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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5년 생존율 15.9%’ 췌장암, 가족력 2명만 있어도 발병 위험 18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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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 최유신 중앙대병원 간담도췌외과 교수
한국일보

최유신 중앙대병원 간담도췌외과 교수는 췌장암에 걸렸다고 하면 세상이 끝난 것처럼 포기하는 환자가 적지 않은데 적극적인 치료로 5년 생존율을 넘긴 환자도 적지 않게 보기에 절대로 치료를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중앙대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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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은 몸속 깊은 곳에 위치해 있어 췌장암이 발생하면 조기에 발견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췌장암 환자의 90% 정도가 수술받을 수 없을 정도로 암이 진행된 뒤에야 암을 발견한다. 이로 인해 췌장암 5년 생존율은 15.9%에 불과해 ‘고약한’ 암으로 통한다.

'췌장암 수술 전문가' 최유신 중앙대병원 간담도췌외과 교수를 만났다. 최 교수는 “췌장암은 별다른 증상이 없고, 증상이 생겨도 다른 소화기계 질환과 비슷해 조기 발견이 어렵다”며 “5년 생존율이 극히 낮은 만큼 정기 건강검진으로 조기 발견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췌장암을 설명하자면.

“그리스어로 ‘순살’이라는 뜻을 가진 췌장은 소화 효소를 분비하는 기능과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상복부 후복강(深部)에 있으며 길이 15㎝에 부피 80~100mL 정도다. 췌장에 생긴 췌장암은 90% 이상이 소화 효소를 만드는 외분비세포에서 발생한다(선암). 이 밖에 내분비 종양 및 낭종성 종양 등이 있다. 췌장암은 전체 암의 3.4%를 차지해 발생 8위 암에 올랐다(중앙암등록본부, 2022년 기준).

췌장암은 나이 들수록 발병률이 높아지며, 60대(28.9%)~70대(31.9%)에서 많이 발생한다. 남성 환자가 여성보다 1.5배 많다. 2017~2021년 진단된 췌장암 환자의 5년 상대 생존율은 15.9%로 1993~1995년 10.6%보다 5.3%포인트 높아졌지만 다른 암의 향상 정도(29.2%)보다 훨씬 낮다. 특히 수술 후 재발 확률이 70%가 넘고, 재발 환자 중 50% 정도는 2년 내 다시 발병한다.

췌장암 발병 원인은 불분명하지만 다양한 환경·유전 요인이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강력한 위험 인자로는 흡연력이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발병 위험이 2~5배 높다. 흡연량(하루에 피운 담배 수X담배 피운 연수)과도 관계있다.

이 밖에 당뇨병(발병 원인이자 결과일 수 있음)·비만·만성 췌장염이 발병에 관련 있다. 과음하면 급·만성 췌장염이 생겨 췌장암으로 악화할 수 있다. 육류·탄수화물 과다 섭취, 과다 열량, 비만, 화학물질(각종 용매제·휘발유와 관련 물질·살충제(DDT)·벤지딘·베타 타나프릴아민·석탄 발생 가스·방사선 노출 등)이 암을 유발할 수 있다. 반면 채소류·비타민 등은 암 발생을 낮춘다.

유전적 요인으로는 유전성 췌장암(가족성 췌장암·가족 2명 이상 췌장암 진단받은 경우)이 전체 췌장암의 5~10%를 차지한다. 유전성 췌장암이 2명 이상 발생하면 암 발병 위험이 18배까지 증가하고, 3명 이상 생기면 암 발병 위험은 57배까지 높아진다.

유전성 췌장암으로 가장 잘 알려진 유전자는 BRCA2 변이이며, 가족성 췌장염(PRSS1 유전자 변이), 포이츠-예거(Peutz-Jegher)증후군(STK11 유전자 변이), 린치증후군(MLH1 유전자 변이) 등이 알려져 있다.

또한 췌장 관선세포 DNA에서 돌연변이가 급속히 증식해도 암이 생길 수 있는데, K-ras·ATK2 등 종양 유전자와 p53·p16·DPC4 종양 억제 유전자 변이가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췌장암 의심 증상을 꼽자면.

“췌장암의 대표적인 증상은 복통(70%)과 황달(50%)이다. 복통은 대개 복부 중간 위쪽(명치 부근)에서 나타나고 지속적으로 발생해 등 쪽으로 통증이 퍼지지만 이것만으로 췌장암 진단을 하기 어렵다. 하지만 암이 진행되면서 복통·등통증·황달·체중 감소·식욕부진·소화불량·설사·40세 이상에게서 당뇨병 발병 혹은 기존 당뇨병 악화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증상도 비특이적일 때가 많아 증상으로 조기 진단하긴 매우 어렵다.

황달은 췌장 머리 부분에 암이 발생했을 때 담관을 침범해 나타난다. 하지만 췌장 몸통이나 꼬리 부분에서 암이 생기면 크게 악화할 때까지 대개 아무 증상이 없기에 황달이 생기면 암이 많이 퍼졌거나 수술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

“췌장암 환자 중 수술 가능한 환자는 20% 정도에 불과하다. 암 진단을 위해 혈액검사와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MRI) 등 영상 검사로 병변 크기, 주요 혈관(간동맥, 상장간막동맥, 간문맥, 상장간막정맥 등) 침범 정도를 확인한다. 양전자단층촬영(PET-CT) 검사로 원격 전이 여부도 확인한다. 내시경 및 내시경 초음파검사로 조직을 검사하고, 황달이 생기면 이를 제거하기 위해 ‘담도 배액술(담도에 스텐트를 넣어 담즙이 원활히 흐르도록 만드는 수술)’을 한다.

췌장 머리 부분에 암이 발생했다면(췌장암의 75% 정도 해당) 머리 부분과 함께 십이지장·담관(담도)·담낭을 전반적으로 잘라내는 ‘췌십이지장절제술(휘플 수술)’을 시행한다. 췌장 몸통이나 꼬리 부분에 암이 생겼다면 이 부분과 함께 비장이나 부신 왼쪽을 잘라내는 ‘원위부 췌장절제술’을 한다. 하지만 수술 후 재발률이 70% 정도여서 병기에 따라 보조 항암 치료나 항암 방사선 치료를 할 때가 많다. 원격 전이 등으로 수술이 어려우면 항암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치료를 한다.

최근 적극적인 수술로 예후(치료 경과)를 높이고 있다. 암세포가 종양 주변 주요 혈관에 침범한 것으로 의심되면 항암화학요법을 우선 시행한 뒤 수술해 생존율을 높이고 있다. 만일 암세포가 종양 주변 주요 혈관에 침범했다면 ‘혈관동반절제수술’을 동시에 시행한다. 이전에는 개복(開腹) 수술만 시행됐는데 최근 복강경과 로봇 수술이 도입됐다. 복강경·로봇 수술은 개복 수술과 생존율 차이는 없으면서 조기 회복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췌장암 예방과 조기 발견을 하려면.

“암 발생을 줄이려는 예방법이 많이 연구되고 있지만 불행히도 아직까지 췌장암의 뚜렷한 예방법이나 권고되는 기준은 없다. 따라서 건강검진(특히 복부 CT 등)을 정기적으로 받는 게 조기 진단에 가장 효과적이며, 가족력이 있다면 더 적극적으로 정기 검진을 받아야 한다.

췌장암 치료도 새로운 약과 치료법이 개발되면서 점점 좋아지고 있기에 췌장암 진단을 사형선고로 받아들이거나 치료를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적극적으로 치료한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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