌마의 개 윌리를 훔친다. ‘가족’을 잃고 슬퍼하는 아줌마의 모습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잘못을 고백하는 조지나의 모습은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깨닫는 가족의 소중함은 조지나에게 주는 보상이 아닐까. 실패할까 두렵기에 선택은 어렵지만 아이는 그 순간에도 배우고 성장한다. 아이에게서 ‘실패할 권리’를 빼앗지 말자. 가족의 믿음과 사랑을 딛고 아이들은 건강하게 자란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최유경 사서

친구와 친해지기 힘들 땐 마음을 담아 편지를 써 봐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관계 맺기란 늘 쉽지 않은 문제다. 어른이 되어서도 서툴고 어렵다. ‘잊었던 용기’(휘리 지음·창비)는 새 학년을 맞아 서먹해진 친구에게 먼저 용기 내어 편지를 보내고, 거기에 화답한 친구와 행복한 관계로 나아가는 용감한 어린이를 보여준다. 작가는 학교와 친구가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느끼는 어린이들에게 먼저 마음을 표현하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다고 전한다. 봄꽃이 떨어지고 어느새 초여름 더위가 다가오는 계절. 친구와 아직도 어색한 어린이들이 있다면 먼저 마음을 열도록 격려해 보면 어떨까. 책 전체가 한 폭의 수채화 같은 그림으로 구성돼 머뭇거리는 어린이의 마음에 편안함을 주고, 친구 사이의 우정이 더 밝고 빛나게 보이도록 해준다.

“쓸쓸한 상태로 학교 생활을 계속해야 하는 자체가 지옥인 거지.” 견디기 힘들 만큼 쓸쓸한 일상이 매일 반복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창작동화 ‘고양이가 필요해’(박상기 지음·소원나무)는 친구 맺기가 어려웠던 외로운 어린이의 성장 이야기다. 유나는 다른 사람의 고양이 사진을 도용해 친구를 사귀지만 거짓으로 만들어진 관계는 계속 이어지지 않는다. 유나는 그토록 원하던 반려묘와 가족이 되면서 비로소 웃음과 친구를 되찾는다. 이 책은 저작권을 주제로 다른 사람의 창작물을 사용하는 위험성을 어린이들에게 알리는 동화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야기의 바탕이 되는 유나의 쓸쓸함은 오늘날 핵가족화된 사회에서 형제자매 없는 아이가 느끼는 공통의 외로움일 수 있고, 학교에서 친구 무리에 끼지 못하는 아이의 소외감 역시 충분한 공감을 일으킨다. 변화된 시대를 살아가는 어린이의 마음을 헤아리려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이정민 사서

지치고 실망해도 괜찮아… 함께 이겨낼 수 있으니까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어린이의 세계는 끊임없이 확장된다. 그 과정이 늘 즐겁고 행복하지만은 않지만 말이다. 까마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그림책 ‘나의 그늘’(조오 지음·웅진주니어)은 확장되는 관계를 부드러운 그림체로 그리며, 그 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실망과 걱정까지도 안아준다. 또한 다른 이들과 소중한 나무 그늘을 나누며 넓어진 관계 속에서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작가의 전작 ‘나의 구석’에서 세상으로 향하는 창을 냈던 까마귀가 집 밖으로 나가며 겪은 내면의 변화와 함께 어린이에게 대입해 읽을 수 있다. 몇 마디 대사 외에는 글이 없는 그림책이지만, 까마귀의 집 안팎을 그려낸 장면들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자세히 들여다봐야 하는 책 가운데 제본선 주변에 작가가 숨겨둔 생각할 거리를 찾아 그림 속에 머물러 보자.

‘까먹어도 될까요’(유은실 지음·창비)는 묻어 둔 도토리의 위치를 까먹는 다람쥐들의 습성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아기 다람쥐 ‘줄무늬’의 고민과 변화를 쫓아간다. 혼자 산꼭대기에 집을 짓고 살기로 한 줄무늬에게 닥쳐온 지진이라는 시련, 그리고 이어지는 도움과 극복의 과정은 함께한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약초에만 천재인 ‘약초 할머니’, 자신이 이장이라는 사실은 잊어버리지 않는 ‘이장님’ 등 재미있는 캐릭터들의 행동과 대사가 읽는 재미를 더하며 어린이들에게 공동체의 소중함과 나눔의 따뜻함을 일깨운다.

약초 할머니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애들이 놀 수 있으면 괜찮은 거다”라고 말한다. 어린이날은 물론, 어린이날이 지난 뒤에도 모든 어린이가 즐겁게 뛰어놀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추천하는 책이다. /전지혜 사서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