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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환자가 눈에 밟힌다” 차마 휴진 못한 의대교수…“정부 아닌 환자 때문에 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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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상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환자는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데
우리가 그들을 저버릴 수는 없다”
사태해결 위해 정부 전향적 자세 필요


“환자가 눈에 밟힙니다. 돌려보낼 수가 없어요”

의대 교수들의 주1회 휴진 예고가 잇달으고 있지만 여전히 상당수 교수들은 진료 현장을 떠날 수가 없다. 그야말로 환자를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매일경제

이도상 교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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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상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가 그중 한명이다. 그는 현재 가톨릭의대 교수협의회장을 맡고 있다.

가톨릭의대 교수협의회는 소속 교수들에게 지난 3일 휴진을 권고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암센터에서 예정돼 있던 대장암 환자 진료를 봤다. 다른 병도 아닌, 암으로 인해 육체적·정신적으로 고통받고 있을 환자를 생각하면 도저히 휴진을 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대부분 수개월 전에 예약이 됐던 환자들이다. 그들과의 약속을 차마 저버리기가 쉽지 않았다.

이 교수는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정부 때문이 아니라 환자 때문에 남아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가 비대위원장이고 교수협의회장이지만 나도 (휴진 권고를) 못 지켰다”며 “(휴진을) 결정했더라도 환자가 먼저다 보니 어쩔 수가 없다. 다른 교수들도 비슷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가톨릭의대 교수협의회는 5월부터 매주 금요일 외래와 비응급 수술의 휴진을 권고했다. 피로 누적에 따른 의료사고 예방을 위함이다.

하지만 지난 3일엔 이 교수를 포함해 대부분 교수가 평소처럼 진료에 임했다.

다른 종합병원과 마찬가지로 서울성모병원 교수들 역시 녹초가 돼 있다. 젊은 교수 중에는 한 달에 당직을 15일 이상 서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교수는 “환자는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데 내가 그들을 저버릴 수는 없다”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병원을 오는 환자들을 안 볼 수도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그 누구보다 환자를 위해서라도 교수들의 휴식이 꼭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의사들이 (정부랑) 싸우니까 이런 행동을 하는 걸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지만, 우리는 싸우려고 휴진을 결정한 게 아니다”면서 “최소한의 휴진이라도 해야 환자를 계속 볼 수 있고 쓰러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의 신속한 해결을 위해 정부의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는게 이 교수 생각이다.

그는 “양질의 의학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시설, 교원 등 인프라를 구축하고 개선하는 게 먼저여야 하는데 정부가 의사 수부터 얘기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의대생도 전공의도 아닌 정부인 만큼 빨리 해결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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