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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니어쇼어링 영향, 글로벌 생산기지로 급부상한 멕시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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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외국인의 멕시코 직접투자는 꾸준히 늘었으나 니어쇼어링 대상지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이 체결된 2020년부터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2020년 1월29일 USMCA에 최종 서명한 협정 문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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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후반에 미-중 무역분쟁으로 촉발된 세계 경제·무역 패러다임의 변화가 심화·고착화되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과 2022년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 등 지정학적 갈등으로 원자재와 부품 공급망 체계가 정상 작동하지 않으면서 니어쇼어링(Nearshoring·기업의 생산이나 서비스 업무를 본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국가로 이전하는 전략)의 중요성이 크게 부상했다. 게다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전기자동차, 배터리 등 미래 첨단산업 주도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이런 이유로 앞으로는 과거와 같은 최적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글로벌 공급망 체계가 다시 정상 작동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글로벌화(Globalization)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됐다. 글로벌 기업은 정치 이념과 거리와는 상관없이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노동력이 풍부한 국가에 생산기지를 건설해 값싼 제품을 전세계로 수출했다. 이 추세에 힘입어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막강한 제조업 경쟁력을 보유하게 됐다. 수많은 자국 중소기업 육성으로 중국 내에 강력한 산업생태계를 조성했다.







멕시코에 유리한 무역 패러다임 변화







중국의 수출액은 2001년 2670억달러에서 2020년 2조5970억달러로 약 10배 성장했다. 미국의 수입대상국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1년 9.0%(시장점유율 4위)에서 2020년 18.6%(시장점유율 1위)로 지속 상승했다. 미국은 값싼 중국 제품의 안마당으로 전락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도 2001년 1조3340억달러로 미국 GDP의 9.0% 수준이었지만, 2020년 14조8600억달러로 미국 GDP의 70.6% 수준으로 크게 성장했다. 이에 중국의 지속적인 첨단산업 육성과 경쟁력 제고를 보며 미국 내에서는 현재 향유하는 세계경제 및 군사 패권이 약화하리라는 우려감이 팽배해졌다.



지난 글로벌화 시대에는 수많은 미국 기업이 글로벌 경영으로 크게 성장했다. 또한 중국산 값싼 제품의 유입으로 저물가·저금리 현상이 일반화하면서 미국 경제도 지속 성장하는 등 긍정적 선순환 결과를 보여줬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는 미국의 우려가 커지면서 세계 무역의 패러다임이 바뀐다. 이 과정에서 니어쇼어링(Nearshoring), 리쇼어링(Reshoring),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등 새로운 무역 트렌드가 대두했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니어쇼어링 현상은 멕시코의 정치·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무역 트렌드 변화가 멕시코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최근의 경제적 변화를 살펴보자. 한 나라의 경제적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지표가 있다. 바로 환율 변화다. 2000년 이후 멕시코 페소화 환율 변동 추이를 보면, 2000년 1월 1달러당 9.6페소에서 2020년 4월 24.2페소로 정점을 찍고, 2024년 3월 현재 16.6페소로 고점 대비 31% 하락하는 등 달러 대비 초강세를 보인다.



페소화 강세는 2021년 이후 니어쇼어링에 따른 해외직접투자(FDI) 유입이 본격화하면서 나타났다. 2023년 FDI 유치액은 361억달러로 2020년 282억달러 이후 계속 증가했다. 향후 몇 년 동안은 증가세가 유지되리라 전망된다. 멕시코 경제부에서 2023년 12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23년 한 해 미국·중국 등 주요 10개국 기업이 발표한 투자예정금액이 1천억달러를 초과했다. 멕시코가 전세계 주요 기업이 주목하는 투자 대상지로 급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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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어쇼어링의 영향으로 멕시코는 최근 글로벌 생산기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멕시코 푸에블라에 있는 폴크스바겐 공장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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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에 외국인투자가 활성화한 것은 1965년부터 시작된 마킬라도라(Maquiladora·보세임가공) 산업의 영향이 크다. 마킬라도라는 1965년 멕시코 국경산업화 계획의 하나로 외자 유치에 따른 실업률 해소와 국제수지 개선에 목표를 뒀다. 초기 마킬라도라 산업은 미국 기업이 노동비용을 절약하려 제품의 조립라인을 멕시코 북부 국경지대에 설치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이후에는 미국 기업 외에 대미 수출을 꾀하는 유럽과 아시아 기업의 투자 진출이 두드러진다.







