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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전세 없어요?” 서민들 이사가야 하는데 발동동…3천가구 단지에 매물 달랑 1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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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서울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 ‘전무’
아파트 전세 매물도 3만건 아래로
전세 품귀현상에 계약 갱신비율↑


매일경제

서울 송파구 잠실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전면에 전월세 안내문구가 붙어 있다. [이승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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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장에서 전세 아파트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전세 수요는 여전한데 아파트 입주 물량이 워낙 줄었기 때문인데, 3000가구 대단지에 전세물건이 고작 10건인 곳이 있을 정도다.

전세 품귀현상이 일어나면서 전세로 살던 집의 전세계약을 갱신하는 비율도 증가하고 있다.

5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 자료에 따르면 서울 지역 아파트 전세매물은 지난달 29일 기준 총 2만9782건으로 지난해 1월 기록한 최고치(5만5882건) 대비 46.7% 줄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3만건 아래로 떨어진 건 지난해 10월 초(2만9026건)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시군구별로 보면 서울 시내에서 1년 전 대비 전세 매물이 가장 많이 감소한 지역은 서울 은평구(-66.5%), 동대문구(-63.8%), 중구(-62.9%) 등 중저가 단지들이 주로 위치한 곳들이었다. 노원구, 도봉구, 관악구, 서대문구, 양천구, 중랑구 등도 50%대 감소 폭을 보였다.

네이버 부동산의 매물현황을 보면 서울 은평구 진관동 소재 ‘은평뉴타운상림2단지롯데캐슬(335가구)와 ’은평뉴타운상림3단지아이파크(255가구)‘, ’은평뉴타운우물골4단지(143가구)‘, ’은평뉴타운우물골5단지(387가구)‘ 모두 전세 매물이 ’0‘건이었다.

서울 성동구 행당대림(3404가구)의 경우 이날 기준 시장에 나온 전세매물은 10건에 그쳤다. 이는 전체 가구 수 대비 채 1%에도 못 미치는 숫자다. 길 건너 행당한진타운(2123가구) 역시 입주할 수 있는 전세매물은 12건뿐이었다.

문제는 지금 같은 전셋값 상승 분위기가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전세수요는 갈수록 누적되는 가운데 공급이 이를 받쳐주지 못하고 있는 이유에서다. 실제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이번 주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02% 오른 가운데 수도권(0.07%→0.07%)과 서울(0.07%→0.07%)은 지난주와 같은 상승 폭을 유지했고, 지방(-0.02%→-0.01%)은 하락 폭이 축소됐다.

서울의 경우 작년 5월 넷째 주 이후 50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정주 여건이 양호하고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높은 역세권·소형 규모 위주로 전세수요가 꾸준히 유지되면서 상승 거래가 체결되고 있으며 매물 부족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추세는 최근 서울 신규 입주물량이 급격히 줄면서 임대차 수요자들이 기존 구축 전세를 빠르게 소진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월 645가구, 3월 996가구, 4월 815가구 등으로 최근 3개월 연속 1000가구를 밑돌았다. 이는 서울 아파트 신규 공급 적정수요인 월 3910가구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여기에 더해 전세 사기 우려가 확산하면서 빌라, 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 수요가 소형 아파트로 몰린 점도 전셋값을 끌어올렸다. 비아파트 임차 시장이 월세 위주로 재편됐고, 전세를 선호하는 수요자들은 아파트로 유입되는 상황인 것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공급(입주) 물량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임대차 가격 성격을 고려할 때 서울과 수도권 신축아파트 감소 영향으로 전세가격 상승추세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라며 “이러한 전세시장 분위기에 밀려 매매시장이 급매물 소화에 나서면서 조만간 상승세에 동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전세 보증금 올려도 눌러 앉는 세입자들
최근 아파트 전셋값이 계속 상승하자 기존 세입자들이 새로운 전셋집으로 갈아타기보다는 기존 전셋집 계약을 갱신하는 쪽을 선택하고 있다.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전세매물이 줄어들면서 기존 계약을 연장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올해 들어 지난달 17일까지 신고된 서울 아파트 전세계약 3만6247건 중 갱신계약은 1만2604건으로 전체의 35%를 차지했다. 지난해(27%)에 비해 8% 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월간 기준으로 봐도 전세계약 갱신계약 비율이 늘어난 것이 확연하다. 지난해에는 월간 갱신계약비율이 25∼29% 수준으로 30%를 밑돌았다. 올해 들어서는 1월 31%, 2월 39%, 3월 35%, 4월 36% 등 매달 30%가 넘었다.

갱신계약 중 전세보증금을 기존계약보다 올린 ‘증액갱신’ 비율도 지난해에 비해 높아졌다. 올해 들어 체결된 서울 아파트 전세 갱신계약 1만2604건 중 보증금을 높인 계약은 7154건으로 전체의 57%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46%)에 비해 11%p 높아진 수치다.

반면, 보증금을 낮춘 계약은 지난해 41%를 차지했지만 올해에는 29%에 그쳤다. 보증금을 동결한 계약은 15%로 지난해(14%)과 비슷한 수준이다.

증액갱신을 하더라도 새 전셋집을 구해 갈아타는 것보다는 금액 측면에서 수요자에게 유리하다. 정성진 어반에셋매니지먼트 대표는 “최근 전셋값이 치솟고 매물도 줄어 적당한 가격으로 괜찮은 매물을 구하기가 어려워졌다”며 “차라리 보증금을 조금 올려주더라도 갱신계약을 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한 세입자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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