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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르포]쉴 새 없이 들리는 "부이 꽈"… 어린이 웃음 가득한 베트남 'K키즈카페'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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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쇼핑몰 내 '한국형 키즈카페' 성황
가족 방문객 몰리며 티켓 구매부터 긴 줄
젊고 구매력 높은 부모, 키즈카페 소비 주도
한국일보

베트남 연휴 기간이 시작된 지난달 27일 하노이 롯데센터에 위치한 키즈카페 '플레이타임' 앞에 입장을 기다리는 시민들이 앉아 있다. 하노이=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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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달 26일 오전 베트남 하노이 서호 지역에 위치한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이곳의 대형 어린이 실내놀이터 ‘챔피언 1250’은 평일임에도 미취학아동은 물론 체험학습에 나선 인근 국제학교 학생들까지 몰려 북적거렸다.

어린이용 집라인, 번지점프 등 익스트림 스포츠 시설에 오르고 뛰고 매달리며 에너지를 발산하는 아이들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혔다. 학생을 인솔한 W국제학교 교사 매슈는 “날이 덥고 습해 야외 활동을 하기에 좋지 않은데, 실내에서는 안전하고 재미있게 신체 활동을 할 수 있어 (학교가 체험 장소로) 선택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2. 하루 뒤인 지난달 27일 하노이 중심가 바딘구 롯데센터에 위치한 키즈카페 플레이타임. 노동절인 1일까지 닷새간 이어지는 긴 연휴의 첫날인 이날 매장 앞 매표소에는 입장권을 사려는 가족 방문객들의 긴 줄이 이어졌다.

한국형(K) 키즈카페 입장료는 어린이 1인당 20만~35만 동(약 1만1,000~1만9,000원)으로, 한화 7,000원 안팎인 현지 업체보다는 다소 비싼 편인데도 인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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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연휴 기간이 시작된 지난달 27일 하노이 롯데센터 키즈카페 '플레이타임'에서 베트남 어린이들이 놀이기구를 이용하고 있다. 하노이=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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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가까이 기다린 끝에 들어간 키즈카페 곳곳에서는 까르륵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몇몇은 안전 관리 직원 손을 잡고 트램펄린 위에서 방방 뛰고 있었고, 어떤 아이들은 그물망을 타고 위아래로 오르내리기도 했다. 안전모를 착용하고 누비는 정글짐에서는 “부이 꽈(Vui quá·정말 재미있다)”라는 환호가 끊이지 않았다.

부모들이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는 사이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물감으로 캐릭터 모형 석고상에 색을 입히거나 슬라임(젤리형 장난감)을 만들고 있었다. 이곳에서 4년간 일했다는 다오티란 지점장은 “평일 100여 명, 주말에는 400~600여 명이 몰릴 정도로 인기가 많다”며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노는 동안 부모들이 안심하고 쇼핑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 요인”이라고 말했다.

무더운 날씨에 “실내 놀이터 선호”


두 장소는 한국 키즈카페 창시자 격인 플레이타임중앙이 베트남에 설립한 ‘플레이타임중앙 베트남’ 지점 일부다. 회사는 2008년부터 현재까지 해외에 15개 지점을 뒀는데, 이 가운데 13곳이 베트남에 있다.

K 키즈카페의 해외 진출은 이제 막 시작 단계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키즈카페 운영사 중에는 플레이타임, 뽀로로파크 등이 중국, 동남아 지역의 대형 상업시설을 중심으로 진출해 있다. 플레이타임은 베트남 말고도 몽골에 2개점을 운영 중이며 뽀로로파크는 중국을 비롯해 싱가포르, 사이판, 필리핀 등에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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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베트남 하노이 롯데몰 웨스트레이크에 위치한 대형 익스트림 실내 스포츠 시설 챔피언 1250에서 어린이들이 각종 놀이기구를 이용하고 있다. 하노이=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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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국내는 고객 확장에 한계가 있어 재방문율을 높이도록 시설을 리뉴얼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반면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해외는 많은 매장을 내고 인지도를 쌓는 양적 성장에 힘을 쏟는 중"이라고 말했다. 롯데몰, 이마트 등 해외에 진출한 국내 유통업체의 입장에서도 키즈카페는 현지 고객을 효과적으로 유치할 수단이 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K 키즈카페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것은 사회·환경 요인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베트남 어린이 관련 산업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연 6, 7%에 달하는 경제 성장률을 바탕으로 국민소득이 매년 증가하는 데다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35세 미만 청년층인 까닭에 소비에도 적극적이다. 부모가 된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는 자녀를 위해 아낌 없이 지갑을 열고 있다.

