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8 (토)

[새로 나온 책] 이야기는 진료실에서 끝나지 않는다 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세계일보

이야기는 진료실에서 끝나지 않는다(폴리 몰랜드 지음, 리처드 베이커 사진, 이다희 옮김, 바다출판사, 1만6800원)=존 버거의 ‘행운아’가 쓰인 1960년대의 의사와 코로나19가 몰아닥친 2020년대의 의사를 보자. ‘행운아’ 속 의사는 도로 위에서 절단 수술을 하거나 부엌에서 맹장 수술을 하고 이웃의 아기를 직접 받았다. 입이 거칠었지만 모두 그를 좋아했다. 자신이 필요하면 어디든 달려갔기 때문이다. 2020년대의 의사는 왕진하러 가다 차가 들어가지 못하면 걸어서 그 집 담벼락을 넘는다. 예방 접종으로 사람이 몰리는 날에 눈이 많이 내려 연로한 환자들이 미끄러질까 노심초사하며 잠을 못 이룬다. 책은 영국의 국가보건서비스 변화에 따라 의사의 일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소개한다.

세계일보

이유 없는 병은 없다(시릴 타르키니오 지음, 권진희 옮김, 반니, 1만9000원)=프랑스 임상심리학자인 저자는 우리 몸이 끊임없이 아픈 이유가 트라우마 때문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책은 우리가 미처 떠올리지 못했던 트라우마의 영향을 낱낱이 드러낸다. 주로 유아기부터 청소년기 사이에 겪은 부정적 사건이 성인이 된 후 몸과 정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찬찬히 살피면서 트라우마와 몸의 관계를 규명한다. 몸과 마음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우리 내부의 목소리를 들어봐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세계일보

폐번치현(가쓰타 마사하루 지음, 김용범 옮김, 교유서가, 1만9800원)=폐번치현은 일본을 봉건국가에서 근대국가로 이행시킨 사건이다. 폐번치현을 포함한 메이지유신에 의해 일본 근대국가가 탄생했다. 막부(쇼군)와 번(다이묘)은 모습을 감추게 됐다. 이 책은 번에 의존하던 정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번을 해체하게 됐는지, ‘현’ 제도를 탄생시키고 중앙집권체제를 확립한 쿠데타의 실태는 어떠했는지를 다룬다. 메이지유신기 폐번치현을 단독으로 다룬 책으로는 국내 첫 소개다.

세계일보

있는 힘껏 산다(정재경 지음, 샘터, 1만8000원)=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풀 한 포기, 작은 잎 한 장에서도 생명의 신비를 느낄 때가 있다. 연둣빛 새잎을 틔워내는 스킨답서스, 물을 찾아 길게 뿌리를 뻗어 나가는 몬스테라, 잎이 떨어지자마자 다음 봄을 준비하는 겹벚꽃 나무…. 폭우 속에서도 쓰러지지 않는 소나무처럼 살아내고자 묵묵히 애쓰는 식물들의 모습은 경이로우면서도 애틋하다. 우리 역시 유한한 삶을 저마다의 노력으로 살아가고 있으니까. 저자가 월간 ‘샘터’에 ‘반려 식물 처방’을 주제로 연재한 글을 바탕으로 식물에서 배운 삶의 자세를 담아냈다.

세계일보

나무 내음을 맡는 열세 가지 방법(데이비드 조지 해스컬 지음, 노승영 옮김, 에이도스, 1만5000원)=미국 생물학자가 ‘나무 내음’을 주제로 쓴 과학 에세이다. 향기 분자를 인지하는 감각인 후각은 시각과 청각에 비해 무시당하지만, 가장 오래되고 직접적인 감각이다. 눈과 귀가 발달하기 전 세포들은 이미 분자의 언어로 대화했다. 나무는 향기 분자를 통해 서로 이야기하며, 균류를 유혹하고, 곤충에게 경고 신호를 보내고, 도움을 요청하며, 미생물에게 속삭인다. 책은 나무와 관련된 열세 가지 소재를 통해 인간의 기억과 감정에 가장 직접적이고도 강렬하게 연결된 나무 내음에 관해 이야기한다.

세계일보

행복을 위한 메르헨(에리히 캐스트너 지음, 울리케 묄트켄 그림, 정초왕 옮김, 여유당, 1만3000원)=올해로 탄생 125주년을 맞은 독일의 저명한 어린이책 작가이자 소설가인 에리히 캐스트너(1899∼1974)가 1947년 쓴 단편을 그림책으로 만든 작품이다. 캐스트너는 풍자와 해학으로 부조리한 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했던 작가다. 참혹한 전쟁을 두 번이나 겪고 나치에 의해 책이 불태워지고 강제로 절필을 당하면서도 계속 저항했다. 이 책 역시 작가 특유의 촌철살인의 유머가 이어지는 가운데, 작품 속 노인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행복이 무엇인지를 곱씹게 만든다.

세계일보

펼친 면의 대화(전가경 지음, 아트북스, 2만5000원)=시각 문화 연구자인 저자가 현재 한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북디자이너 열한 명(팀)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책과 디자인에 관한 저자와 디자이너들의 대화가 골자를 이룬다. 사이사이 삽입된 저술이 출판의 역사와 책의 형태를 둘러싼 풍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는 디자이너들의 작업을 면밀히 살피고, 이를 시각 문화와 디자인사의 관점으로 꿰어내 아직 단단히 정립되지 못한 한국 현대 북디자인사의 계보를 조각조각 그려낸다.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