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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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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고' 꿈꿨지만...네이버, 소뱅 협업 '경영권 상실' 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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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라인 침공전] ③네이버, 소프트뱅크와 손 잡은 이유

[편집자주] 네이버가 공들여 키운 글로벌 메신저 '라인'이 일본 정부의 먹잇감이 될 위기에 놓였다. 미국의 틱톡 강제매각법처럼 각 나라 정부가 자국 산업 보호를 넘어 외국 플랫폼 사냥에 직접 뛰어드는 시대, 한국 IT산업이 처한 상황과 대처 방안을 짚어본다.

머니투데이

/그래픽=윤선정 디자인 기자



글로벌 진출 발판 마련을 위해 소프트뱅크와 손잡은 네이버(NAVER)의 결정이 이번 '라인야후 사태'의 자충수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시아 최고 인터넷 기업'을 꿈꾸며 이룬 경영 통합이 결국 경영권 상실이란 최악의 결말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협업은 5년 전 시작됐다. 양사는 인터넷 강국 미국과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2019년 11월 경영 통합 결정 후 2021년 합작법인 A홀딩스를 설립했다. A홀딩스는 밑엔 소프트뱅크 자회사 Z홀딩스를 두고 라인과 야후재팬을 운영하도록 했는데, 지난해 10월 Z홀딩스, 라인, 야후재팬이 합병해 탄생한 것이 '라인야후'다.

네이버가 소프트뱅크와 손을 잡은 이유는 단순하다. 글로벌 진출이다. 한국에 사업이 집중된 네이버가 '내수 기업' 꼬리표를 떼기 위해선 세계 무대 진출이 필수였다. 하지만 당시 구글에 대항하기엔 네이버는 변방의 작은 기업에 불과했고, 기술력과 맨파워가 부족했다. 이에 한글과 언어구조 및 문화가 비슷한 일본을 글로벌 진출 교두보로 낙점하고 소프트뱅크와 협업을 진행했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선 '라인의 위기'도 소프트뱅크와의 경영 통합에 한몫했다고 본다. 10년 전 소프트뱅크는 '프리 IPO'(기업공개) 투자를 제안했지만, 라인은 이를 거절했다. 사업을 이미 정상궤도에 올렸고 자신감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신저의 가치는 점점 하락하기 시작했다. 새 먹거리가 필요했던 라인은 '라인페이' 등 핀테크 사업에 도전했지만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당시 라인의 강력한 경쟁자가 소프트뱅크의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페이'라는 점도 경영 통합에 결정타를 날렸다.

물론 소프트뱅크도 네이버가 필요했다. 2006년 보다폰 인수 후 아이폰을 독점 공급한 소프트뱅크는 한국의 카카오톡과 같은 킬러앱이 필요했다. 이에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2014년부터 메신저 라인에 관심을 보였다. 라인과의 협업을 위해 손 회장이 네이버에 여러 차례 구애한 일화가 있을 정도다. 라인에 프리 IPO 투자를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소프트뱅크 역시 글로벌 진출에 갈급함이 있었다. 내수 시장에 국한된 핀테크 사업의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글로벌 진출이 요구됐다. 특히 14억 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중국의 '알리페이'를 뛰어넘기 위해선 세계로 무대를 옮겨야 했다. 핀테크 사업을 일본 밖으로 끌어내기 위한 통로가 필요했던 소프트뱅크는 그 매개로 라인을 낙점한 것이다. 라인은 일본뿐 아니라 태국, 대만 등 동남아 시장까지 진출한 상태였기 때문에 소프트뱅크 전략에 딱 맞아떨어졌다.

이같이 양사의 니즈가 맞물려 이뤄진 협업이지만, 일본 정부가 소프트뱅크에 네이버의 A홀딩스 지분 매입을 압박하면서 네이버의 '10년 공든 탑'이 한번에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라인야후에서 네이버 흔적 지우기가 예상보다 빠르고 강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며 "글로벌 진출 교두보 마련을 위해 협업한 결과가 기업 경영권까지 빼앗기는 악수로 작용된 셈"이라고 말했다.

김승한 기자 win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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