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美 정치 전문지 "동아시아의 나토가 형성되고 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각)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리는 미국·일본·필리핀 3국 정상회의에 앞서 기시다 후미오(오른쪽) 일본 총리,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과 필리핀을 향한 미국의 방위 공약은 철통같다"라고 말했다. 2024.04.12. /사진=민경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동아시아에 동맹을 기반으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같은 집단안보체제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정치 전문매체 '더 힐'은 "기존에는 미국과 파트너 사이에 형성된 양자 동맹을 통해 안보를 유지했지만 집단안보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 되고 있으며 곧 동아시아의 나토를 목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 힐은 4월 열린 미국, 일본, 필리핀의 3국 정상회담을 소련 붕괴 이후 세계 안보 구조의 중대한 변화라면서 잠재적으로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중 세력 균형 구조에 극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정상회담 이전까지 미국은 주로 파트너들과 양자 협정을 통해 동아시아의 안보를 유지했지만 이러한 '허브 앤 스포크(Hub and Spoke)' 동맹 시스템이 지역 내 집단안보체제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더 힐은 이러한 변화가 단지 일본과 필리핀에 국한되지 않고 한국과 베트남 등으로 확장되며 안보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과거 베트남은 주요 무역 파트너인 중국이나 무기 공급국인 러시아의 반발을 우려해 대미 관계 격상을 자제해 왔지만 작년 말 미국과 안보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 양자 관계를 업그레이드했다. 더 힐은 "이러한 베트남의 변화는 남중국해 국가들의 중국에 대한 안보 우려가 전통적인 외교 관계를 넘어설 정도로 심각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더 힐은 한국과 일본 사이의 획기적인 관계 개선에도 주목한다. 과거 한국과 일본은 역사 문제로 인해 양국 간 합의를 훼손할 정도로 적대적이었으나 이제 양국은 광범위한 지정학적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한미일 3국은 인도·태평양 대화를 개최하고 남중국해에서의 항공협력, 미사일 발사 실시간 데이터 공유, 해양 협력 부활 등 대중 전략 수립 등으로 향후 군사적 통합을 위한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한일 양국 관계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고 평가했다.

더 힐은 동시에 일본의 평화주의도 쇠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일본 국민은 국가의 주권인 전쟁과 국제 분쟁 해결 수단으로서의 무력 위협이나 무력 사용을 영원히 포기한다"고 명시한 헌법 9조의 적용 범위를 점점 더 희석시키고 있다. 또한 최근 일본 정부는 GDP 2% 수준의 방위비 지출을 추진하면서 방위산업 수출 제한도 완화했다.

더 힐은 필리핀이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일본을 잠재적인 안보 파트너로서 수용한다는 점도 주목했다. 더 힐은 "이것이 더욱 놀라운 이유는 양국 사이에 역사적 적대감이 종종 더 큰 협력을 향한 길에서 극복할 수 없는 장애물처럼 보였기 때문"이라며 "종종 그렇듯이, 필요한 것은 오직 공동의 적이었다"고 말했다.

더 힐은 중국에 대응하는 동맹체제의 진화와 발전 여부는 미국에게 달려있다고 강조한다. 더 힐은 "일본의 미국 기업 인수를 무산시키기 위해 의회가 초당적으로 압박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더 힐은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외교적 노력을 바탕으로 동맹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입법 개정을 꺼리고 있다는 점이 가장 잘못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예를 들어 미 연방법은 미군의 해군력 증강을 위해 한국과 일본의 조선 능력을 활용하는 것을 금하고 있는데 이 또한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변화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한편 더 힐은 미국 차기 정부가 아시아 동맹국들이 완전한 경제적, 인적 부담을 분담하는 본격적인 태평양 안보 동맹을 제안할 것을 주장한다. 더 힐은 "미래 아시아의 안보 조직은 미국의 전 세계 항공 운송, 정보 능력, 해군 작전 능력, 우주 기반 정찰 능력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며 " 그러나 수십 년 동안 미국의 안보 역량에 의존해 온 나토 회원국과 달리 안보 무임승차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가자지구, 홍해 분쟁으로 인해 미국의 방어 능력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려면 집단안보체제의 도움이 절실하며 미국 정부는 이 역사적인 기회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성근 전문위원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