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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학살 중단” 대학가 반전시위, 유럽·중동·호주 등 세계 전역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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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프랑스 파리의 여러 대학교 학생들과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2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국기를 한들며 연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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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컬럼비아대를 시작으로 미 전역에 번진 반전 시위가 세계 곳곳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들은 각 대학이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고, 이스라엘과의 학문적 관계를 끊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프랑스, 독일, 영국, 아일랜드, 스위스 등 다양한 국가에서 가자지구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프랑스 파리의 명문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과 소르본 등 주요 대학에서는 지난 4월 말부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항의하며 캠퍼스 건물을 점거하는 밤샘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시위대는 “팔레스타인에 자유를” “대량학살 중단” 등의 구호를 외치며 농성 시위를 이어갔다.

경찰은 지난 3일 대학당국의 요청을 받고 시앙스포 건물 안으로 들어가 수십명의 시위대를 진압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등이 졸업한 이 학교는 미 대학가 시위의 중심지인 컬럼비아대와도 밀접히 교류하는 곳이다. 일부 학생들은 대학의 대응에 항의하며 단식 투쟁을 시작했다고 CNN은 전했다.

독일 베를린과 뮌헨 등 주요 도시의 대학들에서도 이날 학생 수백명이 ‘팔레스타인 만세’, ‘학살 중단’, ‘컬럼비아에서 뮌헨까지’ 등을 외치며 연좌 농성을 벌였다. 베를린 훔볼트대 학생들은 앞서 이스라엘 대법관을 초청해 토론회를 열었던 율리아 폰블루멘 총장에 대해 ‘유대민족주의자’라고 비난하면서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카이 베그너 베를린 시장은 “대학에서 반유대주의는 용납되지 않는다”며 경고했다. 경찰은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켰고, 이 과정에서 38명을 체포했다. 경찰은 증오 선동과 공무집행방해·폭행 등 37건을 수사 중이다.

호주 시드니대학 학생들은 본관 앞에 텐트를 설치한 뒤 반이스라엘 농성 시위를 벌이는 중이다. 시위대는 대학이 이스라엘 기업 및 대학과 맺고 있는 모든 관계를 공개하고, 무기 회사와의 관계를 끊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유대인 단체들이 반전 시위대를 향해 항의 시위를 벌이면서 양측이 충돌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특히 브리즈번에 있는 퀸즐랜드 대학은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대결하는 곳이 됐다.

팔레스타인과 가까운 중동 국가들에서도 반전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최근 레바논에 있는 베이루트 아메리칸대학 학생 수백명은 최근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며 거리를 행진했다. 시위대는 대학이 이스라엘에서 사업하는 기업들에 대해 보이콧할 것을 요구했다.

시위에 참가한 한 학생은 “우리는 팔레스타인의 대의명분을 잊지 않았으며, 깨어있는 젊은 세대가 여전히 이에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이 학교에 재학 중인 또 다른 학생은 “컬럼비아에서 시카고까지 우리의 동지들을 본다”며 미국 시위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번 반전 시위는 미국에 비해 제한적으로 나타났다. 시위대는 대학 보안 요원들과 함께 지정된 경로를 따라 행진했고, 시위가 끝난 뒤 수업에 복귀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두고 “대규모 시위에 대한 아랍 정부의 반감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부분의 아랍 국가들은 시민들의 공개적인 불만 표출을 경계하고 있고, 지난 4월 이집트 당국은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를 벌이던 10명을 체포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영국, 아일랜드, 스위스, 캐나다, 인도, 멕시코 등 대륙을 막론하고 세계 전역에서 반전 시위가 열렸다.

다만 유럽, 남미 등에서 벌어지는 대학가 반전 시위는 미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이스라엘 지지자와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이 격렬히 충돌하는 사건 없이 평화롭게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대학과 이스라엘 기업들의 경제적 연관성이 크지 않고, 이스라엘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노골적인 지지가 적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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