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8 (토)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한국계·유대계도 있어요”...반전시위 연일 커지는 미국대학 캠퍼스 가보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랍계·무슬림 중심 아닌
다양한 인종의 反전쟁 운동”

하마스대원 추정 사진 유포에
긴장한 대학당국, FBI에 전달
親이스라엘 시위대와 충돌도


매일경제

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 화이트 메모리얼 분수대 앞을 점거한 反이스라엘 시위대의 캠프. [스탠퍼드 = 이덕주 특파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반 이스라엘 시위가 아랍계나 무슬림이 주도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과 다릅니다. 전쟁에 반대하는 다양한 (인종의)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어요. 보시다시피 유대계부터 중국계, 한국계 학생들까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미 서부 최고 대학중 하나인 스탠퍼드대. 3일(현지시간) 찾은 스탠퍼드대의 중심부에 화이트 메모리얼 분수대 앞 잔디밭에는 반 이스라엘 시위대의 텐트 이십여 개가 점거하고 있었다. 이 곳은 대학 내에서도 가장 많은 학생들이 지나가는 곳으로, 관광객들도 가장 많이 찾는 ‘스탠포드대 서점’ 바로 앞이다.

평소에는 학생들이 한가롭게 누워 햇빛을 쬐던 공간이 지금은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시위대의 현수막으로 가득찼다.

이곳에서 만난 스탠퍼드대 컴퓨터 공학과 여학생 A씨는 팔레스타인과 관련된 아랍계나 무슬림뿐만 아니라 백인과 흑인, 아시아계까지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기독교인 팔레스타인 학생도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시위는 무슬림과 기독교 간 충돌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시위 현장에서는 ‘강에서 바다까지 팔레스타인 해방’이라는 한국어로 쓰여진 구호도 발견할 수 있었다. A씨도 싱가포르에서 온 중국계 미국인이다.

A씨는 “지금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박해하는 것은 일본이 한국을 지배하며 핍박했던 것과 비슷하다. 일본 때문에 한국이 둘로 나눠진 것처럼 팔레스타인도 쪼개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스탠퍼드대는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났을 때 가장 먼저 반(反)이스라엘 캠프를 설치한 곳”이라면서 “120일 만에 물러났지만 동부의 컬럼비아대나 UC 버클리도 우리로부터 자극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당시 반 이스라엘 캠프 정면에는 친(親)이스라엘 캠프가 세워지기도 했다.

스탠퍼드대 “하마스 연루 우려.. FBI에 신고”
인근대학 충돌 커지면서 스탠퍼드도 긴장
매일경제

3일(현지시간) 미국 스탠퍼드대 화이트 反이스라엘 캠프의 구호. 한국계 학생들이 적은 글도 발견할 수 있다. [스탠퍼드 = 이덕주 특파원]


A씨는 캠프에서 계속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학교가 우리를 징계하려고 하기 때문에 이름을 밝힐 수는 없다”면서 시위에 참여하는 다른 학생들에게 마스크를 나눠주기도 했다.

시위대는 대학이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에 대한 책임이 있는 기업들에 대한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 측은 전쟁과 관련이 있는 기업에 직접투자는 하지 않는다면서, 교내 야영이 금지라는 이유로 시위 참여 학생들에 대한 징계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스탠퍼드대는 화이트 플라자에서 하마스 조직원이 착용하는 녹색 머리띠를 착용한 개인의 사진이소셜미디어에 유포되면서 극도로 긴장하고 있다. 스탠퍼드대는 공식 성명을 내고 이 사진을 FBI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실리콘밸리 지역의 또 다른 유명 대학인 UC버클리에서는 반 이스라엘 시위대와 친 이스라엘 단체가 충돌하는 아찔한 상황도 벌어졌다. 이 대학에서는 24일부터 반 이스라엘 시위대가 스프라울홀 앞에 텐트를 설치하고 점거에 들어갔다.

예루살렘 포스트는 최근 친이스라엘 학생 단체인 시넬니코프의 한 학생이 시위대로부터 이스라엘 국기를 빼앗으려다가 머리에 가격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시넬니코프는 UC버클리가 유대인 학생에게 안전한 환경이 아니며 유대인 기부자들에게 UC버클리에 대한 기부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스탠퍼드대에서는 아직 컬럼비아대나 UCLA처럼 무력충돌이 일어나거나 경찰의 강제연행이 벌어지고 있지는 않지만, 시위대에 대한 위협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한국인 유학생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스탠퍼드 의과대학에서 박사후 과정을 밟고있다는 B씨는 “지금까지 시위는 일부 학부생들이 참여하는 것이었고 대학원생들과는 무관했다”면서 “하지만 미국 전역에서 학생들이 연행되고 화이트 메모리얼 분수대 앞에 캠프가 설치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일경제

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 화이트 메모리얼 분수대 앞을 점거한 反이스라엘 시위대의 캠프. [스탠퍼드 = 이덕주 특파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