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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내가 내년 다시 오길"…멍거 없는 첫 버크셔 주총, 버핏이 남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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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4만명 모인 버크셔 해서웨이 주총 현장…
찰리 멍거 추모 30분 영상으로 행사 시작,
투자할 곳 없다는 버핏 1분기 현금 더 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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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거 캐리커쳐로 꾸민 1파운드 8온즈(680g)짜리 대용량 피넛 브리틀 /사진=김재현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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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4일(현지시간) 개최된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주총회를 직접 취재하기 위해 미국으로 향했다.

주총 전날인 5월 3일 금요일 오후 3시경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에 도착하자 마자 우버를 불러 바자회가 열리는 CHI 헬스센터로 향했다. 오마하공항 서점에는 워런 버핏(버크셔 회장)에 관한 책이 여러 권 전시돼 있었고 우버 기사는 버크셔 주총에 참석하기 위해 왔냐고 물어보는 등 오마하 전체가 들뜬 분위기다.

바자회에는 익히 듣던 대로 씨즈캔디, 벌링턴노던산타페(BNSF), 가이코, 데어리퀸, 네브라스카퍼니쳐마트(NFM), 넷젯 등 버크셔의 자회사가 총출동했다. 이날은 버크셔 자회사를 한꺼번에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자회사의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가장 인기있는 매장은 단연 씨즈캔디였다. 올해는 작년 11월말에 세상을 떠난 찰리 멍거(버크셔 부회장이자 버핏의 단짝)를 그리며 고인이 좋아하던 피넛 브리틀(캐러멜과 땅콩이 어우러진 과자)을 앞세워 홍보하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1파운드 8온즈(680g)짜리 대용량 제품을 멍거의 캐리커처로 꾸미고 32.4달러라는 싼 가격에 팔자 주주들이 앞다퉈 구매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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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크셔 해서웨이의 기념의류와 모자 /사진=김재현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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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크셔 해서웨이 기념 의류와 모자를 파는 매장도 인기였다. 기념으로 살 만한 의류 중 10달러짜리 티셔츠가 좋아 보였는데, 오후 늦게 가니 3XL, 2XL 같은 큰 사이즈밖에 안 남아 사지 못했다. 한참 티셔츠를 뒤적이던 미국인 주주들도 "덩치 큰 사람을 위한 옷만 남았잖아!"라고 실망을 토로했다.

4일 토요일 아침 버크셔 주총에 참석하기 위해 CHI 헬스센터에 6시 50분에 도착했는데, 이미 일찍 온 주주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탑승한 우버 기사한테 물어보니 새벽 3시부터 CHI 헬스센터로 가는 손님들을 태웠다고 한다.


팀 쿡도 주총장에

7시에 출입구가 열리고 간신히 2층 관람석에 자리를 잡았다. 이날 주주 총회는 작년 11월말 세상을 떠난 찰리 멍거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의 영상으로 꾸민 30분짜리 영화로 시작했다. 멍거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음을 반영하듯 이날 주주총회 내내 멍거가 언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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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이 등장하자 주주들이 기립해서 박수 치는 모습 /사진=김재현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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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도중 질문에 답변한 버핏이 옆에 앉은 그렉 아벨 부회장에게 자신도 모르게 "찰리?"라고 부르자 4만여명의 주주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질문할 기회를 얻은 한 소녀는 "만일 찰리와 하루를 더 보낼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무얼 하고 싶은지" 묻기도 했다.

이날 주총에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도 참석했다. 버크셔는 이날 발표한 1분기 보고서에서 애플 주식을 13% 줄여서 1분기말 보유지분 가치가 1354억달러(185조원)로 줄었다고 밝혔는데, 버핏은 앞쪽 좌석에 앉은 팀 쿡을 마주보면서 애플에 대한 믿음은 변함없다고 주주들에게 강조했다.

버크셔가 1분기에 신규 주식 매수를 꺼리면서 현금성 자산은 작년 4분기말 1676억달러에서 올해 1분기말 1890억달러(약 256조원)로 늘며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앞서 지난 2월 연례서한에서 버핏은 투자할 곳이 없다며 고민을 내보인 바있다.

대신 버크셔는 1분기 자사주 매입에 26억달러(3조5300억원)를 들였고, 많은 현금을 바탕으로 이 기간 이자 및 기타 투자 수익을 19억달러(2조5800억원)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 이 부분 수익은 11억달러였다.

이날 주총에서는 인공지능(AI)에 대한 질문이 두 개나 나오는 등 참석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는데, 버핏은 "AI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게 없다"면서도 AI는 핵무기급의 힘을 가진다면서 사기 수단으로 악용될 것을 우려했다.

버핏의 유머도 여전했다. 버핏은 Q&A 세션을 마무리 지으면서 "여러분이 내년에 다시 올 수 있길 바랍니다"라고 말한 후 "나 역시 내년에 올 수 있길 바랍니다"라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4만명의 주주들이 폭소를 터뜨린 건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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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워런 버핏(왼쪽)과 버크셔 부회장인 찰리 멍거가 2019년 5월 오마하에서 열린 주주총회에 참석중이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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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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