코트라 베트남 호찌민무역관 관계자는 “경제 성장과 도시화가 동시에 지속되고 출생률(2023년 기준 합계출산율 1.95)이 날이 갈수록 낮아지면서 가정에서 아이들을 위해 지출하는 비용을 아끼지 않는 분위기도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뜨거운 햇빛과 숨 막히는 공기, 미흡한 놀이 인프라도 아이들을 실내놀이터로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베트남 최대 도시인 호찌민은 연중 기온이 30도를 넘고, 수도 하노이는 대기오염으로 1년 내내 하늘이 뿌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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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베트남 하노이 롯데몰 웨스트레이크에 위치한 어린이 직업체험 공간 키자니아에서 어린이들이 소방관 체험을 하고 있다. 하노이=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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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타임중앙 관계자는 “무더위가 지속되는 동남아시아 지역은 쇼핑몰 등 대형 상업시설 접근성이 좋고 실내 놀이 문화 관심이 커 사업 매력도가 높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특히 베트남은 성장세가 가파르면서도 공원이나 운동장 같은 무료 공공장소가 부족해 어린이 실내 놀이시설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크다”고 설명했다.

매년 아동 소비 시장이 커지고 있는 중국은 젊은 부모의 소득 수준도 높아지면서 다양한 아동 관련 서비스에 돈을 투자하는 추세라 K 키즈카페의 성장이 기대된다.

키즈카페 “쇼핑몰 키 테넌트”


아이들이 노는 동안 부모가 커피 등을 즐길 수 있고 식사·음료까지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K키즈카페’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보통 베트남 키즈카페는 간단한 과자 등 군것질거리를 파는데 이에 더해 스파게티, 감자튀김, 치킨 등 '식사류'도 주문 가능하다. 챔피언 1250의 경우 작은 크기 스파게티와 감자튀김, 콜라 세트 7만5,000동(약 4,000원), 블랙커피 한 잔은 3만5,000동(약 2,000원) 안팎으로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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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베트남 하노이 롯데몰 웨스트레이크에 위치한 어린이 직업체험 공간 키자니아에서 어린이들이 수술실 체험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하노이=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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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4세 아들과 플레이타임을 방문한 응우옌티투이(30)는 “굳이 간식을 챙겨 오지 않아도 돼 편리하고, 자녀들을 관리해 주는 직원도 여럿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 같은 관심에 힘입어 지난해 베트남 플레이타임중앙 매출액은 50억 원을 기록했다.

키즈카페가 입점한 점포도 덩달아 미소 짓고 있다.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장시간 체류하며 식당 등 타 매장까지 이용하면서 ‘키 테넌트(key tenant·고객을 끌어들이는 핵심 점포)’ 역할을 톡톡히 하기 때문이다.

챔피언 1250과 어린이를 위한 직업 체험 테마파크 키자니아가 입점한 롯데몰 웨스트레이크의 남우현 선임 팀장은 “키자니아는 주말 일평균 1,000여 명, 챔피언은 월평균 5,000여 명이 방문하는 인기 시설”이라며 “두 매장 내에는 (기다리는) 가족을 위한 카페(식당)도 마련했는데, 키즈카페 매출의 20% 정도가 식음료(F&B) 분야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린이 집객 시설은 (전체) 매출액 증가에 기여할 뿐 아니라 롯데몰이 위치한 서호 일대 상권 분위기를 활기차게 만드는 데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하노이=글·사진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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