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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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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낵 英총리, ‘총선 전초전’ 지방선거서 참패…집권 후 최대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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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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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총선 전초전으로 여겨졌던 2일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며 2022년 10월 집권 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선거에서 압승한 제1야당 노동당은 “조기 총선 실시”를 요구하며 그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집권 보수당 내부에서도 그의 지도력에 불만을 제기하는 의원들이 늘고 있다.

영국 총선은 내년 1월 28일까지 치러져야 하며 총리가 총선일을 앞당길 수 있다. 수낵 총리는 수 차례 “올 하반기에 총선을 치를 것”이라고 밝혔으나 정확한 시기는 거론하지 않았다. 다만 이런 분위기라면 언제 총선을 실시해도 보수당이 정권을 내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당 소속 고든 브라운 전 총리(2007~2010년 집권) 이후 14년 만에 노동당이 집권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AP통신 등이 분석했다.

수낵 총리는 4일 “총선 결과가 실망스럽지만 (나의) 계획을 전진시키려는 결의가 두 배로 커졌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지만 이미 지도력에 적잖은 흠집이 난 상태다. 정치평론가인 팀 베일 영국 퀸메리대 정치학 교수는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그의 상황이 “데드맨 워킹(Dead Man Walking·사형수의 마지막 걸음)처럼 보인다”고 진단했다.

● 보수당, 광역자치단체장-지방의회 모두 참패

이번 선거는 런던 시장을 포함한 11개 광역자치단체장, 107개 지역구 지방의회 의원 2655명을 뽑는 선거다. 4일 BBC 등에 따르면 보수당은 11개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티스밸리 단 한 곳만 차지했다. 런던을 포함한 나머지 10개 지역은 노동당이 싹쓸이했다.

코로나19로 1년 연기돼 2021년 치러졌던 직전 지방선거 때는 8개 광역자치단체장 중 노동당이 6곳, 보수당이 2곳을 차지했다. 이번에 3개 선거구가 늘어나 총 11개가 됐는데 보수당은 기존 2곳 중에서도 1곳을 잃었고 신설 선거구 또한 모조리 노동당에 내준 것이다.

보수당의 지방의회 성적 또한 처참하다. 3년 전 986석을 얻었지만 이번에 473석을 잃어 노동당, 극우 자유민주당보다 적은 513석만 얻었다. 같은 기간 노동당 의석은 185석 늘어난 1140석, 자유민주당 또한 104석 증가한 521석을 확보했다.

즉 지방의회에서 보수당은 제3당에 불과한 처지다. BBC는 이번 지방선거 득표율을 전국 단위로 환산하면 보수당은 역대 최저인 25% 득표율에 그치고 노동당은 34%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보수당의 위기는 2016년 브렉시트, 즉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후폭풍을 아직까지 수습하지 못한데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많다. 브렉시트를 국민투표에 부쳤던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의 사퇴 후 줄곧 당내 분열과 혼란에 직면했다. 2022년에는 보리스 존슨, 리즈 트러스, 현 수낵 총리까지 한 해에만 총리가 3번 바뀌었다.

최초의 인도계 총리, 최초의 비(非)백인 총리로 주목받았던 수낵 총리 또한 정국 혼란과 경제난을 수습하지 못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고물가가 고착화했고 브렉시트로 동유럽의 값싼 노동력과 상품이 들어올 길도 차단됐다. 이에 따라 경제도 지난해 3, 4분기에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며 ‘경기 침체(recession)’에 빠졌다.

그러자 경제난에 실망한 상당수 지지층이 노동당으로 옮겨갔다. 기존 핵심 지지층이었던 일부 백인 장노년층은 보수당보다 더 강경한 극우 노선을 천명한 자유민주당으로 갈아탔다.

● 첫 3선 런던 시장 사디크 칸도 주목

노동당이 하반기 중 치러질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현재로선 키어 스타머 현 대표가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 사상 첫 3선 런던 시장에 오른 파키스탄계 사디크 칸 시장(54) 또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버스 운전기사와 재봉 일을 하는 어머니를 둔 ‘흙수저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존슨 전 총리 또한 재선 런던 시장을 지내며 전국적 인지도를 높인 후 총리가 됐다.

칸 시장은 2일 선거에서 43.7%를 얻어 보수당의 수전 홀 후보(32.7%)를 제쳤다. 승리 연설에서 “반(反)이민 등 우파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을 거부하겠다”며 좌파 노선의 선명성을 강조했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휴전에 미온적인 스타머 대표와 달리 무슬림인 그는 노동당 주요 정치인 중 최초로 “가자지구 휴전”을 촉구했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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