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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후지산 전망을 가려라’…5월 골든위크에 일본 ‘오버투어리즘’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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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도쿄 가와구치코에 있는 편의점 로손은 이 건물 뒤로 후지산이 펼쳐지는 풍경이 아름다운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너무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오버투어리즘’이 일어나면서 지난 30일부터 후지산이 보이지 않도록 상점 지붕위로 높은 장막 설치 공사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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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형 연휴인 ‘골든위크’ 시작 이튿날인 지난달 30일에 후지산 인근 일본 관광지 야마나시현 가와구치코에 있는 편의점 로손에서 상점 지붕 위로 높은 장막을 설치하는 공사가 시작됐다.



편의점 지붕 위로 후지산이 보이는 모습이 장관이어서 이 편의점을 구경하러 오는 게 관광 코스처럼 됐는데, 너무 많은 관광객이 몰리자 후지산 풍경을 숨기는 공사를 하는 것이다. 일본 방송 ‘테레비 아사히’는 “관광객들이 먹고 마신 쓰레기를 인근 사유지에 무단 투기하거나, 편의점 반대편에 있는 치과 주차장에서 무단으로 장사하는 사람까지 생겨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서 “지역에서 경비원을 배치하거나 표지판을 설치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개선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며 너무 많은 너무 많은 관광객이 몰려 생기는 문제인 ‘오버투어리즘’ 문제를 짚었다.



후지산 등산로 입구인 ‘고고메’부터 산 정상까지 단숨에 올라가는 ‘총알(탄환) 등산’도 ‘오버투어리즘’ 을 심화하고 있다. 니혼테레비는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후지산이 있는 야마나시현은 올해 7월 1일부터 9월 10일까지 고고메 등산로 루트에 게이트를 설치해 특정 시간대 총알 등반을 막고, 하루 등산객 수를 4000명으로 제한해 등산객의 과도한 혼잡을 막기로 했다”고 전했다.



많은 국내외 관광객이 몰리는 교토도 지역 주민들이 오버투어리즘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지역으로도 유명하다. 니혼테레비는 “지역 노선버스가 관광객으로 가득 차 정작 지역 주민은 버스를 탈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예를 들어 교토역에서 유명 관광지인 기요미즈데라까지 버스는 6개역에서 정차하는데, 출발지인 교토역에서 관광객들이 버스 자리를 다 차지하면 지역 주민들은 아예 대중교통을 이용할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 때문에 교토시 교통국은 관광객들이 몰리는 주말과 공휴일에 다음달부터 ‘관광 특급버스’를 운영하기로 했다. 관광 특급버스는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교토역, 기요미즈데라(청수사), 금각사 등만 들르는 관광 전용 버스다. 관광객들이 이 버스를 주로 이용하면, 일반 노선버스를 타는 주민들과 동선이 분리돼 양쪽 모두 불편을 덜 수 있다는 것이다.



오버투어리즘이라는 말은 지난 2016년 미국 미디어에서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다. 2년 뒤 유엔 세계관광기구(UNWTO)가 오버투어리즘에 대한 보고서를 만들면서 이 말은 널리 퍼졌다. 세계관광기구는 관광지에서 자연과 생활, 문화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여행자의 만족도를 유지하는 '관광 수용력’(carrying capacity)에는 한계가 있는데, 여행 시장이 급성장한 결과 일부에서 한계를 넘어섰다고 이 보고서에서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관광세 도입, 시설 예약제, 여행자 매너 교육 등 국가나 지역별로 나름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소액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정도로는 수요 억제 효과가 제한적이고, 뚜렷한 해결책은 아직 등장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 3월 기준 일본을 찾은 관광객이 한달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인 308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최근 일본은 지난달말부터 5월5일 어린이날을 전후해 길게는 열흘 가까이 이어지는 대형 연휴인 ‘골든 위크’ 기간이라 오버투어리즘 문제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관광 회복과 함께 교통 혼잡 등 오버투어리즘 현상이 재연되고 있다”며 “눈에 띄는 외국인은 ‘악당’ 취급까지 받기 쉬운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국외 관광객의 40%가 처음 일본을 찾는 이들이고, 첫 방문객의 특성상 잘 알려진 관광지들을 찾는 현상이 심화하면서 특정 지역이 오버투어리즘으로 몸살을 앓는 현상이 더 심해진다는 것이다.



일본 당국도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 산하 관광청은 지난 3월 ‘오버투어리즘의 예방과 억제를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국립공원 입장료 도입으로 수용 환경 정비 △교토역-기요미즈데라 방면 등 관광지 급행버스 도입 촉진 △올바른 여행 의식과 행동을 보여주는 ‘여행자를 위한 가이드라인’ 책정 △사유지나 문화재 등에 방범 카메라 등의 설치 지원 등 방침을 마련했다. 관광청은 이와 관련해 “관광수요가 빠르게 회복돼 많은 관광지가 활기를 되찾고 있으나, 관광객이 집중되는 일부 지역이나 시간대 등에 따라 과도한 혼잡과 매너 없는 행동이 벌어지고 있다”며 “지역주민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과 여행객의 만족도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으로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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