산업단지 수요도 크게 늘어







외국인의 멕시코 직접투자는 꾸준히 늘었으나 니어쇼어링 대상지로 주목받은 것은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이 체결된 2020년부터다. 2021년 이후 많은 글로벌 기업이 멕시코 투자를 검토했고, 투자 결정부터 공장 설립까지 대체로 1~2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할 때, 2024년이나 2025년이 실질적인 니어쇼어링 수혜 시점이라 볼 수 있다. 2010년대 중반부터 약 10년간 300억달러 수준의 투자가 이어졌다. 니어쇼어링 투자가 본격화하는 시점인 2024년부터는 400억달러를 넘는 투자가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멕시코 경제부는 앞으로 투자처가 다각화하리라 기대하며 중국, 덴마크, 오스트레일리아, 한국, 대만의 투자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한다.



멕시코의 미래 전망은 밝다. 니어쇼어링은 멕시코가 장기적으로 수혜를 누리는 세계무역 구조의 재편으로, 글로벌 공급망(Global Supply Chain)에서 지역적 공급망(Regional Supply Chain)으로 전환되는 과정이다. 이 변화 과정에서 이모빌리티(e-Mobility), 반도체, 정보기술(IT), 전기전자 등 전략산업 분야에서의 투자가 멕시코로 지속 유입되리라 기대한다.



멕시코로의 투자 유입 증가는 여러 측면에서 멕시코의 정치·경제·사회에 영향을 준다. 우리나라 기업도 이 변화에 주목해 대응해야 할 것이다.



첫째, 투자기업을 위한 산업단지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산업단지 수요가 매년 30~40% 늘어나고, 현재 공실률도 사상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멕시코 산업단지는 멕시코 민간기업 주도로 개발된다. 최근 주목할 사항은 중국 기업이 2015년부터 중국 전용인 호푸산산업단지(Hofusan Industrial Park)를 개발한다는 점이다. 현재 1단계 개발이 완료돼, 하이센스(Hisense) 등 25개 중국 제조기업이 입주했다.



우리나라 민간 개발업체도 멕시코 내 산업단지 개발사업에 관심 갖고 타당성조사를 해볼 필요가 있다. 멕시코 주정부도 한국 기업이 산업단지 개발사업에 참여해주기를 바란다.



둘째, 멕시코가 2023년 사상 처음으로 세계 최대 소비국가인 미국의 수입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2007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의 수입시장 점유율 1위 국가는 중국이었다. 2023년은 미국의 전체 수입액 중 멕시코 비중(15.4%)이 중국(13.9%)을 처음 추월한 해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최근 미국 정부의 중국 견제, 글로벌 기업들의 니어쇼어링 추진, 중국의 대미 수출 감소(2023년 –20.4%)와 멕시코의 대미 수출 증가(2023년 4.5%) 등이 맞물리면서 미국 수입시장에서 멕시코산 비중은 계속 확대될 것이다.



셋째, 자동차 등 산업별 클러스터가 지역별로 발전하고 있다. 멕시코 수도인 멕시코시티는 주로 글로벌 기업들의 판매법인 위주로 진출해 있다. 멕시코 북부 및 중부 지역의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자동차, 항공우주, 전기전자, IT, 의료기기 등 산업별 클러스트가 형성돼 있다. 멕시코에 투자 진출할 경우 주요 고객군의 소재지, 클러스터 형성 여부, 물류 편의성, 전력, 용수 및 도로 등의 생산 인프라, 인력 수급 등을 면밀히 따져본 뒤 최적의 투자 대상지를 결정해야 한다.







고부가가치산업 육성으로 방향 전환







넷째, 멕시코 정부는 앞으로 공정한 임금, 기술혁신 및 높은 부가가치를 가져오는 양질의 투자 유치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과거에는 저임금의 보세임가공 투자 유치에 초점을 뒀다면, 지금은 고부가가치산업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완전히 변화했다.



현 정부의 친노동 기조로 지난 6년 동안 최저임금이 137%나 올랐고, 앞으로도 인플레이션 수준 이상으로 최저임금을 올릴 예정이다. 2024년 6월 대선에 출마하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여당 후보도 니어쇼어링 투자 유치 정책 방향을 분명히 했다. 멕시코 국민과 투자기업 모두 공동번영을 가져오는 투자만이 의미 있고, 적정한 임금 보장과 지역개발 관점에서 투자 유치를 촉진하겠다고 말이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세계무역 구조 개편에 따른 멕시코의 생산기지 역할과 투자 유치 정책 방향을 면밀히 검토해 적절한 대응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김상순 KOTRA 중남미지역본부장 kimss1209@kotr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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