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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의정부 하수관 알몸 시신'의 마지막 행적… 발작 후 응급실 갔다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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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몸 이유… 저체온증 겪다 추워지자
스스로 옷 벗는 '이상 탈의' 증세 추정
한국일보

의정부경찰서 전경. 경기북부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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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중순 경기 의정부시 하천 하수관에서 알몸으로 숨진 채 발견된 남성은 평소 치매를 앓고 있었으며 사망 전 병원 응급실에 갔다가 검사 도중 스스로 밖으로 나온 것이 마지막 행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5일 의정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알몸 상태 시신으로 발견된 60대 남성 A씨는 남양주시의 한 가구 공장에서 일했고 치매 등 지병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제적 어려움 탓에 해당 공장의 지원을 받아 월세방에서 생활했다고 한다. 그는 지병 탓에 집에서 공장 가는 길을 벗어나면 길을 잃곤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숨지기 2개월 여 전인 지난 1월 27일 자신이 근무하는 공장의 관계자인 B씨와 함께 업무차 연천군의 한 공장에 갔다. 이때 갑자기 발작 증세로 쓰러졌고 B씨 도움으로 의정부시의 한 병원 응급실로 옮겼다. B씨는 A씨를 입원시킨 후 집으로 돌아갔다. 이후 A씨는 홀로 병원에서 검사받던 중 병원비도 내지 않고 당일 오후 5시쯤 스스로 병원을 나왔다. 경찰이 폐쇄회로(CC)TV를 통해 숨지기 전 찾은 A씨의 마지막 행적이다.

병원과 주검이 발견된 하수관의 거리는 약 1km다. 경찰은 “치매 증상이 있는 A씨가 주변을 배회하다가 추운 날씨를 피해 하수관 안으로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수관 인근에도 CCTV가 있었지만, 1개월 분량만 저장돼 더 이상의 행적은 확인되지 않았다. 사망 시점은 정확히 특정할 수 없지만 시신 발견 당시 부패가 어느 정도 진행 중인 상황이었던 것으로 봐 병원에서 나오고 나서 오래 지나지 않아 숨진 것으로 추측된다. A씨가 알몸 상태로 발견된 점에 대해 경찰은 장시간 저체온증을 겪다 추운 데도 스스로 옷을 벗는 행동인 ‘이상 탈의’ 현상을 보였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B씨와 공장 관계자들은 A씨가 병원에서 홀로 나왔다는 사실을 몰라 실종 신고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달 16일 오후 2시 40분쯤 의정부시 가능동의 한 하천 하수관 안쪽에서 하천 공사 관계자가 A씨 시신을 발견했다. 해당 시신은 알몸 상태로 특별한 외상은 없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인 미상으로 타살이라고 볼 만한 정황은 없다”고 부검 결과를 내놨다.

경찰은 더 이상의 특이점이 없다고 보고 단순 변사로 사건을 종결키로 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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